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진 확대 대신 전격 적용은 "가혹한 면도…"
(서울=연합뉴스) 김동찬 기자 = 평균 학점 C제로 미만인 선수를 경기에 출전하지 못하게 한 2017 대학농구리그가 13일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 체육관에서 막을 올렸다.
이 제도는 농구와 배구, 축구, 핸드볼 등 4개 종목 대학리그를 운영하는 대학스포츠총장협의회(KUSF)가 올해부터 직전 2개 학기 평균 성적이 C 제로 미만인 학생 선수는 리그 경기에 출전하지 못하도록 한 것이다.
이 제도에 따라 축구 89명, 농구 7명, 배구 4명, 핸드볼 2명 등 등록 선수 1천450명 가운데 102명이 올해 1학기 리그 경기에 출전할 수 없게 됐다.
4개 종목 리그 가운데 가장 먼저 13일 막을 올린 농구 개막전에서 맞붙은 '사학 명문' 연세대와 고려대 관계자들은 입을 모아 "학생 선수들의 학습권을 보장하자는 취지에 공감한다"고 밝혔다.
고려대 강병수 감독은 "우리 학교의 경우 이 제도의 도입이 예고된 2년 전부터 수업 참여를 독려했기 때문에 선수들이 혼란스러워하고 있지는 않다"며 "선수들도 예전처럼 수업에도 안 들어가는 식이라면 곤란하다"고 지적했다.
연세대 관계자 역시 "주위에서 '이제야 공부하는 운동부가 되느냐'고 물어보지만 우리 학교의 경우 예전부터 선수들의 수업 참여를 강조했다"고 설명했다.
이날 개막전을 치른 두 학교는 나란히 선수 1명씩이 학점 제한에 걸려 올해 1학기 경기에 출전할 수 없는 상황이다.
물론 공부 성적으로 운동선수들의 출전을 제한하는 제도의 적용에 '현장 목소리'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는 아쉬움도 묻어났다.
강병수 감독은 "현재 우리 부도 월요일은 선수들의 수업 때문에 훈련할 수 없다"며 "선수들의 수업을 오전에 배치하고 오후에는 선수들의 '전공'인 운동 훈련을 할 수 있는 여건을 배려한다거나 리그 경기 역시 주말에 배정해 평일 학습권을 보장하는 등의 조치도 고려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연세대 관계자는 "미국대학스포츠협회(NCAA) 규정을 많이 따라 한 것으로 보이지만 NCAA는 학교마다 선수들의 학사관리, 아마추어리즘 준수 여부 등을 담당하는 인력이 매우 많다"며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우 감독, 코치가 일인다역을 해야 하는 현실에서 선수들의 성적 관리까지 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몇 경기 출전 정지와 같은 식으로 시작해서 징계를 확대할 수도 있었을 텐데 한 학기 전체를 뛰지 못하게 되니 가혹한 면도 있다"고 덧붙였다.
경기장을 찾은 KUSF 진재수 사무처장은 "현재 농구와 배구, 핸드볼은 선수들의 학점이 제출돼 리그 출전 제한 선수 통보가 끝났다"며 "그러나 축구의 경우 비회원대학 선수들의 학점 제출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진재수 사무처장은 "같은 리그에서 뛰는데 KUSF 회원대학은 학점 제한 제도 적용을 받고, 비회원대학은 적용받지 않는다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난다"며 "축구 U리그 역시 회원 및 비회원대학 구분 없이 이 제도를 적용하는 것이 옳다"고 강조했다.
진 사무처장은 "현재 축구협회, 대학축구연맹 등과 논의를 하고 있다"며 "축구에서 이 제도를 따르지 않겠다고 하면 우리로서도 리그 운영을 지원할 명분이 없어질 수밖에 없다"고 우려를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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