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화이자, 대만行 이유는?…포모사본드 발행 전년比 81%↑

입력 2017-03-14 16:04  

애플·화이자, 대만行 이유는?…포모사본드 발행 전년比 81%↑

대만 채권시장은 수시상환 가능…올 5월부터 규정 개정 움직임에 발행액 급증

(서울=연합뉴스) 김경윤 기자 = 애플, 화이자, 버라이즌, AT&T 등 미국의 대기업들이 대만 채권시장으로 몰려들고 있다.

대만 채권시장의 규정 변경을 앞두고 미국 대형 기업들이 앞다퉈 채권 발행에 나서면서 연초부터 지금까지 '포모사 본드' 발행액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1% 급증한 171억 달러(약 19조6천억원)로 집계됐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포모사 본드란 대만 채권시장에서 대만달러가 아닌 외국 통화로 발행되는 채권을 말한다. 포모사는 1590년 포르투갈인이 대만을 처음 방문해 붙인 '아름다운 섬'이라는 의미의 별칭이다.

도이체방크에 따르면 지난해 한 해 동안 포모사 본드 발행액은 500억 달러에 달해 전년보다 50% 급증했다. 여기에 올해 들어서도 발행액이 큰 폭으로 늘어난 것이다.

특히 애플, 화이자, 버라이즌, 컴캐스트가 올해 들어 각각 10억 달러 이상의 포모사 본드를 발행했고, AT&T도 이달 초 14억3천만 달러 상당의 30년물 채권을 발행했다.


이처럼 글로벌 대형 기업이 포모사 본드 발행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것은 대만 채권시장의 특수성 때문이다.

대만 채권시장에서는 발행자가 별다른 제약 없이 만기 전에 채권을 중도 상환하거나 콜옵션을 행사할 수 있다.

이 덕에 발행자는 금리가 상승하면 채권을 조기 상환하고, 다시 낮아지면 채권을 재발행할 수 있다.

다만 대만 규제 당국은 올 5월부터 채권 발행 후 최소 5년이 지난 뒤 상환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규제를 신설할 계획이다.

이 같은 계획이 알려지면서 기존의 포모사 본드로 재미를 봤던 대기업들이 대거 채권 발행에 나서고 있다.

언제든 중도 상환이 가능하다는 특성은 채권 투자자 입장에서는 좋을 것이 없지만, 대만 투자자들은 미국 대기업의 포모사 본드에 투자를 계속하고 있다.

호주 NAB의 로나 그린은 "대만 투자자들이 기존 채권에 투자해서는 수익률 목표치를 맞출 수가 없다"며 "이들은 채무변제 불능의 위험성을 택하느니 콜옵션 위험을 감수하고 익숙한 (미국 대형) 기업 채권을 고른다"고 설명했다.

heeva@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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