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벌이 능사 아니다" 청소년 경미범죄 2명중 1명 훈방

입력 2017-03-15 07:00  

"처벌이 능사 아니다" 청소년 경미범죄 2명중 1명 훈방

지난해 경기남부경찰청 646명 심사…323명 훈방·272명 즉심

(수원=연합뉴스) 최해민 기자 = # 경기도에 거주하는 A(16·고1)군은 지난해 12월 한 초등학교 정문 앞 자전거 보관대에 있던 자전거 1대를 훔쳤다가 경찰에 붙잡혔다.

경찰은 A군이 초범인 데다 죄를 뉘우치고 있고, 편모슬하에 불우한 환경에서 생활하는 점을 감안해 경찰서 내 선도심사위원회 회부, 형사 입건하는 대신 선도프로그램 이수를 조건으로 훈방조치했다.




훈방 결정을 내리는 데엔 전문가의 심리 상담결과 재범 위험성이 낮다는 평가가 나온 것도 중요하게 작용했다.

# 또 다른 고교생 B(17·고2)군은 지난달 주점에 들어가 술을 마시려고 종업원에게 다른 사람의 운전면허증을 제시했다가 공문서위조행사 혐의로 경찰에 붙잡혔다.

경찰은 B군이 초범인 데다 반성문을 제출하고, 장래희망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겠다는 약속을 한 점 등을 감안해 선도심사위에 회부, 선도프로그램 이수 조건부 훈방조치했다.

경찰이 경미한 범죄를 저지른 청소년을 구제하는 '청소년 경미범죄 선도심사위원회 제도'를 시행한 결과, 지난해 2명 중 1명은 훈방된 것으로 나타났다.

15일 경기남부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경기남부 30개 경찰서는 총 257회 선도심사위를 개최, 청소년 피의자 646명에 대한 심사를 진행했다.

그 결과 323명은 훈방조치했고, 272명은 즉결심판 처분, 51명은 형사 입건한 것으로 집계됐다.

청소년 경미범죄 선도심사위 제도는 죄질이 경미한 청소년(만14∼만18세) 피의자를 무조건 형사입건해 전과자로 만드는 대신, 지역사회가 참여하는 심의기구를 통해 구제하는 제도다.

심의위원장은 경찰서장이 맡고, 위원들은 지자체 공무원, 청소년단체 관계자, 의사, 변호사 등 다양한 전문가들로 구성돼 있다.

심의 결과는 훈방, 즉결심판, 형사 입건 등 3가지로, 훈방은 초범에 한 해 피해자의 처벌 불원 의사나 피해보상 여부 등을 고려해 경찰의 선도프로그램을 이수하는 조건으로 면책해주는 것이다.

또 즉결심판은 선고형이 벌금 20만원 이하로 예상되는 경미한 범죄일 경우 범칙금 등으로 통고처분해 처벌을 갈음하는 것이고, 형사 입건은 죄질이 경미하지 않다고 판단돼 청소년 피의자를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하는 것을 뜻한다.

경찰은 처분뿐 아니라, 범죄 피해 청소년과 가출 청소년 등에 대해선 법률, 의료 등 맞춤형 지원도 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경미한 소년범을 전과자로 만드는 것보단 실질적인 재범 감소를 위해서라도 옳은 방향으로 선도하자는 것이 이 제도의 취지"라며 "올해도 경찰서별 지역사회가 참여하는 선도심사위를 활성화해 청소년 선도에 앞장설 계획"이라고 말했다.

goals@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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