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탄핵] 유럽 언론, 朴 사법처리 가능성·조기 대선 관심

입력 2017-03-10 19:52  

[대통령 탄핵] 유럽 언론, 朴 사법처리 가능성·조기 대선 관심

佛 "독재자 딸, 얼음공주 몰락, '朴의 왕국' 페이지 넘길 준비"

英 "대선, 정치 지형 바꿀 수 있지만 한국은 깊은 분열 상태"

獨 "역사적 결정"…러 "朴 면책특권 상실, 60일 이내 조기 대선"

(유럽·중동 종합=연합뉴스) 민주주의의 원조 격인 유럽 국가들과 중동의 언론들은 10일(현지시간) 헌법재판소의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 인용 소식을 비중 있게 다뤄 보도하며 관심을 보였다.

언론들은 박 전 대통령이 탄핵에 이르게 된 '최순실 씨 국정농단 스캔들'과 이에 항거해 일어난 촛불집회 등을 비교적 상세히 소개하며 민주주의와 헌법적 가치를 훼손한 최고지도자를 평화적으로 큰 불상사 없이 권좌에서 끌어내린 한국의 성숙한 민주주의를 높게 평가했다.

특히 박 전 대통령이 면책특권도 상실하게 됐다며 향후 사법처리 가능성에 주목하는 한편, 향후 60일 이내에 대통령 선거가 실시된다며 조기 대선에도 주목했다.


◇ "독재자의 딸, 민주주의와 법치 크게 훼손" = 일간 르 몽드는 '박근혜 탄핵, 한국의 새 선거를 준비하다'라는 제목의 특파원 발 기사에서 "헌법재판소가 국회의 탄핵심판 청구를 인용함으로써 한국에서 대통령 선거 준비 작업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고 전했다.

신문은 '최순실 국정농단 스캔들'이 보도를 통해 알려지면서 매주 광화문광장을 가득 메운 촛불집회가 이번 탄핵의 원동력이 됐다고 소개했다.

이어 "집회는 평화적이었고 폭력사태도 없었으며, 박근혜 정부의 '블랙리스트'에 오른 문화계 인사들도 대대적으로 참여했다"면서 "최대 백만 명의 참가자가 모인 잇단 집회가 대통령의 사과를 끌어냈고 국회는 특별검사를 임명했다"고 설명했다.

일간 르피가로도 인터넷판 기사에서 헌재의 이번 판결이 "몇 달간 이어진 정치적 격랑 끝에 내려진 결정"이라면서 "재판관들의 만장일치 결정에 따라 탄핵이 인용됐으며, 대통령의 면책특권도 곧바로 사라져 박 전 대통령이 법정에 서게 될 가능성이 더 커졌다"고 보도했다.

일간 리베라시옹은 특파원 발 기사에서 "독재자의 딸이 민주주의와 법치국가의 정신을 크게 훼손했다고 헌재가 판결했다"면서 "'얼음공주'가 몰락하고 한국이 '박의 왕국'의 페이지를 넘길 준비를 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외에 프랑스엥포, RFI, TV5몽드 등 주요 프랑스 매체들이 한국의 대통령 탄핵소식을 비중 있게 전했다.


◇ "한국 사회 깊은 분열 상태" = 영국 언론들은 헌재의 탄핵 인용 이후 박 전 대통령 지지 시위자 2명이 사망하는 충돌이 불거진 점을 거론하며 탄핵 과정에 드러난 한국 사회의 갈등문제를 지적했다.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박 전 대통령 지지 시위대와 경찰 간 충돌을 따로 보도하면서 한국의 노년층이 박 전 대통령의 정치 혈통을 신뢰하는 반면 젊은 시민들은 전체주의자적인 인물로 보고 있다며 한국 내 갈등 상황을 다뤘다.

FT는 최근 스캔들 이전까지만 해도 박 전 대통령은 다수의 한국 지도자들을 오염시킨 이슈인 뇌물에서 깨끗한 점으로 인해 명예를 지킬 수 있었다고 전했다.

일간 텔레그래프와 더타임스도 박 전 대통령 파면 소식을 전하면서 탄핵 반대 시위대와 경찰 간 충돌로 2명이 사망했다고 것을 제목으로 뽑았다.

텔레그래프는 북한의 미사일 시험 발사로 역내 긴장이 고조된 시기에 한국에서 대선까지 2개월간 지도력 공백이 생겼다고도 했다.

BBC 방송은 향후 대선이 한국의 정치 지형을 바꿀 수 있지만, 한국 사회가 여전히 깊은 분열 상태에 있다고 지적했다.

BBC는 또 최근 몇 개월간 진행된 촛불시위는 정치인들과 재벌들 사이의 밀접한 관계가 변해야 한다는 강력한 신호를 보낸 것으로 전문가들이 보고 있다는 분석을 내놨다.

아울러 대선 후 좌파에 가까운 정부가 등장한다면 북한과 미국과의 관계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했다.


◇ "한국 첫 여성 대통령, 한국 역사상 첫 탄핵" = 독일의 제1 공영 ARD 방송 메인 뉴스인 타게스샤우는 과거 대국민 사과를 하던 박 전 대통령의 모습을 사진으로 싣고 헌재의 탄핵 인용 소식을 전했다.

이 매체는 "하나의 역사적 결정"이라고 헌재의 탄핵 인용 의미를 부여하고 이에 반발하는 이들의 항의가 이어지는 가운데 2명이 숨졌다고 설명했다.

대중지 빌트는 헌재가 부패사건에 얽힌 박 전 대통령의 탄핵을 인용했다면서 헌재가 민주주의와 법치 훼손을 판단 근거로 제시했다고 보도했다.

이탈리아 주요 언론도 박 전 대통령의 탄핵소식과 탄핵에 이르게 된 과정을 상세히 소개하며 비상한 관심을 보였다.

뉴스통신 ANSA는 톱 기사로 한국 최초의 여성 대통령인 박 전 대통령에 대해 헌재가 만장일치로 탄핵을 인용함에 따라 민주주의 역사가 일천한 한국 역사상 처음으로 탄핵으로 물러난 대통령이 됐다고 보도했다.

ANSA는 탄핵 이후 박근혜 지지자 2명이 사망하는 등 한국 사회의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으며, 차기 대통령을 뽑는 대선이 오는 5월 9일 열릴 가능성이 크다는 소식을 함께 전했다.

공영 방송 RAI 뉴스는 박 전 대통령이 비선 실세 최순실의 국정농단과 대기업 갈취에 공모한 혐의 등으로 한국 역사상 유례없는 탄핵을 당함에 따라 한국 사회가 혼돈에 빠져들고 있다고 보도했다.

유력 일간 코리에레 델라 세라는 '한국 대통령 파면…민주주의에 해 끼쳐'라는 제하의 기사에서 "박 전 대통령은 자신의 정치 인생을 치욕 속에 끝내는 동시에 한국을 도덕적, 정치적 극한 위기 속에 몰아넣었다"며 이 와중에 북한이 대량파괴무기 개발을 지속하며 한국을 둘러싼 국제적 상황도 엄중하다고 지적했다.

박 전 대통령이 쿠데타로 집권한 박정희 전 대통령의 딸이라고 소개한 뒤 1974년 최순실의 아버지인 사이비 종교 신봉자 최태민과 처음 만난 것이 비극의 씨앗이 됐다고 전했다.

벨기에의 불어신문인 '르스와르(Le soir)' 인터넷판은 "헌재의 만장일치 결정으로 인해 박 전 대통령은 청와대를 떠나야 하고 향후 60일 안에 조기 대선이 치러지게 됐다"고 보도했다.

이 소식에 대해 '벤 드럼'이라는 ID를 가진 네티즌은 "이것은 좋은 본보기"라면서 "한국에서는 국민을 속이면 머리도 들지 못한 채 퇴출하게 된다. 벨기에에서는 국민을 속이고, 자신들이 대표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의 주머니로부터 더 많은 것을 취하며 거짓말하면 소리 없이 자신을 계속 파멸시키는 것"이라고 적었다.

네덜란드의 '데 텔레그라프(De Telegraaf)' 신문은 "박 전 대통령은 한국에서 민주적으로 선출된 지도자 가운데 처음으로 탄핵됐다"라면서 "박 전 대통령은 대통령으로서 면책특권도 잃게 돼 기소될 수도 있다"고 전했다.


◇"박 전 대통령, 여러 혐의 대해 검찰 수사받을 것" = 러시아 관영 타스 통신은 이날 실시간 긴급 뉴스로 탄핵소식을 전하면서 박 전 대통령이 불소추 특권을 박탈당하면서 여러 혐의에 대해 검찰 수사를 받을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통신은 이어 탄핵당한 박 전 대통령이 전직 대통령이 누리는 특권도 상당 부분 상실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관영 리아노보스티 통신도 헌재의 탄핵 인용으로 박 전 대통령이 국가통치권을 내놓게 됐으며 60일 안에 조기 대선이 치러질 것이라고 소개했고, 민영 NTV 등을 포함한 주요 방송도 탄핵 인용 소식을 전하면서 향후 정치 일정을 함께 소개했다.

아랍권 대표 위성방송인 알자지라는 박 전 대통령의 탄핵을 인용한 헌재 결정을 이날 반복해서 중요 뉴스로 보도했다.

알자지라 방송은 또 인터넷판에서 '권력이 박탈된 박근혜 대통령'이란 제목 아래 머리기사와 '한국 대통령 어떻게 몰락했나'란 분석 기사를 싣고 탄핵 배경까지 심층적으로 전했다.

이스라엘 주요 일간 예루살렘포스트도 이날 '한국 대통령, 부패 스캔들로 탄핵'의 제목으로 파면 사실을 신속하게 보도했다. 이 매체는 대통령 권한대행인 황교안 국무총리가 안정화를 촉구했다는 내용도 전했다.

이란 프레스 TV는 방송과 웹사이트를 통해 박 대통령의 탄핵 인용 사실과 함께 이후 한국 시위 참가자 2명이 충돌 도중 숨진 사실을 비중 있게 다뤘다.

이집트와 아랍에미리트(UAE), 카타르 등 중동 주요 국가들의 매체도 이날 외신을 인용해 한국 대통령이 권력에서 물러났다는 내용을 신속하게 전달했다.




(브뤼셀 김병수, 런던 황정우, 베를린 고형규, 파리 김용래, 로마 현윤경, 모스크바 유철종, 카이로 한상용 특파원)

bingsoo@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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