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속으로]"닭은 다리가 없는 줄"…한밤 웃음과 공감 '초인가족'

입력 2017-03-12 09:40   수정 2017-03-12 10:34

[TV속으로]"닭은 다리가 없는 줄"…한밤 웃음과 공감 '초인가족'

"월요병 날려버린다" 호평…박혁권의 코믹 연기 압권

(서울=연합뉴스) 윤고은 기자 = 어머님은 짜장면을 싫어하시고, 동생은 닭이 다리가 없는 동물인 줄 알았다.

가난한 집에서 짜장면은 자식들만 먹이기도 벅찼고, 치킨이나 삼계탕의 가장 맛난 닭다리는 늘 '장남'의 몫이었다.

영양 과잉의 시대에 이런 이야기는 이제 '우스갯소리'가 됐지만, 가난했던 시절을 관통했던 40대 이상에게는 이 웃자고 하는 소리가 눈물샘을 자극하기도 한다.

그런데 모든 게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풍요로워졌지만, 2017년을 사는 우리의 마음은 어쩌면 과거보다 더 가난해졌을 수도 있다.

매순간 바쁘고, 여유가 없다. 경쟁은 심화하고 '혼자만의 삶'이 부상한다. 월급은 통장에 들어왔다가 순식간에 다 어디론가 빠져나가 버린다.

SBS TV 월요 드라마 '초인가족'은 그런 우리에게 한밤 큰 웃음과 따뜻한 공감을 건넨다. 벌써 '월요병'을 날려버리는 드라마라는 호평이 나온다.





◇ 중산층 가족의 일상에 숨은 웃음의 핵폭탄

지난 6일 6회까지 방송된 '초인가족'은 매회 웃음의 핵폭탄을 터뜨린다. 배우들은 웃자고 하는 일이 아닌데, 캐릭터와 상황, 연기가 배꼽을 잡게 만든다.

매번 승진 심사에서 '물 먹는' 만년 과장 나천일(박혁권 분)은 소심하고 맹하다. 승진 누락에 불만을 품고 하루 병가를 냈지만, 업무 공백은 커녕 그가 자리를 비 운줄 아무도 모른다. 그러나 그는 따뜻하고 선한 '보통 사람'이다.

그의 아내 맹라연(박선영)은 경품 행사가 있는 곳을 악착같이 쫓아다니면서 마이너스 통장을 벗 삼아 살아야하는 열혈 아줌마다.

이들 부부에게는 '중2병 말기'의 천방지축 외동딸 나익희(김지민)가 있다. 부모에게는 '까칠'하기가 이를 데 없지만, 남자 친구 앞에서는 한없이 수줍어하는 사춘기 소녀다.





'초인가족'은 이들 중산층 평범한 가족의 일상을 좇으면서, 그 안에 순간순간 자리한 웃음의 코드를 끄집어낸다. 당사자들은 진지한데 웃지 않을 수 없는 황당하고, 당황스럽고, 유치하고, 치사한 순간들이 이어진다.

'딸 바보'인 나천일이 딸과 소통하고자 신조어를 시험공부 하듯 외우고, 딸이 생리를 시작하자 축하하고 싶은 마음에 패밀리 레스토랑에서 고깔모자를 쓰고 "생리 축하합니다" 노래를 부르는 모습에서는 '깔깔' 웃음이 터질 수밖에 없다.

나천일 부부가 딸의 행동을 오해해 벌이는 소동, 직장 내 성희롱 예방 교육에서 벌어지는 일 등도 입가를 길게 늘어지게 한다.

이런 에피소드들은 웃음과 함께 잔잔한 감동도 안겨준다는 점에서 공감을 얻는다.

평생 형 나천일(박혁권 분)에 치여 산 못난 동생(배유람)에게 통닭의 닭다리를 건네주자 "전 닭이 다리가 없는 줄 알았어요. 닭다리는 늘 형 차지였거든요"라며 울부짖고, 딸 부잣집 셋째인 맹라연이 위아래에 치이느라 느꼈던 설움 등은 바로 나의 이야기가 된다.

1~2회에서는 '기대했던 웃음이 약하다'는 반응이 나오기도 했으나, 드라마는 이후 회를 거듭하면서 '월요병을 날려버린다'는 말을 들을 정도로 재미를 안겨주고 있다.





◇ 박혁권의 코믹 연기, 안 보면 손해

'초인가족'이 전하는 웃음의 8할은 박혁권이 책임진다. 화면에 얼굴이 잡히는 것만으로도 시청자의 마음을 무장해제시키는 박혁권은 움직임 하나하나에서 웃음폭탄을 밟고 간다.

김영섭 SBS 드라마본부장은 12일 "박혁권은 결혼을 안 했는데 어쩜 저렇게 나천일을 잘해낼까 감탄스럽다. 너무 잘하고 있다"며 웃었다.

박혁권이 앞서 '초인가족'의 제작발표회에서 "지금껏 결혼을 한번도 안 했다"고 강조했던 이유도 그거였다. '초인가족'에서 박혁권이 보여주는 자연스러운 연기를 보면 그가 실제로 중학생 딸을 둔 아빠 같다. 그러나 총각이다.

놀라울 정도로 자연스러운 '아빠' 연기는 기본이고, 코믹 연기가 기가 막힌다. 안 보면 손해일 정도다.

나천일이 딸의 환심을 사기 위해 랩을 배우는 에피소드에서는 웃다가 소파에서 굴러떨어진 시청자가 많을 듯 하다.







나머지 2할의 웃음도 속이 꽉 찼다. 박선영과 엄효섭 등 다른 연기자들이 선사하는 웃음이 만만치 않다.

김영섭 본부장은 "박선영은 우리 주변 보통의 아줌마 느낌을 너무나 살갑게 잘 살려내고 있다"고 평가했다.

나천일의 직장 상사 최부장 역의 엄효섭도 막강하다. 가만히 있다가 한마디씩 무심히, 강 건너 불구경하듯 툭툭 던지는 그의 말 한마디가 폭소의 도수를 확 끌어올린다.

산전수전 다 겪어 세상만사 초탈한 듯한 최부장의 '포커 페이스' 안에는 온갖 반전이 들어있다. 신조어 에피소드에서 "입닥쳐 말포이!"라고 한 방 먹이고, 성희롱 예방교육 현장에서 "주여!"라고 읊는 모습은 '지존'의 수준이다.







◇ 웃다 보면 어느새 감동과 힐링

'초인가족'은 시트콤의 형식이지만 시트콤이 아닌 '미니 드라마'라고 SBS가 규정지었다. 광고판매 문제도 있고, 실제로 과장된 캐릭터가 등장하는 시트콤과 달리 현실감 높은 캐릭터들이 등장한다.

그래서 웃음지수가 높지만 감동과 힐링의 작용도 한다. 바로 내 이야기를 코믹 터치로 그리면서 진한 공감대를 형성하기 때문이다.

김영섭 본부장은 "오랜만에 보는 힐링 드라마"라며 "친근한 이웃들의 소소한 일상을 통해 그동안 사회적 여러가지 문제로 피폐해진 우리의 감성을 위로하고 힐링하는 드라마"라고 평가했다.

이어 "초반에는 좀 고전했지만 점점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며 "시트콤보다는 공감이 있는 재미있는 드라마"라고 소개했다.

한평생 있는 듯 없는 듯한 존재일지도 모르지만 '초인가족' 속 인물 모두 우리 사회를 구성하고 있는 소중한 시민들이다. 그게 바로 우리의 모습이라는 점에서 그들의 희로애락은 한밤 따뜻한 위로를 안겨준다.





pretty@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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