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정문과 선고요지 순서 달라…최순실 국정·이권농단 막판 언급 '극적효과'
(서울=연합뉴스) 현혜란 기자 =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박근혜 대통령의 파면을 결정한 헌법재판소의 10일 탄핵심판 선고는 이정미 소장 권한대행이 선고요지를 낭독한 뒤 결론인 주문을 밝히면서 마무리됐다.
국민의 눈과 귀가 쏠린 이 날 선고에서 이 권한대행은 A4 용지 18장 분량의 '선고요지'를 준비해 읽어내려갔다. 헌재는 선고 이후 모든 논의 결론이 담긴 결정문도 오후에 배포했다.
그런데 헌재가 공개한 결정문과 선고요지의 배치가 사뭇 달라 눈길을 끌었다.
이 권한대행은 이날 선고 당시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사유로 최서원(최순실)의 국정개입 허용과 권한남용을 가장 마지막에 언급했다.
이 권한대행이 낭독한 탄핵사유는 공무원 임면권 남용→언론의 자유침해→세월호 사건에 관한 생명권 보호의무 위반→최서원에 대한 국정개입 허용과 권한남용 순이었다.
하지만 헌재가 이날 오후 배포한 결정문을 보면 사인의 국정개입 허용과 대통령 권한남용→공무원 임면권→언론의 자유침해→생명권 보호의무 등 위반 순으로 이 권한대행의 선고요지 낭독 순서와 다르게 기재됐다.
공교롭게도 이 권한대행은 공무원 임면권 남용과 언론의 자유침해는 박 전 대통령이 직접 개입했다는 증거를 찾기 어렵다고 했고, 생명권 보호의무 위반은 소추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듣는 사람에게 따라서는 '기각 결과가 나올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게 하는 대목이었다.
하지만 종국에 이 권한대행의 입에서 나온 말은 "피청구인 대통령 박근혜를 파면한다"였다. 결정문에서는 첫 장 가장 윗부분에 등장하는 문구다.
결정적인 탄핵사유로 꼽힌 최순실씨에 대한 박 전 대통령의 국정개입 허용과 권한남용을 가장 마지막에 가장 긴 시간을 들여 읽어내려간 것은 그만큼 극적인 효과를 연출하기 위한 것으로 분석된다.
많은 국민이 지상파 방송 3사 등 TV로 생중계를 지켜보고 있을 것을 고려해 21분간 이어질 선고 낭독을 끝까지 듣도록 하게끔 집중력을 높이는 효과도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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