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사업보다는 관리모드로" 한 목소리로 주문
(서울=연합뉴스) 이상현 기자 =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으로 조기 대통령 선거 국면에 돌입한 가운데, 전문가들은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체제의 정부가 외교 정책에 있어 상황 안정화에 집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전문가들은 현재 한국 외교가 주변국의 강한 압박과 불확실한 국제 정세의 한가운데 놓였다며, 전략적 함의가 있는 주요 사안은 차기 정부에 넘기고 현 정부는 중심을 잡고 상황을 관리해나가야 한다고 12일 말했다.
전문가들은 아울러 정부가 중심이 되든 대선 주자들과 학계가 중심이 되든, 대선 기간 그동안의 우리 외교 정책을 전반적으로 점검하고 당파를 초월해 국익에 도움이 되는 새로운 외교 정책을 준비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외교 전문가 제언.
◇ 장용석 통일평화연구원 책임연구위원
현재 미국은 중국 견제를 포함한 동아태 전략 차원에서 경제통상 분야 등에서 우리를 강력하게 압박하고 있고, 중국의 압박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이런 상황에서 중요한 것은 중심을 잡는 것이다. 권한대행 체제에서는 새로운 정책적 이니셔티브를 쥐고 추진하기 어렵다. 무엇을 추진하더라도 다른 나라로부터 인정받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외부 압력이 강한 상황에서는 중심을 잡고 현재 상황을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전략적 함의를 지니는 결정들은 최대한 자제하면서 정당성을 지닌 차기 정부에 적절히 넘기는 것이 필요하다. 대선 주자들의 외교안보 정책 스펙트럼이 굉장히 다양하다는 측면에서 차기 정부를 위한 사전 정책 준비도 쉽지 않으리라고 본다. 오히려 대선 주자들이나 학계에서 이번 대통령 선거를 계기로 지난 5년을 넘어 20년간의 탈냉전기 국제 상황 변화를 냉정히 돌아보고 새로운 외교안보 정책을 기획해 나가는 것이 필요하다.
◇ 박원곤 한동대 교수
통일외교국방 안보 정책의 신속한 재검토가 중요하다. 우리와 주변국 상황이 빠르게 변하고 있고, 그 폭이 이전에 경험했던 것과는 달리 근본적인 수준이다. 변화에 대처하려면 먼저 우리 정책이 확실히 서야 한다. 중국도, 미국도, 북한도 앞으로 어떤 식으로 나아갈지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불예측성 시대에는 우리의 정책 기조를 명확히 갖고 있어야 상대가 어떻게 나오든 원칙을 바탕으로 대응할 수 있다. 여권이든 야권이든 한국에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고민하면서 외교안보 정책을 준비해야 한다. 이를 위해 정부가 한미동맹, 북핵문제 등 핵심적 의제에 대해 지금이라도 여·야, 진보·보수를 막론하고 전문가 등과 함께 TF(태스크 포스)를 만들어 초당적으로 정책 검토를 해야 한다. 다음 정부는 인수위 기간도 없지 않나. 새로 시작하는 정부에 정책 토대를 제공하기 위한 준비를 시작해야 한다. 시간을 이미 많이 손해 봤다. 대선 전까지 현상 유지만으로는 부족하다. 초당적 그룹을 정부 주도로 만들어 당장에라도 정책 검토에 착수해야 한다.
◇ 홍현익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
권한대행 체제에서는 새로운 사업을 시작하기보다는 상황 관리에 머물러야 한다. 특히 남북관계에 있어 상황을 악화시키는 것은 피해야 한다. 차기 정부가 각자 원칙대로 적절한 절차를 찾아서 남북관계를 풀어갈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다른 한편으로는 당초 박근혜 정부가 대외적으로 균형외교를 추진하겠다고 밝혀놓고 그것에게서 멀어진 측면이 있는 만큼, 남은 두달간이라도 본래 초심으로 돌아갈 필요도 있다고 본다. 박근혜 정부의 잘못된 정책들을 지금이라도 수정해 나갈 필요가 있지만, 현실적으로 쉽지는 않으리라 본다. 다만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문제의 경우, 중국이 한국에 보복하지 못하도록 미중간 타협을 이룰 때까지는 배치를 연기하는 것은 필요하다고 본다.
hapyry@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