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김계연 기자 = 작년 한 해 동안 4∼5일에 한 명꼴로, 최소 82명의 여성이 남편이나 애인 등 가까운 남성에게 살해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여성의전화는 지난해 1∼12월 언론에 보도된 살인사건을 분석한 결과 배우자나 데이트 관계 등 친밀한 사이의 남성에게 살해당한 여성이 82명, 살인 미수 피해여성은 105명이었다고 15일 밝혔다.
범행을 목격하거나 제지하는 과정에서 자녀 등 주변 사람이 살해된 경우도 21건이었고 협박이나 보복 목적으로 반려견을 죽인 사건도 있었다.
여성의전화는 "언론에 보도된 살인사건만 분석한 결과여서 보도되지 않은 사건을 포함하면 피해자가 훨씬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친밀한 관계에서 벌어진 살인·살인미수 187건의 범행동기를 보면 피해 여성이 이혼이나 결별을 요구하거나 재결합·만남 요구를 거부한 경우가 63건으로 가장 많았다. 다툼 중 우발적으로 저지른 경우가 59건, 다른 남자와 관계를 의심한 경우가 22건이었다. 성관계를 거부했다가 살해당한 여성도 3명이었다.
여성의전화는 "여성이 경험하는 폭력은 대부분 매우 친밀하고 일상적인 관계와 공간에서 발생한다"며 "성차별적 규범과 여성혐오가 핵심이지만, 여전히 사적이고 사소한 다툼이나 우발적 범죄로, 이도 안 되면 가해자를 '괴물'로 만들어 이해·소비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여성의전화는 "'불평등한 젠더 질서에 기인한 성별화된 폭력'이라는 통합적 시각으로 문제에 개입할 수 있도록 '여성폭력근절기본법'을 제정하고 성평등 실현을 위한 강력한 추진체계를 마련하라"고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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