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여성의 날 하루 뒤에 발언…반발 거세지자 "농담이다" 해명
(서울=연합뉴스) 김보경 기자 = 영국의 대형 유통업체인 테스코의 최고경영자(CEO)가 여성과 소수인종에 대한 우대정책 때문에 백인 남성들이 기업 고위직군에서 '멸종위기종'이 됐다고 말해 뭇매를 맞고 있다.
11일(현지시간) 영국 BBC방송에 따르면 존 앨런 테스코 CEO는 지난 9일 런던에서 열린 유통업계 박람회인 '리테일 위크 라이브'에 참석, 새 비상임이사 선임과 관련해 언급하던 중 "당신이 여성이고, (다른) 인종적 배경을 갖고 있다면, 혹은 둘 다라면 당신은 극도로 좋은 시기에 와 있다"고 밝혔다.
이어 "수천 년 동안 남성들이 이런 자리를 대부분 차지했지만 시계의 추(흐름)가 아주 다른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며 "만약 당신이 백인 남성이라며 힘들 것이다. 당신은 멸종위기종이며 2배 이상 열심히 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앨런 CEO의 발언은 세계 여성의 날(8일) 하루 뒤에 나와 여성·인종차별적이라는 비난을 받았다.
특히 테스코 이사회가 백인 남성 8명과 백인 여성 3명으로 구성돼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여성단체 중심으로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영국 노동당 의원인 이베트 쿠퍼는 "테스코 이사회 11명 중 8명이 백인 남성이다"라고 꼬집으며 "말이 안 나온다"고 비판했다.
소피 워커 영국 여성평등당 대표도 이러한 발언에 대해 현실을 외면하고, 소비자들을 소외시킨 것이라며 테스코 불매운동을 제안했다.
워커 대표는 임금 격차는 인종·성 불평등으로부터 기인한다는 여성인권 신장단체인 '포셋 소사이어티'의 자료를 제시하며 아직 여성들이 남성들의 자리를 위협하고 있진 않다고 지적했다.
논란이 커지자 앨런 CEO는 성명을 내고 "농담으로 던진 말이었다"고 해명했다.
그는 "내 말의 요지는 성공적인 이사회는 다양한 집단을 대표하는 이들을 적극적으로 끌어와야 한다는 것이었다"며 "아직 갈 길이 멀다. 하지만 지금이 여성들이 이러한 역할을 맡기에 아주 적절한 시기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나는 내가 거쳤던 모든 조직에서 다양성을 옹호하려고 노력해왔다"며 "만약 내 말이 반대의 인상을 줬다면 아주 후회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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