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악성 훌리건은 물론 감독까지 차별하기도
(서울=연합뉴스) 김경윤 기자 =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토트넘의 손흥민이 올 시즌 최고의 활약을 펼치면서 인종차별주의자들의 표적이 되고 있다.
손흥민은 13일(한국시간) 영국 런던 화이트하트레인에서 열린 밀월과 잉글랜드 축구협회(FA)컵 경기에서 팬들의 모욕적인 언행에 시달렸다.
그가 3골 1어시스트로 맹활약을 펼치자 밀월의 강성 팬들은 "DVD나 팔아라"라며 인종차별주의적인 발언을 쏟아냈다.
손흥민이 인종주의에 휘말린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달 12일 프리미어리그 리버풀과 경기에서 거친 태클을 시도했는데, 아스널 선수 출신 축구해설가 리 딕슨이 이를 두고 기합소리를 흉내 내듯 "하이야"라고 외친 뒤 "가라데 킥"이라고 말했다.
이 해설을 들은 축구팬들은 딕슨의 발언이 인종주의적 내용이 포함됐다고 판단, SNS를 통해 강력하게 항의했다.
사실 유럽축구의 인종차별 문제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그동안 적지 않은 한국 출신 선수들은 유럽 인종차별주의자들의 모욕적인 언행에 노출되곤 했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 진출한 첫 한국 선수 박지성(은퇴)도 경기 도중 인종차별주의자들의 욕설에 시달렸다.
대표적인 사례가 퀸스파크레인저스에서 뛰던 2012년 10월 에버턴전이다.
당시 에버턴의 한 팬은 박지성을 가리키며 "저 칭크를 쓰러뜨려라"라고 고함을 질렀다.
칭크는 '찢어진 눈'이나 중국인 노동자를 비하하는 속어다.
영국 법원은 이 사건을 엄격하게 다뤘다. 인종차별금지법에 따라 이 팬을 재판에 넘겼고, 유죄판결을 내렸다.
김보경(전북)은 잉글랜드 카디프시티에 입단한 2012년 말키 맥케이 당시 감독으로부터 인종차별 대우를 받았다.
당시 맥케이 감독은 단장에게 "빌어먹을 동양인(chinkys), 카디프시티에 있는 개떼는 이미 충분하다"라는 문자를 보냈고, 이 사실이 언론에 알려지면서 물의를 빚었다.
대표팀 주장 기성용(스완지시티)도 고생을 많이 했다.
그는 2010년 스코틀랜드 셀틱 소속 당시 공을 잡을 때마다 원숭이 소리가 관중석에서 터져 나와 마음고생을 심하게 했다.
축구대표팀 설기현 코치는 레딩FC에서 뛰던 2007년 ESPN과 인터뷰에서 "경기를 할 때마다 인종차별적 구호와 조롱에 시달린다"라며 "프리미어리그의 몇 안 되는 아시아인이라 사람들이 나를 쉽게 찍은 것 같다"라고 밝혔다.
인종차별문제는 비단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선수들에게만 국한되지 않았다.
많은 인종이 뛰고 있는 유럽축구, 특히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는 관중, 감독, 선수들 간 인종차별 문제로 홍역을 앓아왔다.
FA는 인종차별문제를 심각한 행위로 판단하고 적극적인 제재와 강력한 처벌 방침을 내리고 있지만, 뿌리를 뽑지 못했다.
올 시즌 기량을 끌어올리며 프리미어리그 정상급 선수로 성장한 손흥민은 앞으로도 종종 인종차별문제에 시달릴 가능성이 있다.
손흥민이 극복해야 할 또 다른 벽이다.
cycl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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