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력 정치기자 "국논의경참사 방송 우려해 막판에 국경 방치" 주장
EU-터키 난민협정 前, 독일·네덜란드·터키 총리회담서 세부논의
(서울·베를린=연합뉴스) 김수진 기자·고형규 특파원 = '난민 엄마'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의 난민포용정책이 인도주의나 윤리와 관계없이 배짱 부족 탓에 상황에 몰려서 탄생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12일(현지시간) 영국 더타임스에 따르면 독일의 유력 정치 전문 기자 로빈 알렉산더는 저서 '떼밀려서 이뤄진 것들 - 메르켈과 난민정책 : 권력 내부로부터의 보고'(Die Getriebenen - Merkel und die Fluechtlingspolitik : Report aus dem Innern der Macht)에서 이같이 해설했다.
일간지 디벨트 소속 알렉산더 기자는 "메르켈 총리가 2015년 9월 난민 위기가 극에 달했을 당시 난민 수만 명에 국경을 닫으려 했으나 마지막 순간 국경서 경찰과 민간인이 충돌하는 장면이 텔레비전에 나쁘게 비칠까 두려워 이를 철회했다"고 주장했다.
책에 따르면 당시 메르켈 총리는 참모들로부터 난민 4만 명이 발칸 지역에서 오스트리아를 거쳐 독일 남부를 향해 이동하고 있으며, 일주일 내 독일로 진입할 것이라는 보고를 받았다.
메르켈 총리는 이후 토마스 데메지에르 내무장관 등 고위급 지도부와 화상 회의를 열어 국경 봉쇄를 위한 특별 대책을 마련하게 했다.
이에 경찰 수천 명이 난민 유입 저지를 위해 버스와 헬리콥터를 타고 오스트리아 국경으로 비밀리에 이동했고, 독일 언론은 이 사실을 알았지만 보안상의 이유로 보도하지 않기로 했다.
하지만 무장한 독일 경찰과 민간인이 국경에서 충돌하는 장면이 퍼져나갈까 우려한 메르켈 총리는 데메지에르 장관을 통해 "이번 일로 나타날 이미지를 우리가 감수할 수 있겠느냐" "품에 아이를 안은 난민 500명이 국경 수비대를 향해 돌진하면 무슨 일이 생기겠느냐"고 디터 로만 경찰청장에게 질의했다.
화가 난 로만 청장은 현장의 경찰 지휘관이 적절한 조처를 할 것이라고 답했고, 데메지에르 장관은 이 같은 반응을 전했지만, 메르켈 총리는 마지막 승인을 내리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비자가 없는 사람들을 돌려보내도록 하는 명령이 해제됐고, 독일 국경은 180일간 더 개방돼 수만 명의 이민자가 들어왔다.
독일 국경은 발칸 국가가 난민 루트를 제한한 지난해 3월에야 폐쇄됐다.
난민들이 독일로 들어온 뒤 반전은 평범한 국민이 알아서 연출했다고 알렉산더는 기술했다.
독일 국민은 기차역으로 모여들어 난민들을 열렬히 환영했다.
메르켈 총리는 난민과 난민 수용소를 방문해 웃으며 '셀카'를 찍었고 이 사진은 전 세계로 퍼졌다.
알렉산더는 "셀카도, 국경 개방도 계획된 게 아니었다"면서 "하지만 독일은 엄청난 황홀함에 빠졌고 메르켈은 전처럼 대중의 분위기에 따라 움직였다. 그녀는 표심에 따라 통치한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메르켈 총리에게 유리한 상황은 오래가지 못했다.
독일 내부에서 난민 문제에 대한 우려가 커지자 반(反) 난민정책을 내건 극우 '독일을 위한 대안당(AfD)'의 지지율이 3%에서 15%로 치솟았다.
독일은 오는 9월 연방의회 선거를 앞두고 있다.
알렉산더는 메르켈 총리가 난민 포용정책을 대폭 수정하기는 했으나 9월에 큰 대가를 치를지도 모른다고 전망했다.
메르켈 총리는 최근 여론조사에서 전 유럽의회 의장인 마르틴 슐츠 사회민주당 총리 후보에게 밀리고 있다. 사민당이 좌파당, 녹색당과의 연정을 통해 집권할 수 있을 만큼 득표할 수 있을 것이라는 예측도 나오고 있다.
한편, 디벨트는 EU와 터키 간 정상회의에서 난민협정이 논의되기 하루 전인 작년 3월 6일 메르켈 총리와 당시 EU 순회 의장국이던 네덜란드의 마르크 뤼테 총리, 아흐메트 다부토울루 당시 터키 총리가 다른 EU 회원국들에 알리지 않은 채 별도의 3자 회담을 열어 연간 15만∼25만 명의 시리아 난민을 EU가 터키로부터 받아들이겠다고 합의했다고 13일 보도했다.
디벨트는 이 보도가 알렉산더 기자의 저서에 기반을 두고 있다고 전했고, 인터넷판에 알렉산더 기자가 직접 쓴 기사를 올려놓았다.
gogogo@yna.co.kr, un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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