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저 스톤, 워싱턴타임스 인터뷰서 자인…"악의 없는 짧고 평범한 대화"
(워싱턴=연합뉴스) 심인성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핵심 측근이자 지난해 대선 때 그의 선거 참모로 활동했던 로저 스톤이 민주당 전국위원회(DNC) 해킹범으로 알려진 '구시퍼 2.0'과 트위터 접촉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
루마니아인 해커를 자처하는 구시퍼2.0은 러시아 정보당국과 관련 있는 것으로 알려진 인물로, 러시아 '미국 대선개입 해킹' 사건의 핵심 고리다.
트럼프 대선캠프에서 이른바 '네거티브 전문가'로 활동했던 스톤은 10일(현지시간) 미 일간 워싱턴타임스 인터뷰에서 구시퍼2.0과의 트위터 접촉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그 대화는 전혀 악의가 없는 것이었다. 형식적이고 아주 짧은 따분한 대화여서 아예 잊고 있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스톤의 구시퍼2.0 접촉 사실은 트럼프 캠프가 DNC는 물론 민주당 대선후보였던 힐러리 클린턴 캠프 인사들의 해킹에 간접적으로나마 연루됐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일 수 있어 파장이 예상된다. 특히 이는 트럼프 대통령의 핵심 측근들과 러시아 당국 간의 부적절 접촉, 즉 '러시아 커넥션' 의혹이 확산하는 가운데 나온 것이어서 새로운 논란거리로 부상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워싱턴타임스에 따르면 스톤은 지난해 8월 5일 인터넷매체 브레이트바트 뉴스에 DNC 해킹범은 러시아가 아니라 구시퍼2.0이라는 내용의 기사를 게재했으며, 이후 구시퍼2.0와 직접 트위터로 약간의 메시지를 교환했다.
그해 8월 14일 자 메시지를 보면 스톤은 '트위터가 구시퍼2.0의 계정을 일시 중단했다가 다시 복원시켜 기쁘다'는 글을 올렸고, 이로부터 이틀 후에는 구시퍼2.0 트위터 계정에 '2016년 대선이 조작됐다'는 자신의 칼럼을 리트윗해 달라고 요청하는 메시지를 보냈다.
그러자 구시퍼2.0은 "답을 줘서 고맙다. 나에 대한 기사(브레이트바트 뉴스 기사)도 고맙다. 내가 올린 문건에서 뭔가 좀 흥미로운 것을 찾았느냐?"고 반문했다.
또 구시퍼2.0은 8월 17일 스톤에게 "당신은 훌륭한 사람이다. 어떤 식으로든 내가 도울 일이 있으면 알려달라. 그렇게 할 수 있다면 이는 나에게 큰 기쁨이다"는 내용의 메시지를 보냈다.
스톤이 이 메시지에 답을 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지만, 그는 사흘 후인 8월 21일 자신의 트위터에 "나를 믿어라. 포데스타의 골치 아픈 시간이 곧 온다"는 글을 올렸고, 실제 몇 주 후 클린턴 캠프의 선대본부장이던 존 포데스타의 해킹된 이메일이 폭로전문 사이트 '위키리크스'를 통해 공개돼 논란이 일었다.
이 때문에 당시 스톤이 미리 포데스타의 이메일 해킹 사실을 알고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으나 스톤은 사실무근이라고 일축했다.
워싱턴타임스는 스톤과 구시퍼2.0 간의 드러난 대화 내용이 일상적인 것이라고 하더라도 트위터 접촉 사실 그 자체는 안 그래도 러시아 커넥션 의혹에 시달리는 트럼프 대통령에게는 골칫거리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미 정보당국은 지난해 12월 러시아가 트럼프 대통령의 대선 승리를 돕고자 DNC 등을 해킹했다고 결론 내렸으며, 이를 토대로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은 퇴임 직전 러시아 외교관 집단추방 등의 보복조치를 취했다.
그러나 당시까지만 해도 러시아의 해킹 자체를 부인해 온 트럼프 대통령은 러시아에 대한 제재에 부정적 입장을 보였으며, 이 무렵 그의 핵심 측근인 마이클 플린이 세르게이 키슬략 주미 러시아대사와 접촉하면서 제재문제까지 논의했고 이런 사실이 뒤늦게 드러나 플린은 국가안보보좌관에 취임한 지 얼마 안 돼 낙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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