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력사태' 책임공방'…총학생회 "성낙인 총장 퇴진해야"
(서울=연합뉴스) 이재영 기자 = 제2캠퍼스인 시흥캠퍼스를 조성하려는 서울대와 이를 막으려는 학생들의 갈등이 커지고 있다.
13일 학내언론인 '대학신문'은 시흥캠퍼스에 반대하는 학생들의 본관 점거농성을 적게 다루라는 압박을 받았다는 등 이유로 이날 1면을 백지로 발행했다. 백지발행을 결정한 대학신문 기자단은 "주간교수가 지난해 10월10일 학생총회와 (그 결정으로 이뤄진) 본부점거 이슈를 줄이고 개교 70주년 이슈의 비중을 늘릴 것을 강요했다"면서 "이에 항의했지만, 주간이 광고·예산·인사 등 권한을 쥐고 기자단을 압박했다"고 주장했다.
서울대 공식 학보인 대학신문이 1면 전체를 백지로 내기는 65년만에 처음인 것으로 알려졌다. 2004년 주간과 기자들이 신문제작 방침에 합의를 못 해 제호와 광고, 외부기고 등을 백지로 낸 적은 있다.
이런 가운데 대학본부와 학생들은 시흥캠퍼스 반대 점거농성 중이던 학생들을 퇴거시키는 과정에서 발생한 '폭력사태'에 대한 책임공방을 벌이고 있다.
본부는 휴일인 11일 오전 6시30분부터 교수와 직원 400여명을 동원해 본관을 150여일째 점거 중이던 학생들을 몰아냈다.
대부분 학생이 쫓겨나고 일부만 본관 4층에 남은 오후 3시께 외부에 있던 학생들이 재진입을 시도했다. 직원들과 학생들이 이 과정에서 충돌, 각각 소화기와 소화전을 이용해 서로에게 분말과 물을 쐈다.
폭력사태에 대해 양측은 서로에게 책임을 넘기는 해명만 내놓았다.
학생 측 '본부점거본부'는 직원들이 '물대포'를 쐈다며 물을 맞는 사진을 페이스북 등으로 공유하면서도 자신들이 먼저 소화기를 사용했다는 점은 숨겼다.
이후 논란이 벌어지자 서울대생 온라인커뮤니티인 '스누라이프' 등을 통해 "본관에 재진입하려는 과정에서 직원들이 발길질 등을 하자 학우 한 분이 우발적으로 소화기를 두 차례 분사했고 (직원이 설치한) 바리케이드 쪽으로 던져 바로 제지했다"고 해명했다.
본부 측은 직원들이 물을 학생들에게 쐈다는 사실을 감췄다.
본부는 설명자료를 내어 "학생들이 직원들에게 수차례 소화기 분말을 난사했다"면서 "밀폐된 공간이 분말로 가득 차면서 호흡곤란 등 신체손상의 위협을 느낄 수 있는 상황이었다"고 강조했다.
이어 "실내 가스(분말)를 진정시키고자 소화전을 이용했고 이런 상황에서 소화기를 난사한 학생이 진입을 시도했다"면서 "(학생이) 물을 뒤집어쓴 것은 사실이지만 (물을 쏜 것은) 자기방어적 수단이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학내언론이 공개한 영상을 보면 소화기 분말을 쏜 학생은 바리케이드 위의 직원들을 향해 4∼5차례 방향까지 바꿔가며 분말을 발사했다. 물을 쏜 직원은 바리케이드를 오르는 학생에게 물을 직사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금은 학생들이 점거농성을 풀고 이달 13일과 다음 달 4일 열릴 전체학생총회에서 의사를 밝히겠다고 한 상황이어서 추가적인 충돌 가능성은 작다.
하지만 시흥캠퍼스를 둔 학내갈등은 한동안 사그라지지 않고 성낙인 총장 퇴진운동 등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서울대 총학생회는 13일 성명에서 "대학본부는 폭력침탈과 물대포 진압현장 책임자를 밝히고 처벌하라"면서 "3·11 폭력침탈 책임자인 성 총장은 퇴진하라"고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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