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자 분석으로 최적 치료법 찾는 맞춤치료 시대 도래
(서울=연합뉴스) 정낙균 서울성모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 = 백혈병은 소아청소년기에 가장 많이 발생하는 암이다. 2014년 국가암등록통계를 보면 만 14세 이하 어린이에게 흔히 발생하는 암은 백혈병, 뇌·중추신경계, 비호지킨림프종 순이다.
이중 어린이가 앓는 백혈병은 대부분 급성림프모구백혈병이다. 반세기 전만 해도 슬픈 영화나 드라마를 보면 주인공이 백혈병을 앓다가 세상을 떠나는 장면이 나오곤 했다. 그만큼 불치병이라는 인식이 강했다. 하지만 항암치료와 지지요법이 발전하면서 최근에는 백혈병이 완치되는 질환으로 바뀌고 있다.
그래도 여전히 일부 환자는 치료에 반응이 없거나 재발한다. 또 어떤 환자는 합병증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어 100% 완치를 목표로 치료법을 개발하려는 노력이 계속되고 있다.
백혈병 진단은 일차적으로 골수 내 세포를 현미경으로 관찰한 결과로 판단한다. 최종 진단은 골수 조직검사로 확정한다.
골수는 백혈구·적혈구·혈소판 등 혈액 세포를 만드는 곳이다. 과거에는 백혈병을 일으키는 세포의 모양에 따라 백혈병을 분류했다. 환자의 나이와 성별, 백혈구 수, 변이 세포 종류(B세포 혹은 T세포) 등이 중요한 예후 인자였다.
![](https://img.yonhapnews.co.kr/etc/inner/KR/2017/03/14//AKR20170314149500017_01_i.jpg)
하지만 2000년대 이후 유전자 분석기법이 발달하면서 백혈병 세포의 유전자적 특성을 기준으로 백혈병의 종류를 세분화할 수 있게 됐다.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다양한 유전자 변이와 예후와의 연관성을 분석함으로써 진단부터 예후까지를 판단해 치료의 강도를 결정하는 방식이다.
정상세포에는 없는 백혈병 세포의 유전자적 특성을 파악해 항암치료 이후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남아있는 미세한 백혈병 세포를 확인하고 남은 양에 따라 치료 계획도 달리한다. 유전자 분석법은 정상세포 100만개 중 한개의 백혈병 세포를 알아낼 수 있을 정도로 정밀하다. 이는 미세하게 남아있는 질환의 정도를 파악하는 척도로서, 가장 중요한 예후 인자로 자리매김했다.
최근에는 유전자적 특성과 항암치료제 부작용의 연관성도 미리 분석함으로써 환자 맞춤형 의료시대로 한 발짝 다가서게 됐다. 이는 분자생물학이 발달하면서 백혈병 세포의 특성을 더욱 자세히 알 수 있게 된 덕분이다. 또 예후와 연관있는 유전자적 특성을 이용한 세계보건기구(WHO) 분류체계가 도입되면서 전 세계적으로 대규모 연구가 이뤄져 임상자료가 축적된 것도 한몫했다.
유전자미세배열(microarray) 같은 첨단 유전자 분석기법이 개발되면서 백혈병 세포의 발생, 세포주기의 조절, 백혈병 발병의 억제와 촉진에 관여하는 다양한 세포 내 경로와 수용체·전달물질을 밝히는 정밀의료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http://img.yonhapnews.co.kr/etc/inner/KR/2017/03/14//AKR20170314149500017_02_i.jpg)
이전에는 치료에 잘 반응하지 않거나 재발해도 원인을 몰랐지만, 최근에는 유전자적 특성에 맞는 표적치료제를 적용해 치료 성적을 높일 수 있는 단계까지 발전했다.
2015년 1월 미국의 오바마 정부가 의료혁명의 첫 단추로 정밀의료의 중요성을 언급한 이후 국내에서도 정밀의료에 대한 관심이 매우 높아지고 있다. 대규모 유전체 정보를 분석한 결과를 쉽게 적용할 수 있게 되면서 이전에 알려졌던 유전자적 특성과 질병의 분류가 새롭게 바뀌고 있다.
실제 백혈병 치료에 정밀의료가 도입된 이후 많은 연구와 보고들이 이뤄지고 있고 질병의 발병 메커니즘이 밝혀지고 있다. 이런 분석방법은 빠르면 10년 뒤에는 백혈병 치료의 개념을 획기적으로 변화시킬 수도 있을 전망이다.
과거 조혈모세포이식을 해도 치료 성적이 좋지 않았던 만성골수성백혈병은 분자생물학이 발달하면서 발병 메커니즘이 밝혀져 표적치료제를 적용할 수 있게 됐다. 지금은 이식하지 않고 약만 먹어도 높은 생존율을 보이는 질환으로 변했다.
![](http://img.yonhapnews.co.kr/etc/inner/KR/2017/03/14//AKR20170314149500017_03_i.jpg)
다른 백혈병 또한 정밀한 유전자 분석으로 다양한 백혈병의 특성에 따라 적절한 표적치료제를 적용하거나 기존의 치료법에 적절하게 통합한다면 지금보다 더 낮은 합병증 발생률, 더 높은 완치율을 보일 것으로 본다. 부작용이 적은 약제를 선택하는 것도 가능할 것이다.
소아청소년기는 성장과 발달이 매우 중요한 시기다. 이 시기에 받는 항암치료는 성인보다 성장·발달에 영향이 크고 다양하다. 또 완치 이후 장기간 겪을 수 있는 영향을 최소화하고 사회의 일원으로 잘 적응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 때문에 최소한의 치료를 받으면서 완치에 도달할 수 있는 정밀의료에 거는 기대가 그만큼 크다.
이런 정밀의료의 중요성이 대두하면서 정부도 다양한 암종을 대상으로 정밀의료 관련 보험급여를 확대해 첨단 유전학적 정보를 실제 임상치료에 응용하고 관련 자료를 축적해 보다 많은 정보를 미래에 활용할 수 있도록 권장하고 있다.
머지않은 미래에는 많은 정보를 통합하는 정밀의료를 기반으로 가장 최적화된 치료방법을 적용해 말 그대로 100% 질병을 완치하는 날이 올 것으로 기대한다.
![](http://img.yonhapnews.co.kr/etc/inner/KR/2017/03/14//AKR20170314149500017_04_i.jpg)
◇ 정낙균 교수는 1989년 가톨릭의대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석사와 박사 학위를 받았다. 미국 프레드 허친슨 암연구소에서 연수했다. 현재 서울성모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로 재직 중이며, 질향상개선(PI) 부장을 맡고 있다. 정 교수는 백혈병, 조혈모세포이식, 림프종 등 소아혈액종양 분야의 명의다. 대한소아혈액종양학회, 대한혈액학회, 대한조혈모세포이식학회, 대한소아뇌종양학회 등에서 활발하게 활동 중이다.
bio@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