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고은지 기자 =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오는 15일로 5주년을 맞는다.
한미FTA는 협상이 시작될 때부터 5년이 지난 현재까지 양국 모두에 '뜨거운 감자'이다.
우리나라에서는 협상 당시 물대포가 등장할 만큼 한미FTA에 반대하는 격렬한 시위가 곳곳에서 벌어졌고, 이제는 오히려 미국에서 한미FTA를 '불공정한 무역'으로 몰아세우고 있다.
한미FTA에 대한 서로 다른 견해에도 불구하고 한미FTA는 지난 5년간 무역 측면에서 양국 모두에 적지 않은 성과를 가져다준 것으로 평가된다.
세계 경제 침체로 전반적인 교역량 감소했지만, 한미 간 교역은 오히려 증가세를 보였다.
◇ 우여곡절 한미FTA 5년 성적표 '양호'
한국과 미국 간 상품무역의 관세 철폐 등에 관한 규정을 담은 한미FTA는 2012년 3월 15일 0시 발효했다. 2006년 6월 처음 협상을 시작한 지 5년 9개월 만이다.
한미FTA는 논란 끝에 2011년 11월 22일 우리 국회에서 여당 단독으로 비준되는 등 시작부터 삐걱댔다.
그러나 5년간의 성적표는 양호한 수준인 것으로 평가됐다.
13일 산업통상자원부와 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 5년간 세계 교역은 연평균 2.0%, 우리나라의 전체 교역은 3.5% 줄었지만, 한미 교역은 오히려 1.7% 늘었다.
양국 간 교역 증가에 힘입어 한미 모두 상대국 수입시장에서 점유율이 큰 폭 상승했다.
우리나라는 미국 수입시장 점유율이 2.6%에서 3.2%, 미국은 한국 수입시장 점유율이 8.5%에서 10.6%로 올랐다. 특히 미국의 점유율은 2007년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우리나라는 상품무역, 미국은 서비스무역에서 강한 모습을 보였다.
우리나라의 상품수지 흑자는 2011년 116억 달러에서 2016년 233억 달러로 확대됐다. 미국은 서비스수지 흑자가 2011년 109억 달러에서 2015년 141억 달러로 늘었다.
FTA 특혜관세 혜택 품목은 2012년 3천521개에서 2016년 4천111개로 증가했다.
한미FTA 체결 당시 가장 우려했던 미국산 농축수산물 수입은 지난 5년간 오히려 감소했다.
미국산 농축수산물 수입액은 FTA 발효 전인 2011년 73억3천만 달러에서 2016년 67억2천만 달러로 1.7% 줄었다. 곡류(밀·옥수수·대두)는 12.6% 감소했다.
가장 활발한 교역을 보인 품목은 자동차로, 수출과 수입이 연평균 각각 12.4%, 37.1% 늘었다.
◇ 체결 전후 다른 표정…"양국 호혜적 협상"
한미FTA 체결 전후 한국과 미국의 표정은 다소 차이가 있다.
체결 전에는 우리나라에서의 반대가 훨씬 심했지만, 지금은 오히려 미국에서 날을 세우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정부 출범 이후에는 한미FTA 재협상까지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
트럼프 정부가 한미FTA를 비판하는 주된 근거는 상품 수출입 간 차이를 나타내는 지표인 무역수지다.
우리나라의 대(對) 미국 무역수지는 발효 전인 2011년 116억 달러 흑자에서 지난해 233억 달러 흑자로 개선됐다.
반면에 미국은 같은 기간 대 한국 무역적자가 132억 달러에서 276억 달러로 늘어난 것으로 트럼프 정부는 추산했다.
다만 그 속을 들여다보면 미국의 무역적자는 FTA 비(非) 수혜품목이 주도했음을 알 수 있다.
지난해 미국 국제무역위원회(USTIC)는 FTA가 체결되지 않았다고 가정할 때 미국의 대 한국 상품무역 적자는 440억 달러(2015년 기준)로 늘었을 것으로 예측했다.
우리나라의 대미 투자는 2011년 199억 달러에서 2015년 401억 달러로 203% 급증했다. 같은 기간 미국의 대 한국 투자는 22.7% 늘었다.
미국에 대한 투자 증가는 현지 고용 창출을 견인했다.
미국 진출 한국 기업의 신규 고용은 2011년 3만5천명에서 2015년 4만5천명으로 확대됐다.
산업부 관계자는 "한국은 상품무역에서, 미국은 서비스무역에서 강세를 보이며 양국 간 교역이 더욱 균형된 추세로 나아가고 있다"고 평가했다.
무역협회 정혜선 연구원은 "지난 5년간 한미FTA를 기반으로 양국이 상호 호혜적인 성과를 달성한 것으로 평가한다"며 "앞으로도 FTA 활용 제고와 상호 투자 확대를 통해 양국 간 무역의 확대 균형으로 나아가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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