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금리인상] 저신용자 80% 금리변동 위험 노출…가계부채관리 '비상'

입력 2017-03-16 05:33   수정 2017-03-16 0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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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금리인상] 저신용자 80% 금리변동 위험 노출…가계부채관리 '비상'

지난해 17% 급증한 2금융권 대출 '뇌관'되나

대응 서두르는 금융당국…"대출 자제하라" 잇따라 촉구

(서울=연합뉴스) 이상원 박초롱 기자 = 미국의 금리 인상으로 1천300조원을 넘어선 가계부채에 또다시 비상이 걸렸다.

특히 대출금리가 높고 저신용·저소득층이 주로 이용하는 제2금융권 대출이 '뇌관'으로 꼽힌다.

지금처럼 경기 회복이 더딘 상황에서 미국의 금리 인상 여파로 국내 시중금리까지 오르면 제2금융권 가계부채의 부실 위험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금융당국은 상호금융·저축은행·카드사 등 각 금융권의 가계대출 증가세를 더 깐깐하게 관리하는 한편 취약계층의 부담 완화방안을 앞당겨 시행하기로 했다.






◇ 금리 1%포인트 오르면 가계 이자 부담 9조원↑


한국은행의 가계신용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말 현재 가계부채는 1천344조3천억원이다. 1년 새 141조원이 불었다.

은행권 가계대출이 올해 1∼2월 3조원, 비은행권은 1월 중에만 3조원 늘어난 점을 고려하면 전체 규모는 1천350조원을 넘어선 것으로 추정된다.

금리가 오르면 갚아야 할 빚의 총량이 늘어나기 때문에 이렇게 쌓인 가계부채는 금리 인상기에 큰 부담으로 작용한다.

은행 가계대출에서 고정금리 대출 비중(지난해 말 기준)이 43.0%라는 점을 고려하면 최소 750조∼800조원은 금리 변동 영향을 받는 변동금리형으로 추정된다.

고정금리로 분류되는 대출도 5년이 지나면 변동금리 대출로 전환되는 '혼합형'이 많아 금리 상승의 부담에서 자유롭지 않다.

한국은행은 지난해 12월 말 국회 보고에서 대출금리가 1%포인트 오르면 가계의 추가 이자 부담이 9조원 늘어날 것으로 추정했다.

이자 부담이 늘어난다고 해도 그간 고정금리·분할상환 비중이 높아지는 질적 개선이 있었고, 고신용·고소득 우량 차주의 대출 금액이 전체 가계부채의 65%를 차지하고 있다. 전체적으로 보면 가계가 금리 인상에 버틸 만한 체력은 있다는 뜻이다.






◇ 금리 인상, 저신용·다중채무·자영업자에 직격탄


문제는 저신용자, 다중채무자, 자영업자 등 취약계층이 받는 충격이다.

한은은 10개 신용등급 중 7∼10등급인 저신용 차입자의 대출 중 변동금리 대출 비중이 80%를 넘는 것으로 추정했다.

저신용 대출자의 거의 대부분이 금리 인상의 충격을 고스란히 받게 되는 것이다. 특히 저신용자들이 주로 이용하는 금융회사는 은행보다 금리가 높은 제2금융권이 많아 충격의 강도도 크다.

복수의 금융회사에서 대출을 받은 다중채무자는 전체 금융권을 위협하고 있다.

개인신용평가사인 나이스평가정보에 따르면 지난해 말 현재 5곳 이상의 금융기관에서 대출을 받은 다중채무자는 101만7천936명이었다. 이는 2012년 말보다 5.0% 증가한 규모다.

이들 다중채무자의 지난해 말 현재 대출액도 108조9천324억원으로 4년 전보다 20.9% 증가했다.

다중채무자가 금융회사 한 곳의 원리금 상환을 연체하면 다른 금융회사 대출에서도 연체가 발생할 가능성이 커진다.

금리가 오르면 자영업자의 폐업 가능성도 커진다.

한국은행 경제연구원은 중소기업 대출금리가 0.1%포인트 오르면 폐업위험도가 7.0∼10.6% 올라간다고 예상했다.






◇ 고위험 대출한 제2금융권 충당금 더 쌓아야



정부는 금리 인상으로 부실 위험이 커진 제2금융권을 중심으로 대응을 서두르고 있다.

지난해부터 가계대출 증가세는 은행권보다 2금융권이 이끌고 있다.

은행 가계대출이 지난해 연간 9.5% 증가하는 동안 제2금융권은 17.1% 급증했다. 대출 증가세는 올해 들어서도 꺾이지 않는 모습이다.

보통 1월은 비수기여서 대출잔액이 전월보다 감소하거나 소폭 늘어나는 시기인데도 올해 1월 2금융권 가계대출은 전월보다 2조9천억원 늘었다.

이는 1월 증가 폭으로만 따졌을 때 관련 통계가 집계되기 시작한 2003년 10월 이후 최대치다.

금융당국은 우선 가계부채가 빠르게 증가한 제2금융권 92개사를 대상으로 현장점검에 나섰다.

금융위·금감원 수장은 연일 제2금융권을 향해 가계대출을 자제하라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지난 12일 열린 금융상황점검회의에서 "은행권이 금리 상승에 대비해 가계대출 리스크관리를 강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2금융권이 단기적인 이익에 급급해 리스크관리를 소홀히 하고, 취약차주에 대한 대출을 과도하게 늘리면 향후 건전성에 큰 문제가 있음을 유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진웅섭 금감원장도 금융협회장들을 불러 모아 "가계대출 영업을 확대하지 말고 리스크관리를 강화해달라"고 촉구했다.

금융당국은 저축은행, 상호금융 등이 고위험대출을 할 경우 충당금을 더 많이 쌓도록 하는 등 시중금리가 더 오르기 전에 2금융권 리스크관리를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한계 차주 부담 완화방안도 이달 중 준비해 발표한다.

주택담보대출을 연체하더라도 집이 경매로 넘어가 오갈 데가 없어지는 경우엔 최대 1년간 경매를 미뤄주고, 사전 채무조정을 활성화하는 방안이 담긴다.

chopark@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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