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잭폿' 수주 vs 거액 과세…'도깨비' 같은 이란 시장

입력 2017-03-15 18:46  

'잭폿' 수주 vs 거액 과세…'도깨비' 같은 이란 시장

이란 정부 예측 불가한 세금 정책…테헤란 진출 한국 기업들 곤경




(테헤란=연합뉴스) 강훈상 특파원 = 이란 테헤란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은 13일과 14일 이틀간 냉·온탕을 오갔다.

13일 현대엔지니어링이 3조8천억원 규모의 석유화학 시설을 이란에서 수주했다는 낭보가 전해졌다.

테헤란의 한국 관련 업계에선 '과연 이란은 포기할 수 없는 큰 시장'이라는 평가가 뒤를 이었다.

미국의 여전한 금융 제재로 자금 거래가 어렵지만 곧 사정이 나아질 것이라는 기대도 높아졌다.

이런 훈풍은 하루 만에 반전됐다.

이튿날인 14일 한국의 대표기업 삼성전자가 이란 관세청으로부터 1천억원 대의 관세 탈루 의혹으로 조사를 받고 있다는 소식이 전날 '잭폿' 수주를 뒤덮었다.

한국 기업의 테헤란 주재원 사이에서 "역시 이란에서 사업하기 정말 어렵다"는 탄식이 들려왔다.

엄밀히 따지면 이란 관세청의 과세 대상은 삼성전자의 부품을 수입해 현지에서 조립하는 협력사다.

삼성전자를 비롯해 국내 대부분 기업은 테헤란에서 활발하게 사업하고 있지만, 세법상 비과세 대상인 연락사무소 형태로 영업하는 실정이다.

이란 정부의 과세를 최대한 피하기 위해서다.

테헤란에 주재하는 한국 기업 관계자는 "외국 기업으로서 이란의 세금 정책이 어려운 점은 세율이 높다는 게 아니라 과세 기준이 예측할 수 없다는 것"이라고 털어놨다.

연락사무소라고 하더라도 이란 세무당국이 법인에 준한다고 판단하고 법인세를 매기는 경우가 있다는 것이다.

한 한국 가전업체 관계자는 "이란 정부가 국산화율을 높이려고 예전엔 관세가 낮은 부품수입으로 인정하던 것을 수년 전 완제품이라고 판단해 고관세를 부과하려고 했다"며 "생산라인을 증설해 이란인을 많이 고용하면서 이 위기를 피한 적 있다"고 말했다.

이번 관세 탈루 의혹에 대해 삼성전자는 현지 협력사(부품수입사)에 대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론적으로는 흠잡을 데 없는 설명이지만 이란 사정에 밝은 현지 기업인들은 "결과는 알 수 없다"고 입을 모은다.

과세 대상을 판단하는 근거는 판례나 법전이 아니라 이란 정부라는 것이다.

현지 언론에서도 "삼성전자가 이란 현지 기업에 책임을 미루지만 이란 관세청은 삼성전자의 책임이라는 입장"이라는 보도가 나왔다.

한국의 조세심판원처럼 이에 불복하는 절차가 있지만 외국 기업에 유리하지 않다는 게 현지 전문가들의 일치된 의견이다.

여기에 이번 탈루 의혹을 두고 정치적인 해석도 곁들여졌다.

5월 이란 대선을 앞두고 외국 기업의 활발한 이란 진출을 못마땅해 하는 보수 세력이 삼성전자같은 몇몇 대표적인 곳을 표적으로 삼아 압박한다는 분석이다.

삼성전자의 탈루 의혹 조사 사실을 처음 보도한 곳도 이란 보수 세력과 관련된 매체라는 점이 이런 추정을 뒷받침한다.

이란 정부가 우방인 중국의 가전 기업에 진출 기회를 주기 위해 경쟁사인 한국 회사를 곤경에 빠뜨리는 것 아니냐는 추측도 나돈다.

또 서방의 제재 동안 어려워진 경제를 재건해야 하는 이란 정부가 세수를 늘리기 위해 덩치가 큰 외국 회사에 대한 세무조사를 본격화했다는 소문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hskang@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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