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총선] '태풍의 눈' PVV의 당원은 빌더르스 1인뿐

입력 2017-03-15 06:39  

[네덜란드총선] '태풍의 눈' PVV의 당원은 빌더르스 1인뿐

빌더르스와 '빌더르스 재단'이 창당 후 새 당원 등록금지

지방조직 등 통상적 당조직 없어…정부서 재정지원 못받아

'EU 탈퇴' 주장하며 EU기금 받아…美 우익인사들 기부 논란

(헤이그=연합뉴스) 김병수 특파원 = 네덜란드 총선에서 '태풍의 눈'으로 떠오른 극우 정당 자유당(PVV)의 당원은 헤이르트 빌더르스 대표 단 한 명뿐인 것으로 드러났다.

일정 수 이상의 당원을 갖고 있고, 5개 시·도당 조직을 가져야 정당으로 등록할 수 있는 한국의 정당법 기준으로 볼 때는 이해하기 힘든 구조다.

우리 말에 '독불장군(혼자서는 장군이 될 수 없다는 뜻)'이란 말이 있지만, 빌더르스 대표는 '독장군(나홀로 장군)' 노릇을 하고 있는 셈이다.


이번 네덜란드총선에 참여한 정당 숫자가 28개에 이를 정도로 네덜란드는 극단적인 다당제 국가다.

이는 정당 설립에 거의 제한이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네덜란드에서도 '1인 정당'은 아주 이례적인 케이스로 꼽힌다.

총선에 참여하려는 정당은 두 명 이상의 멤버가 참여한 '결사체(Association)'가 돼야 한다.

당초 현 집권당인 자유민주당(VVD) 소속 의원이었다가 지난 2004년 9월 터키의 유럽연합(EU) 가입에 대한 VVD의 긍정적 입장에 반발해 탈당한 빌더르스는 탈당 직후 '빌더르스 결사체'를 설립했다.

당시 빌더르스 결사체에는 '자연인 빌더르스'와 '빌더르스 그룹 재단'이 참여하는 형식으로 등록했다.

결국 빌더르스 대표 1인 정당이었다. 뿐만 아니라 빌더르스 대표는 새 멤버를 등록하지 못하도록 했다. 이후 '빌더르스 결사체'는 2006년 2월 PVV로 이름을 바꿨다. 그 결과 PVV는 빌더로스 대표만 유일한 당원으로 참여하는 정당이 됐다.

이 때문에 PVV는 지방당 조직도 없고, 청년조직이나 정당연구소도 없다.


PVV는 2006년 총선에서 9석, 2010년 총선에서는 24석, 2012년 총선에서는 15석을 얻었으며 이후 3명이 출당 당하거나 탈당해 지금은 하원에서 12석을 갖고 있다.

이들 의원은 PVV의 당원이 아니라 PVV의 유일한 당원인 빌더르스 대표에 대한 국민의 지지를 등에 업고 원내에 진출해 빌더르스 대표의 정치적 비전과 소신을 펼치는 대표로 고용된 일종의 '용병'이라고 할 수 있다.

정당으로부터 총선 출마를 위한 공천을 받기 위한 선결 요건이 그 당의 당원이 되는 것인 한국의 정치문화와는 거리가 있다.

빌더르스 대표는 1인 정당 체제를 구축하고 유지함으로써 당은 물론 의원들에 대한 절대적인 통제력을 유지하고 있다고 한다.

형제인 폴 빌더르스는 최근 네덜란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빌더르스 대표에 대해 "자신의 왕국에서 황제처럼 군림한다"면서 "가족이든 아니든 그에게 반기를 드는 사람은 끝장"이라고 말했다.

다만 PVV가 1인 정당이기 때문에 희생해야 하는 부분도 있다.

네덜란드 법에 따르면 정당은 당원이 1천 명 이상이어야 정부로부터 재정지원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PVV는 이 조건을 충족하지 못해 정부로부터 아무런 보조금을 받지 못한다.

이 때문에 PVV는 아이러니하게도 '반(反)유럽연합'을 내세워 네덜란드의 EU 탈퇴를 주장하면서도 EU 기금을 신청해 받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PVV는 주로 기부금에 의존해 당을 운영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 일부 언론에 따르면 데이비드 호로비츠를 비롯해 미국의 우익인사들이 빌더로스 대표에 기부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일기도 했다.


bingsoo@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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