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넌 해고야" 교사 정직·'트럼프영상에 물총' 교사 휴직처분
(서울=연합뉴스) 김아람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시대를 맞아 미국 교사들이 교실에서 정치 견해를 드러내도 되는지를 두고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12일(현지시간) AP통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 취임 후 학생들 앞에서 트럼프 대통령에 관한 의견을 표출한 미국 교사들이 잇따라 교육 당국의 경고를 받았다.
앨라배마 주 터스컬루사 시 교육위원회는 지난해 대선 다음 날 학생들에게 "오바마, 넌 해고야"라는 자막을 단 트럼프 대통령 사진을 보여준 교사 스콧 존슨에게 정직 처분을 내렸다.
터스컬루사 교육위는 존슨 교사가 교실에서 편파적인 정치 활동을 금지하는 교육위 방침을 위반했다고 설명했다.
텍사스 주 댈러스 학구는 교실에서 트럼프 대통령 영상을 향해 물총을 쏘며 "죽어라"라고 외친 미술 교사 파열 모디에게 공무 휴직을 하도록 했다.
뉴욕의 에이드리아 자와츠키 교사는 단어 '거만하다'(haughty)로 트럼프 대통령 말투를 묘사해보라는 숙제를 냈다가 교육청으로부터 경고를 받았다.
뉴욕시교육청의 마이클 에시먼 대변인은 "교직원은 학교에서 정치 현안을 논의할 때 중립을 유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트럼프 시대를 맞아 미국 학교에서는 사회 수업뿐 아니라 다른 과목 시간이나 점심시간에도 이민, 인종, 성소수자 등을 주제로 시사 토론이 활발해졌으며, 학생들도 종종 선생님들의 생각을 묻는다고 AP는 전했다.
그러나 이때 교사들이 자신의 정치적인 관점을 드러내는 게 적절한 행동인지, 교사로서 지켜야 할 선을 넘는 것인지를 두고 의견이 분분하다.
뉴욕 주 나이아가라폴스 고등학교 교사 줄리 콘티는 트럼프 대통령의 의회 연설, '가짜 뉴스' 현상 등을 주제로 한 정치 만화를 활용한 수업을 했다. 그러나 이 만화 내용에 동의하는지는 밝히지 않고 중립을 유지했다.
이 수업을 들은 학생 산티노 카파렐라는 "우리는 자신의 관점을 찾아낼 수 있어야 한다"며 "왜 선생님들은 의견을 말하면 안되느냐"고 물었다.
또 다른 학생 마이클 맥도널드는 "선생님도 의견이 있는 게 당연하다"며 "견해를 뚜렷하게 밝히지 않고, 우리 의견에 영향을 미치려 하지만 않으면 문제 될 게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위스콘신 대학 윤리·교육 센터의 프로그램 책임자 폴러 매커보이는 "교사들이 교실을 가두 연단으로 이용하면 안 된다는 믿음이 있지만 무엇이 허용되고 허용되지 않는지에 대해서는 변수가 많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학교는 젊은이들에게 다름을 배려하고 의견을 형성할 공간을 제공해야 하므로 교실에서 정치 이야기를 피하는 것이 답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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