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르도안 '전략적 막말'…"메르켈이 테러 지원"(종합)

입력 2017-03-14 14:57  

에르도안 '전략적 막말'…"메르켈이 테러 지원"(종합)

개헌 지지세 모으려 서방에 연일 욕설·매도

메르켈, 대변인 통해 "망언·도발 경쟁에 가담안해"

(서울=연합뉴스) 장재은 권혜진 기자 = 제왕적 권한과 장기집권을 보장하는 개헌에 눈독을 들이는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이 연일 유럽 국가를 향해 막말을 쏟아내고 있다.

이 같은 도발은 개헌 국민투표의 캐스팅보트를 쥔 해외 교포들의 반유럽 정서를 자극해 지지표를 다지려는, 다분히 전략적인 행보로 풀이되고 있다.

13일 AFP 통신 등에 따르면 에르도안 대통령은 전날 터키 아하베르 방송과 인터뷰에서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테러리스트를 지원한다고 비판했다.

터키 정부가 쿠르드 반군, 작년 쿠데타에 연루된 인물들의 자료를 독일 정부에 전달했으나 원하는 만큼 협조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이유에서 나온 발언이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당신은 왜 테러리스트를 숨겨주느냐, 또 왜 당신은 아무 일도 안 하느냐"며 "당신이 테러리스트를 지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독일 정부는 그러나 에르도안 대통령의 이런 주장에 "터무니없다"는 입장이다. 메르켈 총리 대변인은 메르켈 총리가 에르도안 대통령이 촉발한 "도발 경쟁"에 일조할 생각이 없다며 무대응으로 일관하겠다고 밝혔다.

에르도안 대통령의 독일 비판은 처음도 아니다.

지난 5일에는 독일 지방정부가 터키 장관들이 참석할 예정이던 터키 개헌 찬성 집회를 불허한 데 대해 "당신들의 행동은 나치와 별반 다르지 않다"고 비난해 독일 국민의 공분을 샀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독일 외에 터키 개헌 찬성집회를 불허한 네덜란드와도 각을 세우고 있다.

네덜란드가 지난 11일 로테르담에서 열릴 예정이던 개헌 찬성집회에 참석하기 위해 네덜란드를 방문하려던 메블리트 차우쇼루 터키 외무장관의 비행기 착륙을 불허하자 에르도안 대통령은 '나치', '파시스트' 등의 단어로 네덜란드를 맹비난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터키 주재 네덜란드 대사 직무대행을 불러 항의하고 해외에 있는 네덜란드 대사는 당분간 돌아오지 말라고 통보했다.

그는 네덜란드에서 퇴짜를 맞은 장관들이 유럽인권재판소에 사태를 진정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어떤 방식으로 소송 제기가 이뤄질지는 구체화하지 않았다.

누만 쿠루툴무시 터키 부총리도 서방 매도에 나섰다.

그는 13일 기자회견을 열어 "네덜란드가 자신들이 저지른 일을 배상하기 전까지 장관급 이상 회담은 아예 없다"며 고위급 회담 보류를 선언했다.

그는 "위기를 촉발한 사람들이 책임을 져야 한다"며 "터키도 똑같이 네덜란드 외교관이나 사절을 태운 항공기를 터키에 착륙하거나 영공을 통과하지 못하게 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터키가 이처럼 개헌 찬성집회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것은 터키 내 개헌 찬반 여론이 비등해 재외국민 투표가 개헌 통과를 결정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또 터키가 유럽에서 부당한 대우를 받는다는 인식을 확산시켜 국내 개헌 찬성 여론을 늘리려는 계산도 숨어있다.

다음 달 16일 국민 투표가 실시되는 이 개헌안은 에르도안 대통령에게 법원 고위인사 인사권을 부여하고 국가비상사태 선포·운영권 등을 강화하는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이 개헌안이 통과되면 에르도안 대통령은 2029년까지 집권할 수 있다.

lucid@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

    top
    • 마이핀
    • 와우캐시
    • 고객센터
    • 페이스 북
    • 유튜브
    • 카카오페이지

    마이핀

    와우캐시

    와우넷에서 실제 현금과
    동일하게 사용되는 사이버머니
    캐시충전
    서비스 상품
    월정액 서비스
    GOLD 한국경제 TV 실시간 방송
    GOLD PLUS 골드서비스 + VOD 주식강좌
    파트너 방송 파트너방송 + 녹화방송 + 회원전용게시판
    +SMS증권정보 + 골드플러스 서비스

    고객센터

    강연회·행사 더보기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이벤트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공지사항 더보기

    open
    핀(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