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격·스타일·세계관 전혀 다르고 이민·무역 등 현안 대립각
"좋은 친구 되긴 어렵지만 협력에 관심…실용적 만남 될 것"
(서울=연합뉴스) 김아람 기자 = 오는 17일 열리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의 정상회담은 스타일이 극과 극인 두 지도자의 만남으로 주목받는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실용적인 메르켈 총리와 예측 불가능한 트럼프 대통령이 맞붙는다며 이들이 어떻게 공통점을 찾을지 의문이라고 1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국제 정세를 좌우하는 두 지도자는 성격, 기질, 세계관, 정치 경험 등에서 물과 기름처럼 다른 사람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메르켈 총리는 조심스럽고 신중해 결정을 내리는 데 시간이 걸리는 동독 물리학자 출신으로, 유럽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지도자이나 관심을 받는 것은 즐기지 않는다.
반면 부동산 재벌 트럼프 대통령은 세간의 관심을 십분 즐기고 본능에 충실해 사안마다 즉흥적이고 급하게 반응하는 성격의 소유자다.
그동안 두 정상이 주요 현안에서 대립각을 세워왔음은 비밀도 아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 기간은 물론이고 당선인 시절에도 독일 난민 정책을 '재앙적 실수'라고 헐뜯으며 난민들에게 문을 연 메르켈 총리가 독일을 망치고 있다고 맹비난해 외교관례에 적절치 않은 발언이라는 지적을 받았다.
이후 메르켈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의 반(反)이민 행정명령에 대해 "테러에 맞서 단호하게 싸운다고 해도 특정한 출신 지역과 신념을 지닌 이들 모두에게 혐의를 두는 것은 옳지 않다고 확신한다"는 비판으로 맞섰다.
정치이념과 철학이 확연히 다른 이들은 그동안 유럽연합(EU)의 운명,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의 역할, 교역질서 등에 대해서도 줄곧 다른 목소리를 냈다.
이처럼 트럼프 대통령과 메르켈 총리가 그동안 대립각을 세웠으나 회동을 앞두고서는 관계에 다소 해빙 무드가 조성되고 있으며 두 정상이 마주 앉아 강하게 충돌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메르켈 총리에게 우크라이나에 대한 시각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대하는 방법을 묻고 싶어한다고 트럼프 대통령 측 관계자는 전했다.
독일 측도 신중한 메르켈 총리가 방미 기간에는 트럼프 대통령과의 충돌을 피하고 합의점을 찾으려 노력할 것임을 시사했다.
메르켈 총리는 13일 자국 경제 대표들에게 "직접 마주하는 대화는 언제나 (다른 곳에서) 상대방에 관한 이야기를 하는 것보다 훨씬 낫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이 정상회담은 애초 14일 백악관에서 열릴 예정이었으나 워싱턴DC 일대에 눈폭풍 주의보가 내려져 17일로 미뤄졌으며 이는 13일 두 정상이 직접 통화해 동의한 일이라고 백악관은 전했다.
한 독일 정부 당국자는 "메르켈 총리는 실용주의자"라며 "그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실용적인 방식으로 접근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메르켈 총리가 트럼프 대통령과 합리적인 대화 기반을 찾는다면 그 자체로 미국 방문은 성공하는 것이라고 독일 주간지 슈피겔은 분석했다.
백악관은 이번 정상회담에서 두 지도자가 안보, 러시아, EU,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회원국 방위비 분담 증액 문제 등에 대해 활발하게 논의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워싱턴포스트(WP) 등에 따르면 메르켈 총리는 17일 백악관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독대해 30분간 이야기를 나누고 나서 관리들, 기업인들이 함께 라운드 테이블 회의를 이어갈 예정이다.
미국 버락 오바마 행정부에서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일원이었던 찰스 쿱챈은 트럼프 대통령과 메르켈 총리를 두고 "그들은 아마 좋은 친구가 될 수는 없겠지만, 정치적으로 또 전략적으로 협력하는 데 큰 관심이 있다"고 로이터통신에 전했다.
또한 블룸버그통신은 서방 두 유력 지도자의 첫 만남이 이들의 역학관계를 시험하는 기회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국제사회에서 신임을 얻으려고 애쓰고, 메르켈 총리는 독일 국내에서 정치적인 생존을 위해 싸우는 점을 블룸버그는 언급했다.
이번 방문은 특히 실무적인 것이 되리라고 예상되는 만큼 트럼프의 보호무역주의를 둘러싼 신경전도 빠뜨릴 수 없다.
독일 측은 미국에 대한 독일 투자가 2천710억 유로로 독일에 대한 미국 투자의 10배에 달하고 독일 기업이 미국에서 직접 창출하는 일자리가 81만개에 육박한다는 점 등을 들어 양국 경제관계가 상호 호혜적이라는 점을 미국 측에 강조할 예정이라고 WP는 전했다.
ric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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