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 우주기업 날아가는데…목적지 못찾은 NASA 향방 '안갯속'

입력 2017-03-13 11:53  

민간 우주기업 날아가는데…목적지 못찾은 NASA 향방 '안갯속'

머스크·베저스 등 '야심찬 우주 개발'…트럼프 정부 우주계획 불투명



(서울=연합뉴스) 안승섭 기자 = 미국 민간 기업이 우주계획에 박차를 가하는 가운데 인류의 우주탐사를 이끌었던 미 항공우주국(NASA)은 목적지도 정하지 못한 채 헤매고 있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1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NASA의 황금기는 미국이 소련과 달 탐사 경쟁을 벌이던 1960년대 냉전 시기라고 할 수 있다. 미국은 그 경쟁에서 이겨 달에 성조기를 꽂았고, NASA의 위상은 누구도 넘볼 수 없었다.

지금은 사정이 달라졌다. 무엇보다 치열했던 국가 간 우주탐사 경쟁이 사라졌다. 미국은 한때 경쟁자였던 러시아와 협력해 자국 우주인을 러시아 우주선에 실어 국제우주정거장(ISS)에 보내고 있다.

'우주 굴기'를 내세워 급부상하는 중국도 우주 경쟁에 불을 붙일 달 착륙을 서두르지는 않고 있다.

국가 간 경쟁이 사라진 반면, 민간 우주기업은 야심 찬 계획을 속속 내놓고 있다.

테슬라의 최고경영자(CEO) 일론 머스크와 그의 우주기업 스페이스X가 선봉에 섰다. 머스크는 새로 개발하는 민간 우주선 '팰콘 해비'로 내년까지 우주 관광객 2명을 달로 보내겠다고 발표했다.

아마존의 CEO 제프 베저스가 운영하는 블루 오리진은 미래의 달 기지를 위해 지구와 달을 잇는 화물 운송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뜻을 NASA에 전했다. 머스크는 한술 더 떠 2024년까지 화성에 사람을 보내고, 궁극적으로는 '화성 문명'을 건설하겠다고 공언했다.


민간 우주기업의 부상은 뉴트 깅리치 전 하원의장과 같은 자유경쟁주의자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비공식 조언자이기도 한 깅리치는 "우주 공간을 정부의 독점에서 해방해 라이트 형제, 에디슨, 포드 등이 발휘했던 기업가 정신이 충만한 곳으로 만들어야 한다"며 우주탐사와 개발의 경쟁 체제를 주장했다.

2년 뒤 아폴로 11호의 달 착륙 50주년을 맞아 달 탐사에 대한 목소리가 곳곳에서 나오는 가운데 트럼프 정부가 우주정책을 어떻게 꾸릴지는 가늠하기도 어렵다.

트럼프는 지난달 의회 연설에서 "먼 세상에 미국인의 발자취를 남기는 것은 그리 큰 꿈이 아니다"라는 수수께끼 같은 한 마디만 던졌을 뿐, NASA 신임 국장과 과학 보좌관을 뽑지는 않고 있다.

게다가 NASA 경쟁력 자체가 시대에 뒤떨어진 것도 NASA의 위상 추락을 부추기는 원인으로 지목된다.

NASA가 개발 중인 사상 최대 우주 로켓 우주발사시스템(SLS)은 생산원가에 일정 이익률을 고려해 가격을 보장해 주는 '원가 가산 방식'으로 만들어져 주 계약자인 보잉이 원가 절감에 애쓸 필요가 없다. 또한 한 번 발사에 10억 달러 거액이 들지만 일회용이다.

민간기업인 스페이스X와 블루 오리진은 모두 육지나 해상 플랫폼에서 회수할 수 있는 추진 로켓을 개발하는 데 열을 올려 왔다.

WP는 지금 NASA에 무엇보다 필요한 것은 뚜렷한 목적의식과 동기 부여, 하드웨어의 혁신이라고 꼬집었다.

ssah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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