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18개국 ESCWA 보고서에 미 유엔대사 철회 요구
(유엔본부=연합뉴스) 김화영 특파원 = 유엔 산하기구에서 이스라엘을 '팔레스타인을 차별하는 아파르트헤이트 정권'으로 묘사한 보고서가 나오고, 이에 미국과 이스라엘이 철회를 요구하면서 파문이 일고 있다.
작년말 양측이 이스라엘 정착촌 건설 중단 문제로 한차례 충돌한 데 이어 다시 긴장 수위가 높아지고 있다.
유엔 산하기관인 서아시아경제사회위원회(ESCWA)는 15일(현지시간) 이스라엘을 비난하는 내용이 담긴 보고서를 냈다.
보고서에는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 주민을 그 전체로서 지배하려는 아파르트헤이트 정권을 수립했다"며 "이스라엘은 이에 대한 비판을 격렬히 거부하고 있다"는 내용이 들어갔다.
아파르트헤이트는 옛 남아공의 인종분리정책이다.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을 상대로 인종분리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는 의미가 된다.
엄청난 학문적 조사와 증거수집을 거쳤다고 밝힌 보고서는 "이스라엘이 아파르트헤이트에 해당하는 죄를 짓고 있다는데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말했다.
특히, '팔레스타인 주민을 4개의 그룹으로 나눈 뒤 제각각 다른 법, 정책, 관행으로 탄압하는' 전략을 이스라엘이 채택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4개 그룹은 이스라엘, 동예루살렘, 요르단강 서안과 가자지구에 거주하는 팔레스타인인, 그리고 난민이거나 망명 중인 팔레스타인인을 일컫는다.
보고서는 다만, ESCWA의 평가가 권위를 지니려면 국제재판소의 판결이 있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서아시아의 경제·사회 발전을 지원하기 위한 ESCWA는 18개 아랍 국가가 회원국이며, 팔레스타인 자치정부도 일원이다.
유엔 기구가 이스라엘을 팔레스타인을 탄압하는 '인종차별 국가'로 선명하게 규정한 것은 처음 있는 일이라고 유엔 관계자들은 말했다.
이 보고서가 나오자 이스라엘 외교부는 나치 독일을 찬양한 선전 매체 '슈투르머(Der Sturmer)'에 비유하면서 보고서를 맹비난했다.
대니 대넌 유엔 주재 이스라엘 대사는 "중동의 유일한 민주주의 국가인 이스라엘을 더럽히려는 의도"라고 성토했다.
미국은 한 걸음 더 나아가 안토니우 구테흐스 사무총장에게 보고서의 철회를 요구했다.
니키 헤일리 유엔 주재 미국대사는 성명을 내고 "미국은 이 보고서에 격분해 있다"면서 "유엔 사무처가 이 보고서에서 거리를 둘 권리는 있지만, 그래도 사무처는 이를 철회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유엔은 ESCWA 보고서와 직접 관련이 없다고 '차단막'을 쳤다.
스테판 두자릭 유엔 대변인은 "유엔 사무처와 미리 상의하고 낸 것이 아니다"라며 "사무총장의 입장을 반영하는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런 갈등은 작년 12월에도 있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가 팔레스타인 자치령 내 이스라엘 정착촌 건설 중단을 촉구하는 결의안을 채택했을 때, 미국은 기권했고 당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은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후 '유엔이 국제문제 해결에 실패하고 있다고 비난하는가 하면, 최근에는 미국의 분담금을 50% 이상 삭감하는 계획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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