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최병국 기자 = 유럽연합(EU)의 '유럽검찰청'(EPPO) 창설에 속도가 붙기 시작했다.
13일 EU옵서버와 유랙티브 등 유럽 전문매체들에 따르면, EU는 지난 9일(현지시간)부터 주말 동안 열린 회담에서 일부 회원국이 요구해온 EPPO 창설에 합의했다.
이에 따라 지난 2013년 창설안이 나온 뒤 회원국 간 이견으로 몇 년째 지지부진했던 EPPO를 만드는 일을 신속하게 진행할 수 있게 됐다고 집행위원회는 밝혔다.
또 EPPO가 회원국이 통합 범위와 속도를 각기 다르게 선택할 수 있도록 하자는 이른바 '다중(多重)속도'(multi-speed) 유럽 구상을 가속하는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EPPO는 EU 회원국 국경을 넘나들면서 EU의 재정이나 회원국 부가가치세 수입에 타격을 주는 사기와 부패, 돈세탁 등의 범죄를 관장하는 기구다.
집행위가 만든 규정안에 따르면 EU 검찰 책임자가 보좌 검사들 및 특별한 지위가 부여된 각 회원국 내 특별 검사들과 공조해 수사와 기소 업무를 맡게 된다.
그동안 EPPO 대해 폴란드, 헝가리, 몰타 등 동유럽 신규 회원국뿐만 아니라 스웨덴, 네덜란드 등 일부 기존 회원국도 반대해왔다. 각국 사법주권을 침해할 수 있다는 점에서다.
그러나 이번 합의로 EPPO 창설은 만장일치가 아니더라도 원하는 국가만 가입할 수 있는 이른바 '강화된 협력 조치'(ECM) 규정을 적용받게 됐다.
지난 2003년 도입된 ECM은 특정 협약의 경우 회원국 9개국 이상만 합의하면 따로 협약을 맺어 운영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그동안 ECM은 2010년 이혼법규와 관련해 처음 적용됐으며, 2011년 EU통합 특허제도, 2016년 국제결혼 커플의 재산권 관련 법규 등 단 3차례 적용된 바 있다.
비록 경제범죄에 국한해 제한적으로 적용하는 것이지만 EPPO 창설은 사법주권의 '유보'를 시행하는 것이자 협력을 확대 심화하는 것이라는 점에서 기존 ECM 사례와 사뭇 달라 주목된다.
특히 '다중속도 유럽'을 축소판이자 이를 위한 상징적 조치로도 평가된다고 유랙티브는 전했다.
프랑스와 독일 등 EU 대주주들은 '다중속도 유럽'을 추진하는 반면 동유럽 회원국들은 자신들을 제외한 채 '딴 살림을 차리려는 의도'로 보아 반대하고 있다.
EPPO 창설에는 현재까지 독일과 프랑스를 비롯해 17~20개국이 가담할 뜻을 밝혔다. 반대 국가들에도 참여 길을 터주기 위해 규정을 좀 더 완화하자는 의견들이 나오는 가운데 이탈리아는 오히려 EPPO 협력 내용을 더 강화하자고 주장하고 있다.
집행위, 유럽의회, 회원국들은 올해 말까지 협의를 마치고 법규를 제정해 2019년 출범시킨다는 일정표를 갖고 있다.
choibg@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