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익률 저조·세제혜택 작아…"높아진 가입문턱도 한계"
(서울=연합뉴스) 윤선희 유현민 기자 = '국민통장', '국민계좌'로 불리는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가 14일로 출시 1년을 맞지만, 투자자들의 반응은 시들하다.
금융당국은 '국민 재산 불리기' 프로젝트라며 한 계좌에 예금·펀드,·파생결합증권 등 여러 금융상품을 담을 수 있는 '만능통장'인 ISA를 내놓았다.
하지만 수익률과 세제혜택이 기대에 못 미치자 투자자들이 하나둘씩 떠나고 있다.
13일 금융투자협회가 운영하는 통합정보사이트 'ISA다모아'에 따르면 지난 1월 31일 기준 ISA 가입자는 236만1천712명, 가입금액은 3조5천24억원으로 집계됐다.
작년 12월에도 1만5천75명이 빠져나갔다. 출시 이후 처음으로 두 달 연속 전체 가입자가 감소세를 기록했다.
가입금액도 작년 12월 837억원, 지난 1월 908억원 증가에 그쳤다. 월 증가액이 두달째 1천억원에도 미치지 못했다.
작년 3월 출시 이후 4개월간 월평균 6천억원 넘게 증가한 것과 대조적이다.
가입자 수는 6개월 전인 작년 7월 말 기준 238만5천137명보다 오히려 줄었다.
1월 한 달 동안에만 2만9천76명이 순감했다. 신규 가입자보다 중도 해지한 투자자가 더 많았다.
가입자가 작년 3월 120만명, 4월 57만명에 달할 정도로 뜨겁던 ISA의 인기가 이처럼 급격하게 시들해진 가장 큰 이유는 수익률이 기대에 못 미치기 때문이다.
수익률이 집계되는 일임형 ISA 모델포트폴리오(MP)의 수익률은 1월 말 기준으로 최근 6개월 평균이 0.49%에 그쳤다.
연이율로 환산하면 0.98% 수준으로 보통 1%대 초반인 은행 예금 금리에도 못 미치는 셈이다.
물론 작년 11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 이후 채권 금리가 급등하는 등 시장 자체가 좋지 않은 탓도 있으나, 은행 등 전문적인 운용 능력이 떨어지는 게 더 큰 문제로 지목됐다.
실제 일임형 ISA 전체 201개 MP 중에서 출시 이후 수익률이 2% 이상인 비율이 증권은 55%에 달하는 데 반해 은행은 19%에 그쳤다.
출시 초기 은행들이 실적 목표 달성을 위해 앞다퉈 불완전판매 등으로 깡통계좌를 양산한 후유증도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은행들이 과도한 실적 경쟁을 하느라 초기에 마구잡이로 가입시켜 1만원 이하 깡통계좌가 속출했다"며 "그런 깡통계좌들이 해지되고 있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업권별로 보면 은행에서 2만3천759명 순감해 가장 많이 빠져나갔다. 증권과 보험에서도 각각 5천289명, 28명이 이탈했다.
◇ 일임형 ISA 출시 이후 수익률 분포
(2017.1.31 기준, 25개사 201개 MP대상, 금융투자협회 제공)
┌────┬────┬───┬───┬───┬───┬───┬───┬───┐
│수익률 │-5%미만 │-5%이 │-2%이 │0%이상│2%이상│5%이상│10%이 │합계 │
│││상∼-2│상∼0%│∼2%미│∼5%미│∼10% │상│ │
│││%미만 │미만 │만│만│미만 │ │ │
├────┼────┼───┼───┼───┼───┼───┼───┼───┤
│증권│0 │1 │4 │52│55│13│3 │128 │
├────┼────┼───┼───┼───┼───┼───┼───┼───┤
│(비중) │0% │1%│3%│41% │43% │10% │2%│100% │
├────┼────┼───┼───┼───┼───┼───┼───┼───┤
│은행│0 │0 │13│46│12│2 │0 │73│
├────┼────┼───┼───┼───┼───┼───┼───┼───┤
│(비중) │0% │0%│18% │63% │16% │3%│0%│100% │
├────┼────┼───┼───┼───┼───┼───┼───┼───┤
│전체│0 │1 │18│97│67│15│3 │201 │
├────┼────┼───┼───┼───┼───┼───┼───┼───┤
│(비중) │0% │0%│9%│48% │33% │7%│1%│100% │
└────┴────┴───┴───┴───┴───┴───┴───┴───┘
ISA가 출시 1년 만에 '빛 좋은 개살구'로 전락한 데는 애초 마련한 ISA 제도가 정부와 국회를 거치면서 대폭 후퇴해 본래 취지의 효과를 극대화하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특히 당근인 세제혜택이 박해진 건 투자자들이 떠나가는 가장 큰 이유로 꼽힌다.
ISA는 일반형의 경우 의무 가입 기간 5년이 되면 이자배당소득 중 200만원까지 비과세 혜택을 준다. 이에 따라 실제 감면받는 세금은 30만8천원에 그친다. 5년 동안 목돈을 묵혀 두고 받는 혜택이라는 점에서 보면 너무 적다.
'부자 감세' 논란으로 연간 금융소득 2천만원 이하인 근로·사업 소득자와 농어민 등으로 가입자격을 제한한 것도 한계로 지적된다.
나석진 금투협 WM사업부 본부장은 "애초 상품 기획 단계보다 가입 문턱이 높아지다 보니 흥행이 기대에 못 미쳤다"며 "만 60세 이상 노년층이 노후자금을 운용할 수 있도록 소득 증빙 없이 가입을 허용하는 방안을 올해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밖에 신탁형 편중이 심해 ISA의 취지가 무색하다는 비판도 나온다.
신탁형 가입자와 가입금액 비율은 지난 1월 말 현재 각각 88.6%, 84.7%에 달한다.
나 본부장은 이에 대해 "신탁형이냐 일임형이냐는 투자자 본인의 성향이나 능력, 자금의 성격에 따라 결정될 문제로 어느 한쪽에 편중됐다고 해서 반드시 문제라고 볼 수는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국민통장'로 불리는 ISA 계좌를 실제 보유한 국민은 가입 요건을 갖춘 2천300만명 중 10% 정도에 그친다.
금융당국은 세제혜택을 늘리고 가입 요건을 완화하는 한편, 중도 인출을 제한적으로 허용하는 방향으로 제도 개선을 추진하고 있다.
나 본부장은 "출시 이후 신규 가입자가 감소하는 것은 모든 금융상품에서 일어나는 일반적인 현상으로 나름대로 정착하는 과정으로 평가한다"며 "상품성을 높여 관심을 끌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hyunmin623@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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