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폐 위기 당분간 지속할듯…사업매각도 안갯속
(서울=연합뉴스) 이춘규 기자 = 일본 도시바(東芝)가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는 출구를 찾지 못한 채 헤매고 있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이 15일 지적했다.
도시바는 14일 결산발표를 두 번째 미루고 쓰나카와 사토시 사장이 기자회견을 통해 미국 원자력사업에서의 철수 방침 등을 밝혔지만 수많은 장애물에 직면해 갈팡질팡하는 모습을 보였다.
한 고비를 넘으면 다른 고비가 나타나는 혼미양상이다. 수개월 지속할 상장폐지 위기가 큰 고비다. 미국 원전사업이나 반도체사업을 매각하는 작업도 쉽지 않은 형국이다.
상장이 폐지되면 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할 길이 끊어져 경영 재건은 더욱 감감해진다. 자금융통을 해주는 은행단이 의심의 시선을 보내기 시작했다. 한정된 시간에 복수의 난제를 해결해야 한다.
당장은 상장폐지 우려를 털어내야 한다. 2015년 회계조작이 발각된 뒤 그해 9월 '특설주의시장상표(종목)'로 지정된 도시바는 작년 12월 재심사가 필요하다고 판단돼 지정기간이 연장됐다.
투자자들에게 주의를 요구하는 지정 상태에서 도쿄증권거래소가 내부관리체제의 보장을 해주지 않으면 주식은 상장 폐지된다. 도시바는 15일 도쿄증권거래소에 내부관리체제 확인서를 다시 제출했다.
제출된 서류를 바탕으로 일본거래소그룹 산하의 자주규제법인이 본격적인 심사를 시작하고, 상장 유지 여부를 판단한다. 그런데 이 심사는 신규 상장에 버금갈 정도로 까다로운 것으로 파악됐다.
도쿄증권거래서 지침에 따르면 경영에 중대한 영향을 주는 정보의 관리나 회계에 관한 조직의 정비·운용 상황 등 7개의 항목을 종합 심사한다. 심사에는 수개월이 소요되는데 4개월 걸린 사례도 있다.
기업규모가 크고, 네 번이나 결산을 연기한 도시바의 경우 심사에 반 년이 걸린다는 견해도 있다. 너무 쉽게지정을 해제하면 기업내부통제 개선에 열심인 다른 기업에 나쁜 신호를 주기 때문이다.
도쿄 주식시장에서는 "상장폐지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투자대상으로 해서는 안 된다"는 투자 주의 촉구가 이어지면서 15일 오전장 내내 도시바 주식는 7% 안팎이나 하락한 채 거래되고 있다.
도시바는 도시바메모리를 기본 1조5천억엔에서 최대 2조5천억엔에 팔아 원자력사업에 따른 거액의 손실을 보충하고 채무초과를 해소하겠다는 구상이다. 쓰나카와 사장은 14일 2017년도 내의 빠른 시기에 매각하고 싶다는 의향을 비쳤지만 의도했던 비싼 가격에 팔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오는 29일 마감하는 1차 입찰에는 미국 웨스턴디지털이나 한국 SK하이닉스 등 복수 업체가 의욕을 보이고 있어 매각 자체는 어렵지 않다고 니혼게이자이는 전망했다.
그러나 스마트폰 판매가 세계적으로 급감속하고 있어 반도체 호황이 지속한다고 보기가 어렵다. 따라서 투자회사 관계자는 니혼게이자이에 "사업 장래를 고려하면 최고치 응찰은 어렵다"고 밝혔다.
일본 내에서 기술과 인재의 해외 유출을 견제하는 목소리가 강하 것도 매각처 선정의 변수이다.
미국 원자력사업 자회사인 웨스팅하우스(WH) 처리도 문제가 많다. 도시바는 미국연방파산법 11조의 적용 신청도 생각하며 개혁에 착수하지만 WH의 원전프로젝트에는 83억달러(약 9조5천억원)의 미국정부 융자보증이 있다.
미 원전 자회사 처리에 미국 정부나 국민의 이해관계도 얽혀 있기 때문에 도시바나 WH가 단독으로 부분 매각이나 자회사 분리를 할 수 없는 상황인 셈이다. 도시바가 첩첩산중 양상이다.
taei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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