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레이 외무 "북측과 3차례 비공식면담"…양측 요구 어느정도 조율 관측
(쿠알라룸푸르=연합뉴스) 최현석 특파원 = 말레이시아가 북한에 억류된 자국민 귀환 문제 등을 논의하기 위해 며칠내로 북한과 공식회담을 열기로 하면서 북측에 어느 정도 양보할지 주목되고 있다.
12일 현지 매체에 따르면 아니파 아만 말레이시아 외무장관은 전날 북한 내 억류자 가족들과 비공개 면담을 한 뒤 기자들과 만나 "북한이 회담 시작을 원한다"며 수일 내에 북측과 공식회담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아니파 장관은 "사전에 (쿠알라룸푸르 주재 북한대사관) 관리들과 3차례 비공식 면담을 했다"며 "이는 양측 정부 간 공식 면담에 앞서 준비를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평양에 발이 묶인 말레이인 가족들에게 "그들이 건강하고 정신적으로 안정된 상태에서 자유롭게 일상생활을 하고 있다"며 "그들을 데려오기 위한 작업이 다 됐다"고 했다.
이에 따라 양측이 상호 요구 사항을 어느 정도 조율한 것으로 관측된다.
말레이시아는 북한에 억류된 주북한 말레이시아 대사관 직원과 가족 등 9명의 조기 귀환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다.
북한은 말레이 측에 북한인 1천여 명의 출국 금지 해제 요구 외에 말레이 북한대사관에 은신중인 것으로 알려진 용의자 현광성(44)과 김욱일(37)의 귀국 보장과 김정남의 시신 인도 등을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따라 말레이시아가 인질 귀환을 위해 북한의 요구사항을 어느 정도 들어줄지가 관건이다.
말레이시아로서는 북에 억류된 인질의 안전을 외면한 채 북측이 거부할 것이 분명한 현광성과 김욱일에 대한 직접 조사를 계속 요구하지는 않을 것으로 관측된다.
득이 없는 조사 요구 대신 두 용의자가 간접적으로나마 말레이 경찰 조사에 협조하도록 한 뒤 추방 등 방식으로 조사를 마무리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 경우 김정남을 VX로 독살한 배후에 대한 수사는 영구 미제로 남을 것으로 보인다.
아니파 장관이 "말레이시아는 김정남 시신을 필요 이상으로 보관하기를 원하지 않는다. 결국에는 (북한) 정부든 가족이든 누군가에게 시신을 넘겨야 할 것"이라고 말한 점을 보면 말레이시아가 시신을 북측에 넘기지 않겠다는 기존 입장을 바꿀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일부에서는 말레이시아가 지난 10일 시신 신원을 김정남으로 확인한 점이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에게 시신을 인도할 기회를 준 것으로 보고 있다.
신변 안전을 우려해 마카오를 떠나 도피 중인 것으로 관측되는 김정남 가족이 시신 인도에 나서지 않는 상황에서 김정남 이복동생인 김 위원장이나 김정철, 김여정 등이 시신 인도 우선권을 가질 수도 있다는 관측이다.
북한에 있는 김정남의 친척 등에게 시신을 인도할 경우 형식적으로나마 암살 배후인 북한 정부에 시신을 인도하지 않았다는 명분을 얻을 수 있다.
그러나 말레이시아가 인도주의 원칙을 우선시해 김정남 직계 가족이 시신 인도 포기 의사를 확인하기 전까지는 북에 시신을 인도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힐미 야하야 말레이시아 보건부 차관은 전날 "시신 인도 요구에는 시한이 없다"며 "이번 사건은 관심이 큰 사건이기 때문에 성급히 결정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해 김정남 시신을 장기간 보관할 가능성을 시사했다.
외교 소식통은 말레이시아가 북한 내 인질들의 귀환 조건으로 자국내 북한인 1천여 명의 출국과 현광성, 김욱일의 출국을 허용할 수 있다며 김정남 시신 인도는 별도로 장기 협상 과제로 끌고 갈 수 있을 것으로 관측했다.
harris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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