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연합뉴스) 김재홍 기자 = 헌정 사상 처음으로 파면된 박근혜 전 대통령이 그동안 받은 명예박사학위의 취소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15일 주요 대학 등에 따르면 박 전 대통령은 한국과학기술원(2008년), 부경대(2008년), 서강대(2010년)에서 각각 명예박사학위를 받았다.
지난해 11월 국정농단 사태가 불거진 이후 재학생을 중심으로 학위 취소 요구가 있었지만 해당 대학은 미온적인 입장이다.
박 전 대통령은 2008년 11월 21일 한나라당 전 대표 자격으로 부산 부경대를 방문해 명예정치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학위 수여 당시에는 대학 입장에서 상징적 의미가 컸지만, 탄핵 파문으로 상황이 달라졌다.
지난해 12월 박 전 대통령의 학위 수여를 기념해 대학본부 앞에 기념수와 함께 설치된 기념비석에 붉은색 스프레이 페인트가 칠해진 게 확인돼 철거되는 일이 발생했다.
부경대 학칙을 보면 명예박사학위를 받은 사람이 그 명예를 손상한 경우에 관련 위원회 심의를 거쳐 학위 수여를 취소할 수 있다고 돼 있다.
대학 관계자는 "지난해 연말에 박 전 대통령의 명예박사학위를 취소할 수 있는지를 알아보려고 학칙을 확인한 적이 있다"며 "아직 내부적으로 정해진 지침은 없다"고 말했다.
박 전 대통령의 모교인 서강대에서는 지난해 11월 학부와 대학원 학생들이 학교 측에 박 전 대통령의 명예정치학박사 학위 취소를 요구했다.
서강대 전자공학 1970학번인 박 전 대통령은 2010년 4월 17일 개교 50주년 기념식에서 한나라당 전 대표 자격으로 명예정치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서강대 학부·대학원 총학생회와 정치외교학과 운영위원회 등 27개 학생회·모임은 지난해 선언문에서 "법과 제도를 부정하고 민주주의를 위협한 박 대통령에게 '서강'의 이름으로 명예를 논할 수 없고 서강대 정치학 명예박사 학위를 인정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부경대와 마찬가지로 서강대 학칙에도 '학위를 받은 후 그 명예를 손상할 경우 총장이 학위를 취소할 수 있다"고 돼 있다.
대학 관계자는 "관련 학칙은 있으나 현재까지 박 전 대통령의 명예박사학위 취소를 검토한 바는 없다"고 설명했다.
박 전 대통령은 2008년 2월 29일 한국과학기술원(KAIST) 졸업식에서 명예이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KAIST 설립 이후 첫 여성 명예박사 학위였다.
지난해 11월 카이스트 학생들은 '박근혜 KAIST 명예박사 철회촉구대회'를 열었다.
학교 관계자는 "명예박사학위 수여에 대한 학칙은 있으나 해당 학위의 박탈에 대한 학칙은 없다"고 설명했다.
박 전 대통령은 국내 3개 대학 외에 국외에서 대만 중국문화대 명예문학박사(1987년), 독일 드레스덴공대 명예법학박사(2014년), 프랑스 파리6대학 명예이학박사(2016년) 학위를 받았다.
부산대 정치외교학과 김진영 교수는 "소정의 학업을 완수하고 받는 박사학위와 대학본부의 자체 판단으로 수여하는 명예박사학위는 본질적으로 다르지만, 재학생이나 동문 입장에서 명예롭지 못한 사람이 같은 대학의 명예학위를 갖고 있다면 싫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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