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좌 무정부단체 '불의음모단'…7년 전 유럽 지도자들에게 소포폭탄 발송한 단체
(베를린·로마=연합뉴스) 고형규 현윤경 특파원 = 그리스 극좌 무장단체가 독일 재무부에 폭발 물질을 담은 소포를 발송한 것이 자신들의 소행이라고 주장했다.
극좌 무정부단체인 '불의 음모단'(CFN)은 16일(이하 현지시간) 그리스의 한 좌파 웹사이트에 성명을 게재, "우리가 독일 재무부에 건드리면 터지는 위장 폭탄이 장착된 소포를 보냈다"고 밝혔다.
미국 정부의 테러 단체 목록에 올라 있는 CFN은 2010년 아테네 주재 외국 대사관과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당시 이탈리아 총리 등 유럽 지도자 다수에게 소포 폭탄을 발송, 유럽 전역을 아테네발 소포 폭탄 공포로 몰아넣은 전력이 있다.
앞서 독일 경찰은 볼프강 쇼이블레 독일 재무부 장관과 스티븐 므누신 미국 재무부 장관 간 회담을 하루 앞둔 15일 재무부 청사에서 폭발물질이 담긴 소포를 발견했다고 발표했다.
경찰은 성명에서 "폭죽을 만드는 데 쓰이는 폭발 물질이 혼합돼 있었다"면서 "소포를 개봉하면 폭발을 일으켜 크게 신체를 훼손하게끔 제작됐다"고 설명했다. 소포는 그러나 우편실에서 적발돼 피해로 이어지지 않았다.
독일 대중지 빌트는 이와 관련, 소포가 그리스에서 왔고, 그리스의 제1야당 신민당의 아도니스 스피리돈 게오르기아디스 의원이 발신인으로 돼 있었다고 보도했다.
발신인으로 지목된 게오르기아디스 의원은 "남성 또는 여성 테러리스트가 내 이름을 그렇게 써먹은 것 같다"며 "나는 그리스에서 쇼이블레 씨의 친구로 간주된다"고 해명했다.
그리스 내무부는 이번 사건의 배후를 밝히기 위해 양국의 수사기관이 공조하고 있으며, 그리스 측은 폭발 물질이 담긴 소포가 그리스에서 어떻게 발송될 수 있었는지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독일 dpa통신에 따르면 독일 경찰은 문제의 소포의 수신인이 독일 일부 언론의 보도처럼 쇼이블레 재무장관으로 직접 지정돼 있었는지에 대해 확인해주길 거부했다.
쇼이블레 장관은 재정 위기로 2010년 이래 유럽연합(EU)과 국제통화기금(IMF) 등 국제채권단의 구제금융으로 연명하는 그리스에 강도 높은 긴축을 앞장서 압박하는 장본인으로 지목되며 그리스인들의 강한 반감을 사고 있다.
한편, 공교롭게도 그리스 채권단의 한 축인 IMF의 프랑스 파리 사무소에서도 이날 우편물이 폭발해 1명이 다치는 사건이 일어나 누구의 소행인지에 대한 조사가 이뤄지고 있다.
ykhyun14@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