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금조달 부담 큰 듯…산은 "원칙은 그대로, 추후 검토"
(서울=연합뉴스) 구정모 윤보람 기자 = 금호타이어를 인수하려는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컨소시엄을 통해 조달한 자금도 유효하다고 인정해달라고 채권단에 공식 요청했다.
개인 자격으로 인수 자금을 온전히 마련해야 하는 데 부담을 느낀 박 회장이 외부 '백기사'를 동원하는 방안을 추진하며 채권단과 협상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12일 금호아시아나그룹에 따르면 박 회장은 지난 2일 금호타이어 주주협의회(채권단)에 "계열사와 제3자를 금호타이어 주식을 인수할 자로 지정해 컨소시엄 형태로 참여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내용의 공문을 보냈다.
중국 타이어 업체 더블스타가 컨소시엄을 구성해 인수에 참여했듯이 박 회장도 컨소시엄 형태로 들어갈 수 있도록 허용해달라는 요청이다.
주주협의회는 박 회장 개인이 세운 특수목적법인(SPC)을 통해 재무적 투자자(FI)로부터 빌려오는 돈은 개인 자금으로 인정하지만, 제3의 기업과 컨소시엄을 이뤄 인수에 나서는 방식은 불가능하다는 뜻을 밝혀왔다.
박 회장은 공문에서 '컨소시엄 인수 허용' 여부를 주주협의회에 안건으로 부의해달라고 요청했으나 주주협의회는 이를 공식적으로 논의하지 않고서 더블스타에 매각하기로 결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 회장이 개인 자격으로 인수 자금을 마련해야 할 처지가 되자 시장에서는 과거 '승자의 저주'가 재현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왔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2006년과 2008년 대우건설과 대한통운을 무리하게 인수하는 바람에 유동성 위기를 겪으면서 금호타이어와 금호산업 등 핵심 계열사를 채권단에 넘긴 바 있다.
그룹 관계자는 "아무래도 개인 자격으로만 인수에 나서기엔 부담이 있고 재무 안정성에 대한 우려가 큰 만큼 채권단에 컨소시엄 가능성 여부를 타진한 것"이라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1조원의 자금을 확보한 것은 분명한 사실"이라며 "인수를 포기할지를 말할 수 있는 단계는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박 회장 측은 더블스타와 형평성이 필요하다는 논리와 함께 중국 업체가 금호타이어를 인수하면 기술 유출이 불가피하다는 점을 강조하며 채권단을 계속 설득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대해 산업은행은 "일단 개인 자격으로 인수해야 한다는 기존 방침에는 변함이 없다"면서 "이번 공문은 단순히 컨소시엄 방식이 가능한가를 문의하는 내용이었다"고 밝혔다.
이어 "13일 더블스타와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하고서 박 회장 측에 매매 조건을 알려준 뒤, 박 회장이 정식으로 인수 의향을 밝히면 그때 가서 판단해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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