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총선 D-1] '네덜란드의 트럼프'도 집권 성공할까

입력 2017-03-14 17:52  

[네덜란드총선 D-1] '네덜란드의 트럼프'도 집권 성공할까

빌더르스의 극우 PVV, 제1당 여부 주목…집권까진 쉽지 않을듯

'극우 포퓰리즘 방풍막' GL 성적·터키외교분쟁 표심영향 주목

(헤이그=연합뉴스) 김병수 특파원 = 오는 15일 실시되는 네덜란드 총선에서 가장 관심을 끄는 대목은 극우 포퓰리스트 정치인인 헤이르트 빌더르스가 이끄는 자유당(PVV)이 제1당이 돼 집권에 성공하고, 빌더르스 대표도 총리직을 거머쥐느냐 여부다.


◇극우정당 'PVV 돌풍' 일으키나 = PVV는 현재 의석수가 12석에 불과하지만 지난 1월 초까지만 해도 150석 가운데 30석 안팎을 차지하며 제1당에 오를 것으로 예상되면서 돌풍을 예고했다.

이후 지지율이 하락하면서 가장 최근 여론조사에서는 마르크 뤼테 총리가 이끄는 집권당 자유민주당(VVD)보다 지지율이 뒤지는 양상이지만 최소한 제2당의 위치를 확고하게 굳힌 모습이다. 총선에서 이 정도 성적만 거둬도 PVV는 상당히 선전하는 것이다.

더욱이 터키와의 외교분쟁이 격화한 뒤 반(反)이슬람 분위기가 확산하면서 선거 막판 변수가 되는 가운데 PVV가 가장 큰 이득을 보게 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빌더르스 대표와 PVV가 총선에서 선전할 경우 다른 유럽지역 극우 포퓰리스트들에게도 고무적인 현상으로 받아들여질 것으로 분석된다.


내달과 오는 5월에는 프랑스 대선 본선과 결선 투표가 예정돼 있고, 오는 9월에 독일 총선이 예정돼 있다.

프랑스 대선에선 각종 여론조사 결과 극우 정치인인 국민전선의 마린 르펜 후보가 대선 결선 진출이 유력시되는 가운데 집권 가능성까지 거론되고 있다.

독일 총선에서도 극우정당인 '독일대안당'이 상당한 지지세를 얻고 있다.

◇브렉시트 이은 '넥시트' 현실화하나 = 빌더르스 대표와 PVV는 선거 공약으로 '반(反) 유럽연합(EU)·반(反)이슬람·반(反)난민'을 내세우고 있다.

이에 따라 PVV가 집권하고 빌더르스 대표가 총리가 되면 네덜란드 정치지형이 지각변동을 일으키는 것은 물론 EU의 앞날과 이슬람권과의 관계에서 엄청난 변화를 몰고 올 것으로 예상된다.

작년 6월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결정에 이어 '넥시트(네덜란드의 EU 탈퇴)'로 이어질 수 있고 그럴 경우 하나의 유럽을 향해 달려온 EU의 해체가 더 빨라질 것으로 관측된다.

또 빌더르스 대표가 공언한 대로 모스크(이슬람사원)를 철폐하고, 쿠란(이슬람 경전)을 금지하는 등 반(反)이슬람 정책을 구체화하면 이슬람권과 유럽 간 갈등이 심화하고 극한 대립으로 치달을 위험성도 있다.

◇PVV, 집권까지 성공할까 = 그렇다면 PVV는 과연 집권에 성공할 수 있을까.

PVV가 제1당이 되는 것과 크게 상관없이 현재로썬 집권까지 이르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이미 나머지 주요정당들이 PVV와는 연립정부를 구성하지 않겠다고 공개 선언했기 때문이다.

네덜란드 총선에는 28개 정당이나 참여해 집권에 필요한 76석을 확보하기 위해선 4~5개 정당의 연대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하지만 주요정당들은 PVV가 내세우는 '극우적 정책'과는 선을 그으며 선뜻 PVV와 손을 잡으려하지 않고 있다.

다만 선거 결과 PVV가 압도적인 의석수 차로 제1당을 차지할 경우 일부 정당들이 입장을 바꿔 PVV와도 연대를 모색하는 현실적인 선택을 할 가능성은 남아 있다.


◇'네덜란드 트뤼도' 성적표는 = 극우 성향의 빌더르스 대표와 정반대 편에 있는 예시 클라버 대표와 녹색좌파당(GL)의 총선 성적표도 관전 포인트 중 하나다.

클라버 대표는 올해 30세로 네덜란드는 물론 쇠락하는 유럽 진보진영의 아이콘으로 떠오르고 있다.

그는 캐나다의 쥐스탱 트뤼도 총리를 연상시키는 수려한 용모와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나 존 F 케네디 전 미국 대통령을 떠올리게 하는 화려한 언변으로 '네덜란드의 트뤼도', '네덜란드의 오바마', '네덜란드의 JFK'로 불리고 있다.

그는 모로코 출신 아버지와 네덜란드계와 인도네시아계 사이에서 태어난 어머니를 두고 있다. 태생부터 반(反)이슬람·반(反)난민을 주장하는 '네덜란드의 트럼프' 빌더르스 대표와 대척점에 서 있다.

클라버 대표는 네덜란드가 최근 이슬람국가인 터키와 외교분쟁이 격화하고 있는 데 대해서도 "터키는 동맹국 가운데 하나이고, 이웃 나라 가운데 하나"라고 강조하면서 차분한 대응을 역설하고 있다.

터키 대통령을 독재자라고 비판하며 강공 대응을 주장하는 빌더르스 대표와 다른 해법을 내놓고 유권자들의 지지를 호소하고 있는 것이다.

GL은 최근 여론조사에서 16~18석 정도의 의석을 차지하며 제4당의 성적을 거둘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에 따라 GL과 클라버 대표가 이번 총선에서 선전할 경우 네덜란드는 물론 유럽에 몰아치고 있는 '극우 포퓰리즘' 광풍을 막아낼 '방풍막'으로 떠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터키와의 외교분쟁 격화, 누가 웃을까 = 선거 막판 변수로 떠오른 터키와의 외교분쟁 격화가 선거 판세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주목된다.

대부분 전문가들은 일단 터키 외교장관의 입국을 거부하고 터키 대통령에게 사과를 요구하는 등 단호한 입장을 보인 뤼테 총리와 VVD, 평소부터 반이슬람·반난민을 내세워온 빌더르스 대표와 PVV, 기독교적 가치를 강조하고 있는 기독민주당(CDA)가 반사이익을 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반면에 이슬람정책과 난민 정책에서 포용적·화해적 입장을 보인 민주66당(D66)이나 GL은 손해를 볼 것이라는 관측이 있다.


bingsoo@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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