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리스트 공방…특검 "편가르기" vs 김기춘 "균형 유지"(종합)

입력 2017-03-15 13:15  

블랙리스트 공방…특검 "편가르기" vs 김기춘 "균형 유지"(종합)

특검 "정책 집행과 무관"…김기춘 "특검이 정치적 중립 위반"

특검, 김종덕 등 3인방 사건과 병합 요청…김기춘 측은 반대





(서울=연합뉴스) 송진원 김예나 기자 =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15일 이른바 문화·예술계 지원배제 명단(블랙리스트)이 "정파적 편 가르기에 따른 인권 침해"라고 주장했다.

'블랙리스트'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문화·예술 정책으로, 과거 좌편향 단체에 편향된 정부 지원을 균형 있게 바로잡으려는 정책이었다는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 측 주장을 정면 반박한 것이다.

특검 측은 이날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0부(황병헌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김 전 실장과 조윤선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등의 2차 공판준비기일에서 이 같은 의견을 밝혔다.

특검 측은 "공소사실은 이념에 따른 정책 집행과 무관하다"며 "일부 피고인은 블랙리스트가 좌우 이념 대립에 기초한 것이며 과거 정권에서도 행해졌다고 주장하지만, 좌우 이념은 명목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공소사실은 자유 민주주의에서 상상할 수 없는 정파적 편 가르기가 있었다는 것"이라며 "국가 최고 기관에 의해 자행된 일을 명백히 입증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 전 실장 측을 겨냥해 "정치적 주장에 의해 신성한 법정이 모독 되지 않도록 해달라"고 요청했다.






특검 측은 문체부 1급 공무원에 대한 인사권 남용 혐의에 대해서도 "헌법과 법률 지배하에 있어야 할 최상위자가 자의적으로 인사권을 행사한 게 직권남용이 아니면 어떤 게 직권남용인가"라고 반문했다.

앞서 김 전 실장 측은 "국가공무원법상 행정부 1급 공무원 등 고위공무원단에 속하는 공무원은 신분 보장 대상에서 제외한다고 명문으로 규정돼 있다"며 죄가 되지 않는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특검 측 주장에 김 전 실장 측은 "진보를 완전히 배제하라고 한 게 아니라 균형을 유지하라고 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또 "이념에 따른 정책 집행이 아니라 정파적 편 가르기에 따른 인권 침해가 범죄가 된다는 논리는 성립이 안 된다"며 "특검이 주장하는 행위의 평가는 사실이 아니다"라고 맞섰다. 그러면서 "이는 문화예술계 지원배제가 범죄가 되지 않는다는 것을 오히려 자백하는 꼴"이라고 몰아세웠다.

김 전 실장 측은 "학교에서 성적 우수자에게 일률적으로 지급하던 장학금을 생계곤란자에게 우선 지급하기로 하는 건 법적 다툼이 되거나 형사처벌 대상이 되지 않는다"고도 주장했다. 보조금 지원배제도 같은 맥락에서 '수혜적 재량 행위'에 해당한다는 취지다.

김 전 실장 측은 "문체부의 산하 위원회에 대한 지도나 의견 전달이 직권남용이 된다면 각 학교의 자율적인 국정 역사 교과서 채택에 관해 교육감들이 제재 등의 의사 표명을 하는 것도 직권남용으로 형사처벌 대상으로 봐야 한다"는 주장도 폈다.

아울러 "특검은 범죄가 되지 않는 것을 두고 불이익을 당했다는 사람들 편에서 의견을 모아 기소했다"며 "오히려 특검이 정파적 편 가르기를 하는 것으로,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하는 특검법을 위반하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특검 측은 같은 사안으로 기소된 김종덕 전 문체부 장관 등의 사건과 김 전 실장 측의 사건을 병합 심리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그러나 이에 대해서도 김 전 실장 측은 "그럴 경우 피고인이 7명이라 김 전 실장에 대한 변론 시간이 확보되지 않을 수 있다"며 반대 의견을 냈다.

재판부는 두 사건의 병합 여부는 이날 판단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오는 21일 한 차례 더 준비기일을 열어 특검이 낸 증거에 김 전 실장 등이 동의하는지를 확인할 예정이다.

sa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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