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진천 용기리 돼지축사 신축 계획에 증평 주민 발끈
생태공원 보강천 악취 진동 우려…"이웃 무시하는 처사"
(증평=연합뉴스) 심규석 기자 = 작년 12월 '그린시티'로 선정된 전국 6개 자치단체 중 한 곳인 충북 증평군에 비상이 걸렸다.
2012년 이후 4년 만에 다시 환경 우수 지자체로 지정됐는데 졸지에 '분뇨 악취'가 풀풀 풍기는 혐오 지역으로 전락할 처지에 놓인 것이다.
진천 초평면 용기리의 한 양돈 농가가 악취가 난다는 주민 반발에 축사 이전을 추진하고 있는데 공교롭게도 이전하려는 터가 '그린시티'를 지향하는 증평군 접경지역이다.
진천군은 주민 반발을 잠재우고, 해당 지역 주거 환경도 개선할 수 있다며 축사 이전을 권장하고 있다.
그러나 증평군으로서는 선뜻 받아들일 수 없는 노릇이다. '청정지역'으로 가꾸기 위해 무던히 공을 들인 연탄리·초중리에서 불과 300m 떨어진 곳이 축사 후보지이기 때문이다.
연탄·초중리가 악취 없는 청정지대로 변모한 것은 불과 4∼5년 전의 일이다.
그 이전까지만 해도 인접한 보강천은 4급수로 수질이 최하위 수준이었다. 당시 생화학적 산소 요구량은 8㎎/ℓ에 달했다.
주변 축사에서 새어 나온 분뇨가 유입되면서 하천 바닥에는 시궁창 냄새가 진동하는 더러운 진흙이 잔뜩 쌓여 갔다. 지독한 악취 탓에 이곳은 인적조차 없었다.
그러나 지금은 아니다. 보강천은 이른 오전부터 늦은 오후까지 주민들이 즐겨 찾는 생태공원으로 변모했다.
증평군이 보강천 주변에 있던 돼지·개 축사 5곳을 모두 철거하고 하천 바닥을 준설, 생태 환경 개선에 나선 덕분이다.
하천변에는 산책로가 만들어졌고 친환경 습지도 조성됐다. 2013년에는 오염물질이 빗물과 함께 하천으로 흘러드는 것을 막기 위한 '비점 오염 저감시설'도 완공됐다.
이런 사업을 추진하는 데 120억원이 투입됐고 그 이후에도 청정 환경 유지를 위한 예산이 계속 투입되고 있다.
덕분에 보강천은 증평을 대표하는 생태공원으로 탈바꿈했고, 연탄리와 초중리에서 진동하던 가축 분뇨 악취도 자취를 감췄다.
이런 노력이 인정되면서 2012년 7월 환경부 주관 그린시티로 지정된 데 이어 작년 12월 또다시 그린시티에 선정되는 '영광'도 누렸다. 2013년 5월에는 환경정책연구센터가 선정하는 친환경도시 대상도 받았다.
그러나 진천 용기리에서 돼지 3천 마리를 키우는 농장주가 축사 이전을 추진하면서 증평 연탄리·초중리가 '악취 마을'이라는 오명을 다시 달게 될 처지에 놓였다.
초중리의 아파트 단지와 불과 970m 거리를 두고 있어 집단 민원 발생 가능성도 크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증평군은 지난달 8일 진천군에 축사 신축을 허용하지 말라는 의견을 제출했으나 묵살당했다.
진천군은 의견 접수 이튿날인 지난달 9일 농장주에게 축사 신축이 가능하다는 사전 심사 결과를 통보했다.
이에 반발한 증평 주민들이 대대적인 저지에 나서면서 지자체간 갈등으로 번질 조짐마저 보이고 있다.
증평 주민들은 지난 2일 '용기리 돈사 신축 반대 대책위원회'를 구성한 데 이어 이튿날 진천군청에 축사 신축 불허를 요청하는 청원서를 보냈고 지난 6일 반대 서명운동에 착수했다.
대책위를 꾸린 김장응 증평 사회단체협의회장은 "자기 지역에만 피해가 없으면 된다는 생각은 이웃을 무시하는 처사"라며 "축사 신축 계획이 철회될 때까지 적극적인 대응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k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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