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정적인 文·달라진 安·날카로운 李…3인 3색
개그맨 이름 부르고 시각 자료까지 써서 차별화 '안간힘'
(서울=연합뉴스) 박경준 서혜림 기자 = "예열은 끝났다"
박근혜 전 대통령 파면 후 처음 열린 더불어민주당 대선주자 토론회는 후보들 간 설전이 달아오르면서 난타전이 본격화하는 양상을 보였다.
대통령 탄핵이란 불확실성이 제거된 데다 기존의 라디오·인터넷 방송과는 파급력에서 차이가 큰 지상파 TV로 생중계된 터라, 후보들의 공방에는 예리하게 날이 선 채 '네거티브성' 공격까지 간간이 오갔다.
박 전 대통령 파면 전에는 당 후보가 분열 양상을 보여선 안 된다는 암묵적 공감대가 있었지만, 이제는 그 봉인이 해제되면서 서로를 향한 공세가 시작된 모양새다.
서울 여의도 KBS에서 14일 열린 공중파 3사와 YTN·OBS 등 5개사 주최 민주당 대선주자 합동 토론회는 후보들이 준비한 자기소개 영상으로 시작됐다.
감성에 호소하는 듯한 메시지로 지지를 호소하는 영상이 상영될 때까지는 화기애애한 분위기였으나, 뚜껑을 열자 후보 간 신경전은 그 어느 때보다 뜨거웠다.
◇ 안정적인 文·달라진 安·날카로운 李 = 토론장에서 세 후보는 각기 다른 모습을 보여 눈길을 끌었다.
우선 문재인 전 대표는 선두주자답게 안정적이고 여유 있는 모습을 부각하려 애쓰는 모습이었다.
자신의 주도권 토론 때에는 일자리 공약 등 정책검증을 주로 진행하면서, 일자리 창출 소요 재정과 기대효과 등을 숫자를 섞어가면서 자세하게 짚어주는 모습을 보였다.
최성 고양시장이 발언 시간 부족을 지적하자 자신의 시간을 양보하려는 모습도 보였다.
반면 안희정 충남지사는 전에 없이 공격적인 태도를 보이며 달라진 면모를 보였다.
그는 문 전 대표를 향해 '통합적 리더십'에 문제가 있음을 거론하면서 "당내에서도 효과적인 리더십을 보여주지 못했는데 대한민국을 어떻게 이끄느냐"고 적극적인 공세를 폈다.
탄핵안이 인용된 만큼 '얌전한' 태도를 유지하기보다는 적극적으로 존재감을 끌어올려야 한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안 지사는 토론을 준비하면서도 주변 의원들에게 "코멘트를 만들어달라"고 부탁하거나, 날카로운 가상 질문을 하도록 하는 등 적극적인 준비작업을 거쳤다고 한다.
대연정 공세에도 철저히 대비했다.
안 지사 측 한 인사는 "탄핵 불복세력, 이른바 '삼성동계' 의원들과는 함께 하지 않겠다는 것"이라며 "이들의 탈당을 적극적으로 여당에 요구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말했다.
이 시장은 특유의 '달변'을 앞세워 상대 후보들에 대한 공세가 더욱 날카로워졌다는 평가를 받았다.
특히 대연정 논란에 대해 "도둑떼를 이웃으로 두고 어떻게 통합합니까"라며 '도둑론'을 거론한 것 역시 많은 주목을 받았다.
◇ 신상공격도 서슴지 않은 상호 검증
이날 토론회는 이제까지 진행된 토론회 가운데 어느 때보다 거친 신경전이 벌어졌다.
30초짜리 질문과 40초짜리 답변으로 구성된 검증토론에서 최 시장은 이 시장의 전과(前科)를 들췄다.
최 시장은 "이 시장은 페이스북에 음주운전, 무고 및 공무원 자격 사칭 등 전과 4범이라고 밝히면서 '내 전과를 공개한다'고 해명하셨는데 특별한 이유가 있는가"라고 물었다.
이 시장은 "젊은 시절 음주운전은 제 잘못이고 이 자리를 빌려서 사과드린다"라며 "나머지 전과는 변호사로서 시민운동가로서 부정부패를 청산하려 싸우다 생긴 일"이라고 대답했다.
최 시장은 자신의 주도권 토론 순서가 되자 안 지사를 타깃으로 삼았다.
최 시장은 "안 지사는 2002년 대선 당시 불법정치자금을 받았고 이 돈을 개인 아파트 구입 등에 이용했다는 보도가 있다"고 몰아붙였다.
"같은 당 동지에게 그런 방식으로 질문을 받을 줄 몰랐다"고 입을 떼고 잠시 말을 잇지 못한 안 지사는 "사과를 드렸고 책임을 졌다"고 반박했다.
사회자는 이를 보고 "잽을 던지고 펀치를 날렸다"고 촌평하기도 했다.
◇ 개그맨 이름도 불러주고, 시각자료도 활용
치열한 공방 중에 눈에 띄는 장면도 있었다.
개그맨 박영진 씨가 콩트 형식으로 일자리 양극화 대책을 묻자 안 지사는 "박영진 씨 개그맨 그만두고 중소기업에 취직해서 자랑스럽게 일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대답했다.
개그맨 이수지 씨는 사드 한반도 배치 문제에 따른 대책을 물었고 문 전 대표는 "연변(사람) 역할을 많이 하셨는데 중국 관계에 관심이 많은 것 같다"며 관심을 보였다.
최 시장은 지방분권형 개헌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대목에서는 시각자료를 활용하기도 했다.
◇ 캠프는 토론장 밖에서 '팩트체크' 대결
토론장 안에서 설전을 벌인 대선주자들 외에도 캠프는 장외에서 '팩트체크' 대결을 벌였다.
"우리 당은 당론으로 반값등록금을 하겠다고 했다"는 문 전 대표의 발언에 안 지사 측은 "당 공약은 국공립대 등록금을 ⅓로 줄이겠다는 것"이라며 "2012년 대선 당시 반값등록금 공약도 국공립대부터 하겠다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 시장은 "문 전 대표의 주변에 기득권자들이 모인다"고 비판하는 대목에서 "주차장 청경을 동사하게 했다는 논란이 이는 전 서초구청장과 세월호 다이빙벨 압력했던 분"이라며 진익철 전 서초구청장과 정경진 전 부산시 행정부시장을 언급했다.
이에 문 전 대표 측은 "청원경찰 사망 사건은 진 전 청장과 무관하고 정경진 부산시 전 행정부시장은 부산영화제 담당이 아니어서 '다이빙벨' 영화 상영을 막았다는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고 밝혔다.
kjpar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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