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금리인상] 금융위기후 신흥국 유입 7천조원 엑소더스 우려

입력 2017-03-16 04:10   수정 2017-03-16 06:53

[美 금리인상] 금융위기후 신흥국 유입 7천조원 엑소더스 우려

"몽골·브라질·터키 등 자금유출 움직임 주목"…기업들 달러부채도 부담

(서울=연합뉴스) 이 율 기자 =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15일(현지시간) 기준금리를 8년여 만에 1%로 올리며 금리정상화 궤도에 들어섬에 따라 세계 금융위기 이후 신흥국으로 들어온 수천조 원의 움직임이 주목된다.

과거 미국의 통화긴축 시기에는 신흥국에서 자금이 유출되며 금융불안으로 이어졌던 사례가 많기 때문이다.

게다가 통화 긴축으로 달러화가 강세를 나타내면, 달러 부채를 대거 낸 신흥국 기업들도 어려움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급격한 자금유출이 우려되는 국가로는 몽골과 브라질, 터키, 베네수엘라, 이집트, 말레이시아 등이 꼽혔다.


◇ 금융위기 이후 신흥국 유입 7천조원 빠져나가나




한국은행이 국제금융협회(IIF) 자료를 바탕으로 한국과 중국, 인도, 브라질, 러시아, 터키, 멕시코, 남아공, 사우디아라비아 등 25개 신흥국의 자금흐름을 분석한 결과를 보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2009년부터 5년간 모두 6조2천억 달러(약 7천조 원)가 유입된 것으로 추산됐다.

이 시기 자금 유입규모는 금융위기 이전 2002∼2006년 유입된 자금 2조5천억 달러(2천850조 원)의 2.5배에 달한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미국과 유럽, 일본 등 선진국 중앙은행들이 경기 부양을 위해 일제히 푼 돈이 신흥국으로 흘러들어 간 데 따른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미국을 필두로 유럽중앙은행(ECB)과 일본은행(BOJ) 등도 돈줄 죄기에 나설 조짐을 보이면서 신흥국에서의 자금유출에 대한 우려가 확대되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5년간 가장 자금이 많이 들어온 국가는 중국으로 모두 2조2천500억 달러에 달하며 이어 브라질(6천700억 달러), 인도(4천800억 달러), 러시아(3천900억 달러), 멕시코(3천억 달러), 터키(2천300억 달러) 순이었다.

이 중 중국에서는 2015년부터 자금이 순유출되기 시작했고, 러시아는 2014년 이후 순유출로 전환했다.

IIF의 분석에 따르면 금리인상 등 미국이 긴축적인 통화정책을 실시하는 시기에 자금유출 등 신흥국의 금융불안이 발생할 확률이 상승한다.

미국의 통화 긴축 시기에 신흥국에서 위기가 발생하는 경우는 연평균 4.9차례로 통화 긴축 이외 기간인 1.9차례보다 2.6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행은 향후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정책 방향, 브렉시트 협상 전개양상, 유럽 주요국의 선거 등으로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이 높은 수준에서 지속함에 따라 투자자들의 위험회피 성향이 확대되면 신흥국에서 자금유출이 되는 원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또 미국과 신흥국과의 성장 격차가 줄어들고 있는 것도 자금유출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 신흥국 기업 달러부채 올해 1천200억弗 만기…"몽골·브라질·터키 위험"





미국의 금리정상화 행보에 따라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빚더미에 오른 신흥국 기업들이 원리금 상환과 만기연장에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우려된다.

미국의 금리인상이 예상보다 빠르게 진행될 경우 급격한 자본유출을 겪을 위험이 큰 국가로는 몽골과 브라질, 터키 등이 꼽혔다.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올해 신흥국 기업들의 달러 부채 중 만기가 돌아오는 것은 1천200억 달러에 달한다. 이는 전체부채 중 10%에 해당한다.

신흥국 기업들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선진국들이 돈을 풀면서 고수익을 좇는 자금이 대거 몰려오자 달러 등 외화표시 채권을 대거 발행했다.

한국은행은 주요 신흥국의 대내외 건전성 지표를 분석한 결과, 몽골과 브라질, 터키 등의 경제 상황이 가장 취약한 것으로 분석했다. 이들 국가는 미국 금리인상이 예상보다 빠르게 진행된다면 급격한 자본유출을 겪을 위험이 있다는 것이다.

몽골은 작년 성장률이 0.04%로 둔화한 가운데 보유외환 대비 단기외채 비율이 가장 높은 편이고 경상수지 적자비율도 취약하다. 브라질은 재정적자와 정부부채 등 재정 건전성이, 터키는 환율절하폭이 큰 가운데 단기외채와 경상수지 지표가 각각 취약한 편이다.

국제금융센터는 신흥국 중에 채권자금 유입이 많고, 미국 금리와의 동조화 수준이 높으며 대미 수출의존도가 높은 국가를 중심으로 자금유출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며 베네수엘라, 터키, 이집트, 말레이시아를 가장 위험국가로 분류했다.

yulsid@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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