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가 내기도 힘든데…" 직장맘 울리는 신학기 학부모 행사

입력 2017-03-16 07:10   수정 2017-03-16 11:51

"휴가 내기도 힘든데…" 직장맘 울리는 신학기 학부모 행사

공개수업 참관·학부모총회 등 잇따라…"돌봄휴가 확산해야"

(서울=연합뉴스) 이윤영 기자 = 신학기를 맞아 입학식에 이어 학부모 연수, 학부모 총회, 공개수업, 학부모 상담 등 각종 학부모 초청 행사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져 맞벌이 '직장맘'들이 울상을 짓고 있다.

대부분의 행사가 일과시간에 열리는 탓에 일부러 휴가를 내지 않으면 참석하기 힘든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올해 서울의 한 중학교에 첫째 아들을 입학시킨 직장맘 정모(42)씨도 마침 16일 있을 학부모총회를 앞두고 참석 여부를 고민하다 결국 마음을 접었다. 이달 초 입학식 참석을 위해 휴가를 냈는데 다시 또 휴가를 신청하기가 어려웠기 때문이다.

정씨는 "조만간 학부모 상담도 있어 휴가를 또 써야 할 것 같아 총회는 포기하기로 했다"며 "중학교는 자유학기제 때문에 선생님께 눈도장을 찍는 게 중요하다고 주위에서 그러던데, 총회에 못 가서 우리 아이가 찍힐까 봐 걱정"이라고 말했다.

각종 학부모 관련 인터넷 카페에도 학기 초 각종 학부모 행사와 관련한 직장맘들의 고민 글이 넘쳐난다. 휴가 내기가 어려운 상황에서 안가면 불이익은 없는지, 굳이 가야 한다면 어떤 행사를 가야 하는지 묻는 글들이 대부분이다.

교육부는 이미 수년 전부터 이러한 학부모 행사 관련 불만 민원이 쏟아지자 각급 학교에 공문 등의 형태로 ▲ 학부모 수요 조사를 해 행사 시간대를 정할 것 ▲ 야간, 주말 등을 활용할 것 등을 적극 권고해왔다.

특히 법적기구인 학교운영위원회 행사의 경우 2011년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을 개정해 '운영위원회 회의 일시를 정할 때는 일과 후, 주말 등 위원들이 참석하기 편리한 시간으로 정해야 한다'는 조항을 집어넣었다.

이 역시 직장에 다니는 학부모 위원의 참석 편의를 고려한 조치였다.

하지만 학교 자율로 날짜와 시간대를 정하는 학부모총회, 연수, 상담 등은 여전히 상당수 학교에서 '주간 개최'라는 관행이 사라지지 않고 있다.

학교 관계자들은 야간이나 주말에 학부모 행사를 열면 또 다른 불만 민원이 생긴다며 고충을 토로하고 있다.

서울의 한 초등학교 교장은 "야간에 하면 그 시간에 아이들은 누가 돌보느냐는 민원이, 주말에 하면 가족과 시간을 보내야 하는데 왜 학교에 오라고 하느냐는 민원이 제기된다"며 "입장이 다 달라 맞추기가 어려운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교육계에서는 직장맘을 배려하지 않는 책임을 무조건 학교에 돌릴 것이 아니라 '자녀돌봄 휴가제' 등을 일반 기업체로 확산, 정착시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마침 14일 국무회의에서 공무원이 연간 2일 범위에서 자녀의 학교 행사 참석을 위해 휴가를 낼 수 있도록 한 '국가공무원 복무규정'이 통과됐는데, 이를 민간 차원으로 확산해야 한다는 것이다.

중앙부처 및 소속기관 공무원을 대상으로 한 이 규정은 20일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야간이나 주말에 행사를 하라고 공문을 내려보내면 학교에서는 '탁상공론'이라는 반응이 온다"며 "자녀돌봄 휴가제를 정부가 선제적으로 도입한 만큼 민간으로도 확대돼 사회 전체 분위기가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yy@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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