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프 사장, 美액정패널공장 신설계획 무산 가능성 시사
(서울=연합뉴스) 이춘규 기자 = 일본 내에서 액정(LCD)TV를 가장 많이 만들던 샤프가 TV 국내 생산을 끝낸다. 히타치제작소는 아예 TV 생산에서 철수했고 소니와 파나소닉도 일부 전략상품만 일본에서 생산하고 있어 'TV 생산 왕국'이라던 일본의 명성은 옛말이 돼 버렸다.
다이정우(戴正吳) 샤프 사장은 15일자 아사히신문 인터뷰에서 2018년부터는 일본에서 액정TV를 생산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명확히 밝혔다. 일본내 대량생산으로는 채산성이 맞지 않으므로, 샤프의 모회사 대만 홍하이정밀공업(폭스콘) 등 해외에 위탁 생산한다는 것이다.
샤프의 TV를 생산해 온 미에현 가메야마시 가메야마공장은 미국 애플에 공급할 스마트폰 등에 쓸 중소형 액정패널 생산에 집중한다. 도치키공장도 TV 개발이나 시작품 생산에 특화하게 된다.
샤프는 1987년부터 액정TV를 발매하며 세계 액정TV를 선도해 왔다. 2004년 가동을 시작한 가메야마공장은 액정패널에서 TV 조립까지 모두 하는 '일관체제'를 구축한 샤프TV의 본거지였다.
한 때 '세계의 가메야마 브랜드'가 인기를 끌며 플라즈마 진영과의 두께가 얇은 박형TV 경쟁에서 이기며 '액정의 샤프'를 세계에 과시했지만 한국, 중국이 액정TV에 뛰어들며 경쟁력이 약화됐다.
이에 따라 샤프의 TV 세계 판매량은 2010회계연도 1천480만대를 정점으로 2015회계연도에 580만대로 떨어졌다. TV 사업에서는 결국 2015년도까지 4년간 세 차례나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다이정우 사장은 샤프가 미국에서 액정패널 공장을 짓겠다던 계획도 늦어지거나 무산 가능성도 시사했다. 그는 "올해 전반기 착공은 어렵다"고 말해 조기착공 생각이 없음을 분명하게 밝혔다.
샤프가 새 공장을 짓겠다는 것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요구한 미국 투자에 홍하이 궈타이밍(郭台銘) 회장이 지난 1월 "검토한다"고 응하면서 관심을 끌었다. 샤프도 올해 착공 의지를 밝혔다.
그런데 샤프가 생각했던 대로 상황이 움직이지 않았다. 세금이나 토지 취득 등 우대조치 제안이 미국으로부터 아직 없으며, 구체적인 협의도 없다는 것이 다이 사장의 소개다.
홍하이는 자회사인 사카이디스플레이프로덕트(SDP)를 통해 중국 광저우에 세계최대급 액정공장을 건설 중이다. 샤프가 미국에도 새 공장을 지으면 액정패널 공급 과잉 우려도 제기됐었다.
다이 사장은 특히 "경쟁력이 있는 곳이면 어디라도 투자를 할 수 있다"고 밝혀 미국 새 공장에 집착하지 않겠다는 자세도 보였다고 아사히는 소개했다.
한편 다이 사장은 다른 일본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올해도 실적이 좋을 경우 올해말 도쿄증시1부 복귀를 달성하고, 2018년 3월 결산 때는 6년 만에 주주들에 대한 배당을 재개할 방침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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