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전폭기 피격 사건 문제 완전 극복"…10억달러 합작펀드 조성에도 합의
(모스크바=연합뉴스) 유철종 특파원 = 러시아와 터키가 10일(현지시간) 정상회담과 양국 고위급 협력위원회 회의를 잇따라 열며 협력 관계를 한층 공고히 하기로 합의했다.
타스 통신 등에 따르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이날 모스크바를 방문한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과 크렘린궁에서 정상회담을 하고 뒤이어 지난 2014년 이후 중단됐다 재개된 양국 고위급 협력위원회 회의에 함께 참석했다.
두 정상은 연이은 회담에서 지난 2015년 11월 터키 전투기의 러시아 전폭기(Su-24) 격추 사건 이후 악화했던 양국 관계를 완전히 회복하고 양자 및 국제 현안에서 협력 관계를 한층 강화하기 위한 방안들을 논의했다.
푸틴 대통령은 회담 뒤 기자회견에서 "회담이 실무적이고 건설적인 분위기에서 열렸다"면서 "러시아와 터키가 파트너십 관계로 복귀했다"고 평가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양국이 Su-24 사고와 관련한 모든 문제를 극복했다고 확신한다"면서 "양국 관계가 이미 정상화 단계를 넘어섰다"고 강조했다.
국제 현안 협력과 관련 푸틴은 "시리아 사태 해결에서 양국 정보기관과 국방부 간의 협력 수준을 아주 높게 평가한다"면서 "양국의 공조와 이란의 가세로 시리아 휴전을 성사시킬 수 있었다"고 만족감을 표시했다.
그러면서 "국제테러리즘과의 전쟁을 위해 양국 정보기관 간 협력을 더 확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양자 관계와 관련해 에르도안은 러시아 전폭기 피격 사건 이후 러시아가 터키에 가한 모든 경제제재를 완전히 해제하길 기대한다고 밝혔고, 푸틴은 터키 노동자 고용 금지 제재가 조만간 해제될 것이라고 답했다.
양측은 또 주요 경제 협력 프로젝트인 터키 내 아쿠유 원전 건설과 '터키 스트림' 가스관 건설 사업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가 2010년 터키와 합의한 아쿠유 원전 건설 프로젝트는 터키 남부 메르신주 아쿠유에 원자로 4기를 갖춘 터키 최초의 원전을 건설하는 것으로 투자비만 200억 달러(약 22조원)에 이르는 대규모 사업이다.
터키 스트림 사업은 러시아 남부에서 흑해 해저를 통해 터키 서부 지역으로 약 1천100km 길이의 가스관을 부설하고 이 가스관을 유럽연합(EU) 국가들로 연장해 러시아산 천연가스를 터키와 EU 국가들로 수출하기 위한 사업이다.
양국은 정상회담과 협력위원회 회의 후 여러 건의 협력 문서에 서명했다. 2017~2020년 기간 경제·과학기술·문화 협력에 관한 중기 프로그램과 2019년을 상호 문화 및 관광의 해로 지정하는 의향서 등을 체결했다.
러시아 직접투자 펀드와 터키 국가펀드가 10억 달러 규모의 합작 투자펀드를 조성하는 협정에도 서명했다.
러시아 전폭기 피격 사건으로 급속 냉각됐던 양국 관계는 지난해 7월 터키 군부 쿠데타 시도 과정에서 러시아가 터키 정부에 도움을 준 뒤 회복 계기를 마련했고, 뒤이어 같은 해 8월 푸틴과 에르도안 대통령이 정상회담을 통해 관계 회복에 합의하면서 급속도로 회복되고 있다.
시리아 정부와 반군을 각각 지원해온 러시아와 터키는 지난해 말 양측의 휴전을 끌어내고 이후 평화 협상을 중재하는 등 시리아 사태 해결에서도 적극적으로 협력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회원국인 터키는 특히 최근 러시아제 첨단 방공미사일 시스템 S-400 '트라이엄프' 구매 협상을 벌이며 군사 분야 협력도 재개한 것으로 알려졌다.
cjyou@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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