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특단의 각오로 통합·치유의 대선 치러야

입력 2017-03-10 17:49  

[연합시론] 특단의 각오로 통합·치유의 대선 치러야

(서울=연합뉴스) 헌법재판소의 박근혜 대통령 파면으로 조기 대선이 확정됐다. 헌법과 공직선거법에 따르면 헌재 선고가 확정된 다음 날로부터 60일 이내에 대통령 선거가 치러져야 한다. 선거일 공고는 선거일 50일 전까지 하게 돼 있다, 이런 규정 등을 고려하면 대선은 4월 29일부터 5월 9일까지 가능하다는 게 선관위 유권해석이다. 현재로써는 마지막 날인 5월 9일이 유력하다. 이를 기준으로 하면 3월 30일까지 국외 부재자신고 및 재외선거인 등록 신청, 4월 9일까지 입후보 공직자의 공직 사퇴, 4월 11∼15일 선거인 명부작성, 4월 15∼16일 후보자 등록 신청, 4월 25∼30일 재외투표소 투표, 5월 4∼5일 사전투표를 해야 한다. 빼곡한 대선 일정이 기다리고 있다.



여야 각 정당도 촉박한 일정에 쫓겨 대선 체제를 급히 가동할 수밖에 없게 됐다. 그만큼 후보 선정이나 집권 청사진 제시 등의 과정에서 준비가 허술해질 가능성이 농후하다. 자칫 미숙성의 허점이 노출될 것 같아 걱정되기도 한다. 차기 대통령이 선출되더라도 통상적인 정권 이양 절차인 정권인수위를 생략한 채 곧바로 직무를 개시해야 한다. 전 정권과 단절된 채 막막한 상태에서 새 정부를 운용해야 하는 전인미답의 길을 가야 하는 것이다. 이번 대선에서 각 후보의 공약이나 정책이 주목받는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사전에 철저히 준비된 후보를 선택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해진 만큼 유권자들은 그 어느 때보다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한다. 후보의 비전이나 국정능력, 도덕성 등에 대해서도 엄중한 검증 잣대를 들이대야 할 것이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와 대통령 탄핵이라는 헌정사상 초유의 불행을 겪은 만큼 재발 방지를 위해서라도 후보 개개인을 속속들이 파악할 수 있는 검증 그물망을 짜야 한다.



대선을 앞둔 정치권은 특단의 각오를 해야 한다. 탄핵 과정에서 깊어질 대로 깊어진 분열과 반목의 골을 봉합하고 치유하는 통합의 리더십이 절실하기 때문이다. 그러려면 먼저 헌재 선고에 대해 모두 승복하고, 더 이상의 대결 중단을 국민에 호소해야 한다. 분노와 부정의 에너지를 화합의 긍정적 에너지로 전환하는 것은 정치권이 앞장서 해야 할 몫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당장 광장을 향한 선동적이고 자극적인 언행을 중단해야 하는 것은 물론이다. 정치 성향이나 정파적 이해를 떠나 대한민국이라는 공동체를 온전히 지켜내는 것은 지고지선의 가치다. 여기에는 그 누구도 예외가 될 수 없다. 박 전 대통령도 갈등 치유를 위한 역할이 무엇인지 깊이 고민해야 할 것이다.



이번 대선의 의미는 각별하다. 부끄러운 과거와의 결별, 구시대 정치 청산의 시대적 과제가 주어져 있다. '반(反) 탄핵' 진영의 반목도 끌어안아야 한다. 대선후보들이 헌재 선고 직후 한목소리로 새 나라 건설과 통합을 강조한 것은 그나마 다행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이런 구호만으로는 부족하다. 그 뒤를 떠받칠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 현재의 제왕적 대통령제로는 근본적인 정치개혁에 한계가 있는 만큼 개헌을 통한 획기적인 권력 구조 개편이 시급하다. 국민의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고 국회에서도 개헌 논의가 활발한데 맞춰 대선후보들도 개헌 비전을 명확하게 제시해야 할 것으로 본다. 권력을 독점한 대통령이 공격 표적이 되고, 탄핵 시달림을 당하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야 한다. 정부도 차기 정부 출범 때까지 국정 공백 최소화와 공정한 대선관리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가뜩이나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과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조기 배치를 둘러싼 대립이 끊이지 않는 등 한반도 정세가 비상한 국면을 맞고 있고, 경제·금융 리스크도 가중되는 시점이다. 차질없는 국정 이양을 위해 혼신의 노력을 다해야 한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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