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호소, 여자원생 52명 16㎡ 교실에 감금…일부 목격자 "경찰, 30분간 구조요청 무시"
(멕시코시티=연합뉴스) 국기헌 특파원 = 과테말라 폭력피해 아동·청소년 보호소에서 발생한 화재로 인한 사망자가 37명으로 늘었다고 프렌사 리브레 등 현지언론이 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병원 측은 이날 2명의 소녀가 치료를 받았으나 결국 숨졌으며 12명 이상이 아직도 위독한 상태라고 전했다.
특히 보호소 측이 일부 원생들이 부패한 음식 제공과 직원들의 학대 등 열악한 환경 개선을 요구하는 항의 시위를 겪은 이후에 통제를 위해 여자 원생들이 머물던 교실 문을 잠가 화를 더 키웠다는 주장이 나왔다.
화재가 발생할 당시 이 교실에 있던 한 여자 원생이 감금 해제를 요구하며 매트리스에 불을 질렀고 경찰이 화재 초기 당시에 이를 묵살해 결국 대형참사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사회복지 당국이 관리하는 비르겐 데 아순시온은 수도 과테말라시티에서 동쪽으로 10㎞ 떨어진 산호세 피눌라시에 있으며, 폭력과 학대 피해 아동과 청소년들이 18살이 될 때까지 머무는 곳이다.
이 시설에 머물던 아동과 청소년들은 지난 7일 밤 열악한 음식 제공과 관리 직원들의 부당한 대우에 항의 시위를 벌였다. 항의 시위는 진압됐고 항의 시위를 주동했던 남자 원생들은 시설 내 일부 장소로 격리됐다. 시설을 탈출한 일부 원생은 경찰에 붙잡혔다.
화재는 항의 시위 다음 날 오전 9시께 52명의 청소년 여자 원생이 머물던 16㎡ 넓이의 교실에서 발생했다.
경찰과 목격자들은 교실에 머물던 한 여자 원생이 항의 시위에 동조하는 의미로 문을 열어달라고 주장하며 매트리스에 불을 붙였다고 진술했다.
불은 순식간에 2개의 숙소동으로 번졌으며, 부상자들은 대부분 2∼3도의 중화상을 입었다. 일부 부상자는 4도 화상까지 입었다.
그러나 일부 목격자들은 경찰이 화재 초기 당시 연기를 보고도 항의 시위를 벌인다고 오인, 여자 원생들의 구조도움 요청을 30분간 묵살했다는 진술을 하기도 했다.
과테말라 인권단체에서 일하는 클라우디아 로페스는 "보호소 직원들이 여자 원생들을 제한된 공간에 방치했다"면서 "이는 끔찍한 결정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설사 여학생들이 불을 질렀다고 하더라도 왜 그들이 자신의 손으로 불을 질렀는지 생각해보라"면서 "좁은 공간에 아이들이 감금됐는데도 왜 구하지 않았는지 이해가 가질 않는다"고 주장했다.
앞서 과테말라 정부는 사흘간의 애도 기간을 선포했다.
지미 모랄레스 대통령은 국영 TV에서 보호소장을 해고했다고 밝히는 한편 철저한 책임 규명을 지시했다. 열악한 환경의 청소년보호소 개혁 시스템 마련도 지시했다.
penpia21@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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