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니세프 "어린이 850명 징병, 사형집행인·자폭대원 역할"
(서울=연합뉴스) 정광훈 기자 = 시리아 내전이 격화하면서 지난해 수백명의 어린이가 폭력으로 목숨을 잃었으며 불구가 되거나 전쟁터로 끌려간 어린이 수도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유엔아동기금(유니세프)이 13일(현지시간) 발표한 최신 보고서에 따르면 시리아 어린이들에게 2016년은 내전 발발 이후 최악의 해로 기록됐다.
내전의 소용돌이 속에서 2016년 목숨을 잃은 시리아 어린이는 최소 652명으로 전년도보다 20%나 증가했다. 2014년 어린이 희생자 공식 확인 작업이 시작된 이후 가장 많았다. 이 가운데 3분의 1이 넘는 최소 255명은 학교 안이나 부근에서 목숨을 잃어 분쟁 당사자들이 학교를 안전한 피난처로 인식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보여줬다.
유니세프 보고서는 또 작년에 강제로 징집된 어린이가 850명으로 전년도의 331명에 비해 3배 가까이 증가했다고 밝혔다.
유니세프의 나즈와 메키 대변인은 어린이 징병은 주로 반군이나 극단주의 무장세력에 의해 자행된 것으로 보이지만, "모든 분쟁 당사자들"이 국제 인권법이 금지하고 있는 어린이 징병에 가담했다고 지적했다.
끌려간 어린이들은 최전선에서 직접 전투에 동원되기도 하고, 사형집행인이나 자살폭탄 공격대원, 감옥 경비원 등의 극단적인 경우를 비롯해 전투요원 역할이 점차 증가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유니세프 중동지역 대변인 줄리에트 투마는 지난해 시리아 어린이들이 내전 발발 이후 최악의 상황을 겪었다며 어린 소녀들을 성적으로 학대했다는 보고도 있다고 말했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는 유니세프의 별도 보고서를 인용, 28만 명의 시리아 어린이들이 인도적 지원의 길이 완전 차단된 접근 곤란 지역에 살고 있고 구호에 의존해 연명하는 어린이도 거의 600만 명에 이른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터키, 레바논, 요르단, 이집트, 이라크 등지에서 난민으로 떠도는 시리아 어린이가 200만 명이 넘는다며, 2011년 3월 내전 발발 이후 고국을 떠난 전체 시리아인의 절반에 이르는 수치라고 전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비영리기구 세이브더칠드런의 보고서를 토대로 시리아 어린이들의 정신건강상태가 심각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가디언에 따르면 세이브더칠드런이 조사한 시리아 어린이의 70% 이상이 공격성과 배뇨조절장애, 실어증 등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와 스트레스 중독 증세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유니세프는 시리아 내전을 정치적으로 해결하고 어린이를 대상으로 저지르는 심각한 인권침해를 즉각 중지할 것을 촉구해왔다.
유니세프 최신 보고서는 러시아와 이란의 지원으로 승기를 잡은 시리아의 바샤르 알아사드 정권이 반군 지역의 완전 탈환을 다짐하면서 내전 조기 종식 가능성이 희박해진 가운데 발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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