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모 "수업 늦게 끝나 하굣길 통학버스 못 타"·교육청 "초등학생 우선"
(양구=연합뉴스) 이해용 기자 = "중학교 1학년 딸이 2시간이나 걸리는 산길을 혼자 걸어 하교하는 걸 보면 아빠의 마음은 조마조마합니다."
강원 양구군 양구읍 공수리 파로호 주변에 사는 라인수(47) 씨는 요즘 중학교 신입생인 딸이 산길을 걸어서 집에 오는 것을 보면 마음이 편치않다.
학교에서 집으로 오는 거리가 5㎞나 돼 어른만큼 걸음이 빠르지 못한 여중생이 혼자서 산길을 걸어오는 데는 2시간 가까이 걸리기 때문이다.
홀로 남매를 키우는 그는 일하다가 급히 달려가 딸의 하굣길을 돕거나 8천원정도 들어가는 택시를 타고 오도록 하지만 비용이 만만치 않아 걱정이 많다.
같은 마을에 사는 다른 중학생들도 사정은 비슷해 하굣길은 각자 해결하는 처지다.
산골 중학생들이 유일한 통학 수단이나 다름없는 '에듀버스'의 도움을 받지 못하는 것은 오후에는 3시 40분 한 차례만 운행하기 때문이다.
이 마을 학생들은 아침에는 함께 에듀버스를 타고 출발하지만, 하굣길에는 대부분의 수업이 에듀버스가 출발하는 시간보다 늦게 끝난다.
라 씨의 딸도 초등학생 때는 에듀버스를 이용했지만, 중학생이 되면서 6교시까지만 수업이 있는 수요일을 제외하고는 하교 버스를 탈 수 없다.
주민들은 중학생들이 하굣길에 타지 못하다 보니 에듀버스는 사실상 빈 차 운행을 한다고 지적했다.
에듀버스는 강원도교육청이 과거 학교별로 운행하던 스쿨버스를 일선 교육청이 통합, 관리하는 시스템이다.
등하교 때만 운행하고 종일 서 있는 것을 방지하는 효과는 있지만, 여러 학생을 태우기 때문에 통학 거리가 멀어지거나 하교 시간을 맞추는데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라 씨는 "딸내미 혼자서 2시간 동안 산길을 걸어서 오다 보니 도중에 무슨 일이 발생할지도 몰라 늘 조마조마하다"면서 "통학 거리가 먼 아이들의 하굣길을 배려할 필요가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양구교육청은 에듀버스 10대로 통학 노선을 배정하다 보니 모든 학생을 지원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입장이다.
양구교육청은 "에듀버스는 초등학생을 우선 지원하기 때문에 중학생은 현실적으로 시간을 맞추기 어려운 경우도 있다"면서 "해당 학부모의 이야기를 들어보고 대안을 모색해보겠다"고 설명했다.
dmz@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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