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이민자 후손, 집단거주지 살면서 美문화에 동화되는 것 거부"
같은 공화당 내에서도 비난 봇물…"우리는 이민자의 나라"
(서울·워싱턴=연합뉴스) 현경숙 기자 심인성 특파원 = 극우적 언사로 악명 높은 스티브 킹(공화·아이오와) 미국 하원 의원이 또다시 '남의 자식'이 '우리 문명'을 구할 수는 없다는 인종차별적 발언을 해 구설에 올랐다.
13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와 의회 전문지 '더 힐'에 따르면 킹 의원은 전날 트위터에 네덜란드 극우 민족주의 정치인인 헤이르트 빌더르스를 찬양하는 글을 올렸다.
빌더르스는 반(反)이슬람, 반이민, 반유럽연합(EU)을 표방하는 극우 자유당(PVV) 대표이며, PVV는 오는 15일로 예정된 총선을 앞두고 그동안 실시됐던 각종 여론조사에서 상당한 우세를 보여왔다.
킹 의원은 트위터에서 "빌더르스는 문화와 인구가 우리의 운명임을 이해한다"며 "우리는 다른 누군가의 자식들과 함께 우리 문명을 복구할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우리'와 대립적인 의미에서 사용된 '남의 자식'은 비 서구인을 지칭한 것으로 보이며, 그의 트윗은 다시 한 번 백인 민족주의를 내세운 것으로 해석됐다.
이민에 반대하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우호적인 킹 의원의 이번 트윗은 지난해 미국 대선 중 백인들이 다른 어떤 인종 집단보다 문명 발전에 더 많이 기여했다고 강조해 논란이 됐던 그의 발언들을 연상시킨다.
킹 의원은 트럼프 등장 이전부터 멕시코 출신 이민자들로 인해 범죄가 증가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킹 의원의 트윗에 대해 미국 내 극우 인종차별 조직인 큐클럭스클랜(KKK)의 전 최고 지도자인 데이비드 듀크는 "스티브 킹에게 신의 가호가 있기를"이라는 트윗을 올려 지지했다.
그러나 그의 인종차별적 발언에 야당인 민주당은 물론 공화당 내에서도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대표적 흑인 인권운동가 출신인 민주당의 존 루이스(조지아) 하원의원은 성명을 내고 "킹 의원의 발언은 이 나라 역사에 대한 진실을 무시하는 것으로, 매우 충격적"이라면서 "서구 문명은 스스로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서구 문명은 아프리카와 이란, 중국, 그리스와 로마, 그리고 다른 나라의 전통 위에서 만들어진 것"이라고 일갈했다.
공화당에서는 먼저 쿠바 이민가족 출신인 공화당의 카를로스 쿠르벨로(플로리다) 하원의원이 킹 의원에게 "정확히 무슨 말을 하려는 거냐? 내가 '남의 자식'이라는 말이냐"라는 트윗을 날리면서 '#걱정하는 공화당 동료'(#concernedGOPcolleague)라는 해시태그를 달았다.
또 일리나 로스-레티넨(플로리다) 하원의원은 트위터에서 "다양성은 우리의 힘이다. 모두 똑같아 보이는 것은 낭비이고 모방이다. 나는 나 자신이고 싶다"고 꼬집었고, 팀 스콧(사우스캐롤라이나) 상윈의원도 킹 의원의 발언을 비난하는 트윗을 날렸다.
공화당 아이오와 지역위원장인 제프 카우프만도 "먼저 난 킹 의원의 발언에 동의하지 않는다. 우리는 이민자의 나라이고, 다양성은 나라든 지역사회이든 그 조직의 힘"이라면서 "데이비드 듀크에 대해서도 언급하자면 그의 발언과 감정은 완전 쓰레기"라고 일갈했다.
지난해 공화당 대선 경선에 나섰던 젭 부시 전 플로리다 주지사 역시 트위터에서 "미국은 이민자의 나라다. 스티브 킹이 표현한 감정은 우리가 공유하고 있는 역사나 가치를 반영하는 것이 아니다"고 말했다.
이런 논란에도 킹 의원은 자신의 주장을 굽히지 않고 인종차별적 발언을 계속 이어갔다.
그는 13일 CNN 방송 인터뷰에서 "내가 말한 그대로다. 그것은 분명한 메시지다. 우리는 출산율을 높여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반세기 또는 그보다 조금 더 지나 유럽은 완전히 바뀔 것"이라면서 "빌더르스는 그 점을 잘 알고 있고, 그것을 캠페인 전략으로 삼고 있는 것"이라며 자신의 발언에서 한 발짝도 물러서지 않았다.
그는 특히 "(이민자들은) 집단거주지에 살면서 미국의 문화와 문명에 동화되는 것을 거부한다. 일부는 포용하지만, 집단거주지에 사는 많은 2, 3세대들은 (미국 문화와 문명을) 밀어내고 동화되기를 거부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서구 문명이 뛰어난 문명이라는 점을 거듭 강조하면서 "그런 관점에서는 나는 우리가 훨씬 더 똑같아 보이는 그런 동질의 미국을 원한다"고 말했다.
ksh@yna.co.kr, sim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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