헌재 "탄핵 심판은 보수·진보 이념 문제 아니라 헌법수호 문제"
대법원 "국정 혼란 진정 기대"…변협 "국민 대통합 계기 되기를"
(서울=연합뉴스) 이세원 현혜란 기자 = 헌법재판소가 10일 박근혜 대통령 파면 결정을 내리면서 전원일치 의견을 낸 것에는 탄핵심판 국면에서 분열됐던 사회의 통합을 바라는 마음도 담겨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재판관 8명이 헌법과 법률에 의해 양심에 따라 독립적으로 대통령 파면 여부를 심리했음에도 동일한 결론에 도달했고 그만큼의 무게감으로 헌재 결정에 대한 승복을 요구하는 것으로도 풀이된다.
대통령 파면 여부에 대해 재판관 전원이 일치된 의견을 표명함으로써 소수의 반대 의견이 제시됐을 때 발생할 소모적인 논쟁 가능성을 결과적으로 줄였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런 해석은 흔히 '정치적 사법기관'이라고 규정되는 헌재의 특성에서 유래하는 것으로 보인다.
헌재는 국가와 사회를 규율하는 가장 크고 추상적인 법률인 헌법과 관련된 사안을 다루는 헌법재판의 특성상 재량권이 크며, 위헌법률심판, 정당해산심판, 탄핵심판 등 정치적 사안에 대한 결정을 내려야 하는 기관이라는 의미다.
따라서 이번 탄핵 심판 과정에서는 사실 관계 인정 외에도 헌재가 적극적으로 가치 판단을 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 가운데 하나가 '국민 통합'이라는 추정이 가능하다.
전문가들은 헌재의 결정이 국민 통합 메시지를 담은 것이라고 평가했다.
임지봉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원래 헌법의 중요한 기능이 국민통합 기능이고 이를 구체적 사건에 적용하는 헌재도 국민통합의 기능을 수행해야 한다"며 헌재의 결정이 사회 분열을 수습하는 데 긍정적인 기능을 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만약 소수의 기각 의견이 있었다면 박 전 대통령을 지지하는 이들이 이에 기대어 승복할 수 없다고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시비를 걸어 오히려 국론 분열을 가속하는 역효과를 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헌재 결정문에서도 비슷한 인식을 엿볼 수 있다.
안창호(60·연수원 14기) 재판관은 보충의견에서 "탄핵심판과 관련해 국민 간의 이념적 갈등에 대한 우려가 있는 것을 알고 있다"면서 "탄핵이 보수와 진보라는 이념의 문제가 아니라 헌법적 가치를 실현하고 헌법질서를 수호하는 문제"라고 밝혀 분열에 대한 우려를 표명했다.
법조계 역시 전원일치 결정에 분열 수습 의지가 담긴 것으로 보고 있다.
김 현 대한변호사협회 회장은 '헌법수호 의지 천명한 헌재 결정 승복하자'는 제목의 성명에서 헌재가 전원 일치 결정을 낸 사실을 거론하며 "정의를 바로 세우며 민주주의와 법치주의 발전에 밑거름이 되고 국민 대통합의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그는 대통령 파면 결정이 "헌재가 오랜 시간 고심한 끝에 헌법에 입각해 내린 역사적인 결정으로, 승복하는 것은 헌법과 법률에 따르는 것이어서 당연하다"며 "국정 공백과 갈등을 조속히 종식하고 미래를 향해 나가야 한다"고 제언했다.
대법원은 "헌법재판소 결정을 계기로, 국민들이 성숙한 시민의식을 발휘하여 조속히 국정혼란이 잦아들길 기대한다"고 논평했다.
헌재의 한 관계자는 전원 일치 결정이 나온 것에 대해 "국론이 너무 분열돼 있는데 재판관들끼리도 '갈라지면 안 되지 않겠나'라는 암묵적인 공감대 같은 것이 있었을 것 같다"고 해석했다.
sewon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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