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번 추가 인상 전망이 우세, 경기 과열 우려로 3번 추가 인상 전망도
금리인상은 트럼프노믹스에 毒, 트럼프-옐런 불협화음 낼수도
(워싱턴=연합뉴스) 강영두 특파원 = 재닛 옐런 의장이 이끄는 미국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올해들어 처음으로 15일(현지시간)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했다.
그동안 미국 경제지표가 예상보다 호조를 보이고 물가 지수가 연준 목표치(2%)에 근접하면서 3월 금리 인상을 글로벌 금융시장은 기정사실로 받아들여 왔다.
이미 시장의 관심은 올해 미국이 언제, 몇 차례 금리를 올릴 지로 넘어갔다. 통화 긴축의 속도와 폭에 따라 세계 경제에 불확실성이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 경제의 과열을 경계하는 옐런 의장과 경기부양을 위한 대규모 재정정책을 펼치려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의 '충돌' 가능성은 금리 정상화 과정에서 수면 위로 떠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 미국 경제 자신감 반영…통화정책 정상화 과정
옐런 의장은 "금리 인상은 미국 경제의 자신감"이라고 말했다.
2015년 12월 7년간의 제로(0) 금리의 막을 내릴 때도, 그로부터 1년만인 지난해 12월 금리를 추가로 올릴 때도 마찬가지였다.
작년 12월 금리를 올렸던 연준이 불과 석 달 만인 이날 또 다시 인상한 것은 미 경제에 대한 자신감이 한층 커졌다는 뜻이다.
실제로 지난 2월 비농업 부문 고용자는 23만5천 명 증가해 시장의 예상치(20만 명)를 큰 폭으로 상회했고, 실업률은 4.7%로 떨어져, 연준이 완전 고용으로 보는 실업률(4.8%)을 하회했다.
작년 4분기 물가상승률도 1.9%를 기록하며, 연준의 목표치(2%)에 육박했다. 특히 소비자물가는 지난 1월 최근 3년여 동안 가장 큰 폭인 0.6% 오른 데 이어 지난달에 추가로 0.1% 올라 인플레이션 압력이 커지고 있다.
대표적인 신중론자인 옐런 의장이 지난 3일 시카고 경영자클럽의 오찬 행사에서 "고용 목표는 대체로 달성됐고, 물가는 2% 목표에 다가서고 있다"며 사실상 추가 금리 인상을 예고한 것은 이런 경기 호황이 반영된 것이다.
길게 보면 미국 금리는 비정상에서 정상으로 돌아가는 과정이다. 2008년 리먼 브러더스 사태 이전 미국 금리는 4%대를 유지했다.
CNN방송은 "미국은 더는 2008년 금융위기 모드가 아니다"며 "금리는 여전히 역사적으로 매우 낮은 상태"라고 지적했다.
◇ 올해 추가 인상 횟수는…2번? 3번?
연준은 지난해 12월 발표한 점도표(dot plot)에서 올해 금리 인상 폭을 높인 바 있다. 기준금리 전망의 중윗값을 1.4%로 제시하고, 연간 3회의 금리 인상을 예고했다.
당시 17명 연준 위원 중에서 15명은 기준금리 수준이 1.75% 이상으로 올라가야 한다고 봤다. 또 3% 이상에 찬성하겠다는 위원도 3명이나 됐다.
이에 따라 세계 금융시장이 미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끝나는 15일 오후 2시(한국시간 16일 오전 3시)를 숨죽여 기다린 것은 단순히 금리 인상 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것은 아니었다.
초점은 오히려 추가 금리 인상의 횟수와 시기에 모였다. 올해 첫 금리 인상이 애초 금융시장이 예상한 6월보다 한 분기나 앞당겨짐에 따라 기준금리 인상 속도가 한층 빨라질 것으로 예상됐기 때문이다.
글로벌 투자은행은 연준이 올해 총 3차례 금리를 올릴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은행 뉴욕사무소의 집계에 따르면 골드만삭스와 바클레이즈 등 16개 세계적인 투자은행(IB) 중 14개 기관이 올해 총 인상 횟수를 3번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금리 인상이 총 4차례로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 경제 회복 속도가 한층 빨라질 경우 연준이 다른 결정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제이콥 프렌켈 JP모건체이스 인터내셔널 회장은 CNBC 인터뷰에서 "3월 금리 인상은 올해 첫 금리 인상이라는 점에 집중해서 볼 필요가 있다"며 "미국의 경제 활동이 내가 예상한 것보다 훨씬 왕성하다. 연준이 올해 4번까지 금리를 올릴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트럼프노믹스에 독(毒), 트럼프-옐런 불협화음
금리 인상 속도가 빨라지면 달러 강세 추세는 더욱 강해지고, 미국의 수출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 보호무역으로 미국산 제품의 수출을 늘리려는 '트럼프노믹스'에 제동이 걸릴 수 있다는 얘기가 된다.
또한 '1조 달러 인프라 투자' 등 트럼프 대통령이 공약대로 대대적인 경기부양에 나서면 옐런 의장으로서는 금리를 올려 경기 과열을 막아야 하는 상황에 부닥치게 된다.
이처럼 트럼프 대통령과 옐런 의장이 불협화음을 낼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향후 금리 결정이 정치적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 당시, 내년 2월 옐런 의장의 임기가 끝나면 교체할 것이라고 공언한 바 있다.
게다가 현재 연준 이사 7명 중 두 자리가 공석이고, 대니얼 타룰로 이사도 내달 15일 사임하기로 해 옐런 체제의 연준은 큰 폭의 개편을 맞게 된다. 3명의 이사는 트럼프 대통령이 임명한다.
k027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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