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재판서 도의적 책임은 인정…법적 책임은 부인
(서울=연합뉴스) 황재하 김예나 기자 =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에 찬성하도록 국민연금을 압박한 혐의로 구속기소 된 문형표(61) 전 보건복지부 장관이 첫 재판에서 국민연금의 합병 찬성 배경에 자신이 아닌 복지부 공무원들의 '과잉행동' 내지 '승진욕'이 있었다고 주장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조의연 부장판사 심리로 13일 열린 첫 공판에서 문 전 장관의 변호인은 "청와대에서 (합병을) 찬성하고 있다는 생각에 복지부 공무원들이 적극적으로 움직인 것이 (사건의) 전체적 그림"이라고 밝혔다.
문 전 장관 변호인은 "복지부 공무원들은 문 전 장관은 어차피 메르스 사태로 떠날 사람이고, 청와대에 굵은 동아줄을 잡아 승진하기 위해 찬성을 하고 싶었던 것"이라며 "책임 문제가 돌아오니까 마치 문 전 장관이 찬성 의사를 갖고 지시를 한 것처럼 진술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청와대에서 (찬성 압력에) 관심이 있었다면 문 전 장관은 메르스로 신경 쓸 틈이 없으니 복지부 공무원에 각개격파가 들어간 것"이라며 문 전 장관은 삼성합병과 관련한 청와대 지시를 받거나 복지부 직원·국민연금에 압력을 가한 바가 없다고 했다.
문 전 장관은 약 3시간 동안 이어진 재판에서 특별한 발언을 하지 않았다.
그는 다만, 이날 법정에서 공개된 특검 조서에서 2015년 7월 "이건(삼성합병은) 100% 슈어(sure·확실하게) 돼야 한다, 의결권전문위 위원별로 상세한 대응 방안을 만들라"고 복지부 회의 참석자들에게 지시한 사실이 있는 것 같다며 "장관으로서 책임 있는 발언을 해야 했는데 경솔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음 재판은 이달 15일 오전 10시에 열린다.
jae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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