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헌법재판소가 10일 박근혜 대통령 탄핵을 선고하자 우려했던 일이 벌어졌다. 헌재 결정에 반발한 탄핵 반대집회 참가자들이 시위를 벌이다 사상자가 발생한 것이다. 안타까운 일이다. 더 이상의 불행한 사태는 없어야 한다. 모두가 자제하고 자중해야 할 때다.
경찰에 따르면 헌재의 박 대통령 파면 선고가 난 뒤 탄핵 반대 측 사람들이 헌재 방향으로 진출하려다 이를 막는 경찰과 격렬히 대치했다. 일부는 "이제 비폭력을 포기할 때가 왔다. 헌재와 검찰에 대항하는 폭력이 발생할 것"이라며 과격한 행동을 했다고 한다. 이 과정에서 부상자가 속출했고, 그 중 병원으로 옮겨진 70대 1명과 60대 1명이 숨졌다. 정확한 사인은 즉각 알려지지 않았다. 다른 부상자 2명도 위중한 상태라고 한다. 일부 시위대가 경찰을 상대로 폭력을 행사하고 자해를 시도하는 일까지 있다고 하니 걱정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헌재 결정 이후 국민 통합과 화합을 촉구하는 각계의 목소리가 잇따랐다. 조계종 총무원장 자승 스님은 "'촛불'과 '태극기'로 나타난 뜨거운 애국심을 대한민국이라는 큰 용광로에서 화합의 불길로 승화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한변협은 "헌재 결정에 승복하는 것은 헌법과 법률에 따르는 것으로서 당연하다"며 "이번 결정이 민주주의와 법치주의 발전에 밑거름이 되고 국민 대통합의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했다. 한국여성변호사회는 "헌재 결정이 자신의 염원이나 소신과 다르다 해도 헌법이 부여한 권한과 결정에 승복하고 따르는 것이 민주 국민의 의무이자 헌법 최고의 가치"라고 말했다. 한편 바른정당 유승민 의원은 "국민끼리 서로를 향했던 적대감을 녹일 수 있도록, 대통령께서 국민의 상처를 치유해 주기 바란다"고 했다.
그동안 대통령 탄핵에 격렬히 반대해온 입장에서 헌재 결정에 금방 승복하고 일상으로 돌아가기가 쉽지 않을 수 있다. 파면 결정에 반대한다는 의사도 표시할 수 있다고 본다. 그러나 평화적인 방법 대신 울분을 토하듯 물리력을 행사하는 것은 다른 문제다. 법치주의를 거부하는 불법 행위로 민주주의 사회에서 용인될 수 없다. 헌재의 탄핵심판은 헌법을 지키기 위해 만들어진 제도다. 헌재 결정에 불복하는 것은 헌법을 지키지 않겠다는 의미와 같다. 안창호 헌재 재판관은 보충의견에서 "이 사건 탄핵심판은 보수와 진보라는 이념의 문제가 아니라 헌법 질서를 수호하는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 말의 의미를 한번 깊이 생각해봤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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