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하이=연합뉴스) 정주호 특파원 = 중국의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THAAD·사드) 보복 조치 속에 중국 초등학생들이 학교 강당에서 '롯데 불매'를 선서하도록 하는 영상이 돌고 있다.
지난 8일부터 웨이보(微博·중국판 트위터)에 퍼지기 시작한 이 영상에선 베이징의 한 초등학교 학생들이 강당에 집합해 교사의 지도로 오른손 주먹을 쥐고 "군것질을 거부하고 롯데를 배척한다"는 구호를 외쳤다.
구호를 선창하던 교사는 마이크로 "롯데 과자를 적게 사야 한다. 이것이야말로 우리들이 '롯데 불매'에 참여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훈시했다.
강당 앞 칠판에도 "우리 어린 학생들은 이렇게 애국을 한다"며 "군것질을 거부하고 롯데를 배척한다. 우리 중화를 사랑하며 나부터 일어서자"는 내용의 문구가 적혀 있었다.
이를 본 중국 네티즌 사이에서도 열띤 논쟁이 일고 있다. "이 시기에 맞는 애국주의 교육"이라거나 "애국은 노소 구분이 없어야 한다"는 주장도 있었지만, 사드 문제의 전후 인과관계를 이해하거나 판단하지 못하는 어린 학생들에게 이런 구호를 외치도록 하는 것은 도를 넘었다는 지적이 압도적이다.
'세뇌교육'이며 어린이들까지 동원해 국민적 감정싸움을 선동하는 일이라는 것이다.
네티즌들은 "너무 사악한 정치세뇌 교육", "어릴 적부터 미움을 키우는 교육방식은 필연적으로 폭력사회를 낳기 마련", "이렇게 다른 나라를 배척해나가다 보면 우리는 결국 나치 국가가 될 것이고 이들도 나치 돌격대가 될 것" 등의 반응을 쏟아냈다.
중국 시사평론가 양헝쥔(楊恒均)도 "문화대혁명 시대의 정치세뇌 방식과 같다"고 비판했다.
중국 당국은 최근 사드 보복에 대한 수위와 그 속도를 조절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지만 반한 분위기가 사그라지지 않은 채 사드배치 반대 시위도 이어지고 있어 현지 교민들의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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