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령처럼 18년 살아온 소녀'…교육·의료 혜택 못 받아

입력 2017-03-14 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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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령처럼 18년 살아온 소녀'…교육·의료 혜택 못 받아

검찰 "부모 기소 앞서 아이 지원이 먼저…직권으로 출생신고"

(대전=연합뉴스) 김준호 김소연 기자 = 출생신고를 하지 않아 마치 유령처럼 살아온 10대 소녀가 수사당국의 도움으로 18년 만에 출생신고를 했다.

이 소녀는 학대를 받지는 않았으나 그동안 학교에 가지 못하고 의료 혜택도 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14일 대전경찰에 따르면 지난해 6월 대전의 한 상점에서 거스름돈 계산을 하지 못해 어찌할 줄 모르는 A(18)양이 수상하다는 신고전화가 접수됐다. '고등학생 쯤으로 보이는 아이가 아주 간단한 뺄셈도 하지 못하니 아동학대를 받은 것 같았다'는 내용이었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A양이 1999년 태어났지만 출생신고가 돼 있지 않은 사실을 확인했다. 무려 18년간 유령처럼 지내온 A양의 존재가 세상에 드러나는 순간이었다.

A양의 어머니(45)는 전 남편과 법적으로 이혼하지 않은 상태에서 A양의 아버지(48)를 만나 동거하면서 A양을 낳았다.

당시 '호적법'상으로는 호주 앞으로 출생신고를 해야 하는데, A양의 어머니는 호주가 전 남편이다 보니 동거남의 아이를 전남편의 호적에 올리지 않고 그냥 출생신고를 포기해 버린 것이다.

친부가 A양의 아버지라는 사실을 입증하려면 복잡한 법 절차를 밟아야 하고 비용도 만만치 않게 들다 보니 A양의 존재를 세상에 알리지 않았다.

다행스럽게도 A양이 신체적 학대를 받은 사실은 없었으나 출생신고를 하지 않다 보니 교육·의료 혜택을 받지 못한 채 방임된 상태였다.

부모에게 기본적인 읽고 쓰기 정도만 배웠을 뿐이다. 정상적으로 학교에 다녔다면 올해 고등학교 3학년 수험생이어야 했을 A양은 간단한 뺄셈조차 하지 못하다가 상점 주인의 의심을 샀다.

경찰은 A양 부모가 일부러 A양을 학대하려고 출생신고를 안 했다기보다는 돈이 없고 잘 몰라서 그랬던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부모가 여관에서 생활하는 등 경제적으로 매우 어려운 것으로 파악됐다"며 "신체적 학대 없이 자란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어 "출생신고를 안 했더라도 교육적인 측면에서 적극적인 자녀 교육이 이뤄져야 하는데 그게 안 돼 다 보니 방임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다"며 "의료상의 혜택도 못 받은 거 같다"고 덧붙였다.

사건을 넘겨받은 검찰은 A양 부모를 기소해 법정에 세울지를 고민 중이다.

그보다는 A양에 대한 지원이 먼저라고 보고 지난 2월 검사 직권으로 A양의 출생신고를 했다.

가족관계 등록 등에 관한 법률을 보면 '자녀 복리가 위태롭게 될 우려가 있는 경우 검사는 직권으로 출생신고를 할 수 있다'는 규정에 따른 것이다.


검찰은 A양 출생신고를 하기 전 경찰, 아동보호기관, 구청, 피해자 지원센터, 의료기관 등 관계자들이 참여한 가운데 회의를 개최했다.

A양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을 줄 수 있는 게 무엇이 있는지 전문가 의견을 듣고 지원해주기 위해서다.

청소년 교육·복지센터 등과 연계해 초·중등 검정교육이 이뤄지도록 하고, 경제적 지원도 받을 수 있도록 다각적인 지원에 나설 계획이다. 의료기관 지원을 받아 건강검진도 했는데, 다행히 건강상으로는 아무런 이상이 없는 것으로 나왔다.

검찰 관계자는 "18년간 취학이나 병원 진료 등 아무것도 못 하고 방치됐다"며 "직권으로 출생신고를 할 수 있는 규정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이어 "부모를 기소할지는 고민하고 있다"며 "기소에 앞서 아이가 정상적인 활동을 할 수 있게 지원하는 게 먼저라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kjunho@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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