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내 전체 불꽃놀이·폭죽 가득…조로아스터교 풍습 영향
(테헤란=연합뉴스) 강훈상 특파원 = 이란의 풍습을 잘 알지 못하는 이가 14일(현지시간) 밤 테헤란에 왔다면 여기저기서 울리는 폭음에 아마 깜짝 놀랐을 터다.
이날 밤은 대체로 고요한 이란에서 예외적으로 가장 시끄러운 날이라는 '차하르 샴베 수리'였다.
테헤란은 물론 이란 전역에서 불꽃놀이와 화약이 터지는 소리가 자정을 넘어서까지 요란했다.
'차하르 샴베'는 수요일이라는 뜻의 이란어이고, '수리'는 불 또는 빛이라는 의미다.
이란의 역법(曆法)에 따르면 봄이 시작되는 춘분이 새해 첫날이다.
차하르 샴베 수리는 한 해의 마지막 수요일에 벌어지는 일종의 송구영신을 기원하는 풍습이다.
마지막 수요일이라고는 하지만 정확히 말하면 화요일에서 수요일로 넘어가는 밤에 여러 흥미로운 일이 벌어진다.
차하르 샴베 수리엔 각 가정에서 큰 야외 파티가 열린다.
이란에서 시끌벅적한 야외 파티는 예외적으로, 이날만큼은 경찰도 어느 정도 '일탈'은 눈감아 준다.
친척과 친구가 모여 지난 한 해의 액운을 털어내고 새해에 건강과 행운을 기원한다.
이때 마당에 모닥불을 피우고 남녀노소없이 이를 뛰어넘는 놀이를 한다.
이는 불을 숭상하는 이슬람 시대 이전 이란의 고대 종교인 조로아스터교의 종교의식에서 유래했다.
모닥불 뛰어넘기는 집안뿐 아니라 거리 어느 곳에서나 볼 수 있다.
불을 뛰어넘으면서 '자르디예 만 아즈 토, 소르키예 토 아즈 만'(내게서 노란색을 가져가고 나에게 붉은색을 주렴)이라는 주문을 외운다.
노란색은 질병과 근심을 뜻하고 붉은색은 건강과 활력의 상징이다.
이와 함께 불꽃놀이를 하는 데 이는 폭음에 귀신이 도망친다는 믿음에서다.
이란 사회가 한국에 비해 공권력에 의해 통제된 분위기인 점을 고려하면 이날 하룻 밤 큰 폭발음과 함께 잠시동안 스트레스를 날려버리는 모습도 엿볼 수 있다.
차하르 샴베 수리가 요란한 날인 만큼 사건, 사고도 잦다.
더 화려한 불꽃과 큰 소리를 내려고 값싼 화약을 사다 집에서 스스로 제조하다가 폭발사고가 나 화상으로 죽는 일이 매년 생긴다.
또 폭죽 안에 돌이나 구슬을 넣어 지나가던 사람이 다치는 사고도 발생한다.
이란 현지 일간 자메잠은 15일 올해 차하르 샴베 수리에 불꽃놀이와 화약이 폭발해 이란 전역에서 10명이 죽고 600여명이 다쳤다고 보도했다.
시끌벅적한 이 날이 지나면 비로소 새해를 맞게 된다.
한국은 설날이 겨울이지만 이란에선 새로운 생명이 탄생하는 봄과 함께 한 해가 열린다.
'노루즈'(빛)라는 이름의 새해 첫날부터 약 2주간 긴 연휴가 이어진다.
올해는 이란에서도 '닭의 해'다.
이란 역시 한국, 중국과 마찬가지로 12간지가 있고, 12종의 동물도 모두 같다.
hsk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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